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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천국은 하늘에 없다 / 석인수

부흐고비 2021. 7. 29. 09:13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면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죽음을 기정사실화 하고 인정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에 대하여 천연하고 태연한 듯하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일로 여기려 한다. 다분히 의도적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죽음이 두려워서 그럴 것이다. 인간에게서 죽음만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는 없다.

누구나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유신론자나 무신론자 할 것 없이, 믿는 종교의 유무를 떠나서 한번쯤은 내세(來世)에 대한 생각을 했음직하다. 종교는 인간의 죽음에 대하여 저마다 다른 정의와 다양한 관념을 가진다. 그러나 종교는 달라도 인간의 내세문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궁극적으로 같은 맥락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영과 육이 삶의 끝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종교도 필요 없고 온갖 범죄와 혼란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인간은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이 땅에서의 삶으로 인생이 끝난다고 보지 않고 비록 육체는 죽을지라도 영은 죽지 않는다고 믿는다.

인간은 영과 육의 결합체이다. 영혼은 인간의 사고와 활동을 주관하는 정신적인 실체로써 육체를 지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말로 영혼의 세계는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 곳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세계일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그 표현이 다양하다. 일부 표현은 죽음 그 자체를 일컫는 말 외에 죽음을 지칭하면서도 동시에 내세로 이어지는 연장선상에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른바 천국, 천당, 황천, 별세 등이 그 예이다. 내세를 일컫는 말이다. 말이 분분한 것은 종교적 차원에서 내세를 일컫는 표현의 차이일 뿐이지 의미는 같다.

내세란 과연 무엇일까? 유교에서는 사람이 음양오행이라는 기(氣)의 집합으로 태어났다가 죽으면 그 기가 흩어져 소멸되는 것으로 보고 내세를 믿지 않는다. 도교도 유교와 같이 내세보다는 현세에 더 중점을 둔다. 불교는 내세관이 뚜렷하다. 생사가 여일(如一)하다고 본다. 사람의 죽음은 종말이 아니고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고 본다. 금생(今生)은 전생(全生)의 업보(業報)에 따라 태어나고 또 금생의 업과에 따라 내세에 다시 태어난다고 본다. 그런데 내세에는 금생에 지은 업에 따라 사람이나 가축으로 태어난다고 하는 윤회사상이다. 기독교의 교리는 영혼불멸설(靈魂不滅設)이다. 하나님을 믿고 그의 말씀대로 순종하며 살다가 죽으면 육신은 썩어 사라지지만 영혼은 하늘나라에 올라가 영원히 산다고 믿는다.

불교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당이나 천국이 결국 사람이 죽어서 가는 내세인 것이다. 천당도 넓은 의미에서 천국의 개념과 같다.

천국(天國)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하늘나라이다. 즉 천상에 있다고 믿는 나라다. 기독교에서는 신자가 죽은 뒤 그 영혼이 들어가서 영원한 축복을 누리며 사는 곳을 천국이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 등에서는 죽은 자는 생전의 행위에 따라 심판이 내려져서 천국과 지옥으로 간다고 보았다. 기독교에서의 지옥은 예수를 믿지 않는 자들이 가는 곳, 즉 영혼이 처벌을 받는 고통의 내세로 본다.

그렇다면 천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늘나라이므로 하늘에 있는 것이 맞다. 도대체 하늘은 어디를 하늘이라 하는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하늘은 사람이 땅에서 위로 올려다 볼 때 보이는 공간을 하늘이라 한다. 즉 지구위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우주의 공간이 하늘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태양계의 수많은 행성 즉, 모든 천체의 하늘이 다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하늘이란 우주 공간일 뿐이다.

천국을 하늘 나라라고 하지만 사실은 하늘 어디에도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곧 천국은 실체가 아니라 종교적 관념에서 산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 세계이고 상상의 나라일 뿐이다. 하나님(신)이 건설하고 지배하는 나라, 영혼이 사는 나라일 것이라고 믿는 상상의 나라인 것이다.

종교에 따라서는 인간의 죽음을 각기 다르게 본다. 또 죽은 뒤의 내세관도 견해가 다르다. 그러나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한테 죽음이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죽어보지 않은 산 자는 죽은 자의 사후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 사람은 누구도 천국을 경험한 자가 없다. 죽음이란 산 자에게는 미지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상상일 수밖에 없고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종교의 당위성과 설득력이 있다. 믿음을 전제로 하는 종교라는 틀 안에서만이 죽음과 사후세계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적선을 해야 복을 받고 이타행(利他行)을 해야 극락을 가고 예수를 믿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여야 천국에 간다고 하는 등 종교마다 교리가 다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사람이 이 땅에서의 삶을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래야만이 사람이 죽으면 내세인 이상세계에서 영혼의 삶이 영속된다고 믿는 것이다.

천국이라고 하는 것은 종교적 관념에서 볼 때 영혼이 사는 나라다. 영혼은 육체 속에 깃들어 있으면서 시공을 초월하는 마음 또는 정신이다. 이 땅에 사는 동안 자기의 천국을 건설해야 한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천국을 잘 가꾸어야 한다. 천국은 우주 공간인 하늘 어디에도 없고 살아있는 각자의 마음속에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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