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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행운을 파는 가게를 하고 있는 김순정(법성화)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복권가게를 운영한 지는 16년이 되었죠.
보통 ‘복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대박으로 연결시키겠지만, 저는 이 작은 공간에서 인생을 느낍니다.
당첨의 기쁨이나 즐거움보다는 낙첨의 한숨이 더 길게 느껴지는 곳, 이곳에는 사연이 참 많습니다.
보증을 써서 잘못되신 분, 무역업을 하다가 상대국가의 사업자에게 속아서 파산지경에 이른 분, 대출금 때문에, 부모님 간병비 때문에, 부도난 회사를 다시 일으키고 싶어서 복권을 사는 사람이 오지요. 전세집을 내 집으로 바꾸고 싶다는 어르신과 자녀 결혼비용을 마련하려고 가게를 찾는 사람들…. 제가 하는 일은 매일 그런 분을 만나는 일입니다.
저는 가게에 출근하면 늘 BTN을 시청하는데 불자가 아닌 손님들도 방송을 보시고 합장을 하고 가시기도 하고요, 어떤 분은 부처님께 기도를 드려서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도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게 있다면 가게에 오시는 모든 인연이 있는 분들이 원하시는바 소원을 성취하는 일입니다.
스님, 얼마 전 지인 부부의 처사님께서 제게 글을 써서 보내주셨는데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달팽이 편지에 나누고 싶어 보냅니다. 긴 글이지만 읽어주신다면 좋겠어요. 글을 써주신 분은 석심 이동심 님입니다.
미명의 새벽 5시 30분, 반야월을 거쳐 하양 가는 버스 경로석에는 할머니께서 앉아 계신다. 디귿자로 등이 굽으신 할머니. 손에는 겉표지가 닳고 닳아 너덜해진 책 한 권이 있다. 표지가 바래어 희미해진 <금강반야바라밀경>. 두꺼운 돋보기 끼시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무릎과 돋보기가 마주 닿을 듯 할머니의 자세는 어느세 ‘ㄹ’자가 되었다. 경을 읽으시는 걸까, 외우시는 걸까 아니면 주무시는 걸까. 차가 흔들려도 미동조차 않으신다. 책장을 넘기시는 것을 보니 아! 경을 독송하고 계셨구나. 버스는 구르고 굴러 어느덧 하양읍내에 접어들고 할머니는 버스에 붙은 전자시계를 유심히 보시다가 용수철처럼 굽은 허리를 들썩이셨다. “아이고 우야노! 클났네.” 버스기사님이 백미러를 보시더니 “할매~ 와예? 뭔일 있으십니까?” “내 갓바우 절에 가는 첫차를 타야 예불시간 맞추는데… 우야노” 백미러에 비친 기사님,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할매 걱정 마이소, 아직 안 갔을끼라예, 저기 뒤에 계신 손님들, 안 바뿌지예? 요 쪼금만 있다 가이시데이” 그 사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길 건너편에 할머니가 타고 가실 803번 버스가 나타나고 기사님은 상대방 기사님께 크게 외쳤다. “여기 부처님 한 분 태워 가이소.” 그러고는 “할매요, 내 등에 업히소.” 기사님은 할머니를 업고 쏜쌀같이 길을 건너셨다. 부처님이 부처님을 업고 뛰시는구나. 나는 그 모습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합장했다.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 보살, 나무 관세음 보살” |
출처 : [목스님의 나무아래 앉아서 2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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