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시詩 느낌

김영호 시인

부흐고비 2022. 2. 28. 07:38

김영호 시인
충북 청원 출생. 한국외국어대학 영어과 졸업,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졸업(비교문학 박사). 1

99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당신의 초상』, 『잎사귀가 큰 사람』, 『무심천의 미루나무』, 『순복』, 『머킬티오도서관의 사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숭실대 영문과 명예교수, 미국 하와이 주립대 초빙교수, 워싱턴 주립대 교환교수, 미국 시애틀 형제교회 실버대학(HJI) 시창작 교수.

 



터널의 빛 / 김영호
끼를 굶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고/ 비가 내리면 물이 새는 방에서/ 잠을 자야 하는 사람들의 집을 수선하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몸이 아픈 환자들을 치료해주고/ 외롭고 불안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우리 한인 선교사들/ 그 거룩한 사역자들을 위한/ 시애틀 한 교회의 성금예배에서/ 십만불을 모금했다 하네./ 십만불을 성금하여 선교지로 보냈다하네./ 코로나 역병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인데/ 성령이 역사하사/ 정성을 다해 헌금을 한 성도들/ 진정한 긍휼과 나눔의 천사들이네./ 이 긍휼의 사랑을 실천하는 목자들이 있어/ 이 진실한 나눔을 실천하는 양들이 있어/ 코로나 팬데믹 터널 끝에 빛이 보이네./ 코로나 팬데믹 터널 끝에 빛이 보이네.//

구원자 / 김영호
산은 내가 물을 구하면 돌을 준다./ 빛을 달라면 어둠을 주고/ 햇살을 요하면 삭풍을 준다./ 꿈을 말하면 비를 내리고/ 산물을 구하면 바윗길로 인도한다.// 산은 내 심장의 검은 피를 돌풍으로 걸러내어/ 한 구루 목뼈가 긴 나무로 서게 한다.//

나무 펜 / 김영호
나무가 내 몸 안의 백지위에/ 푸른 잉크로 시를 쓰네./ 마른 강바닥 같던 내 가슴에 쓴 시/ 그 행간마다 시냇물 소리 출렁이고/ 글자들이 금붕어처럼 춤을 추네.// 나무가 내 몸속의 메모지에/ 붉은 잉크로 시를 쓰네./ 마른 밭 같던 내 심장에 쓴 시/ 글씨들이 단풍들어 춤을 추고/ 행간 속에서 새들이 노래를 하네.// 나의 몸도 어느 애통하는 자의 펜이 되어/ 그의 간절한 기도를 하늘에 전하고 싶네./ 그의 통곡을 시로 써 전하고 싶네.// 밤하늘의 모든 별들은// 시인들이 펜이 되어 써 올린 눈물의 문자이다.//

꽃 눈(花眼) / 김영호
성결하고 청아한 방패나무 꽃잎/ 성모 마리아의 눈빛/ 원수를 용서한 얼굴이었네./ 원수를 사랑하는 얼굴이었네.// 그 순박 청순한 그 꽃나무아래/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였네./ 미운사람 용서할 수 있기를/ 미운사람 사랑할 수 있기를.// 오랜 기도 중/ 가슴속에서 돌이 튀어나와 꽃이 되었네./ 뼛속에서 돌이 튀어나와 꽃이 되었네.// 미운사람이 꽃이었네.//

나무 눈(木眼) / 김영호
땅만 내려다보며 산을 올랐다가/ 하산을 했네.// 내려온 길을 되돌아보니/ 모든 나무들이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네.// 모든 사람들이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네.// 땅만 보고 결어온 인생길/ 사람들에게 더 다정한 눈길을 주었어야 했음을/ 사람들에게 더 다정한 말을 했어야 했음을/ 저 나무들이 깨닫게 하네.// 내 몸에 나무눈이 뜨이니/ 다정한 눈길 한 번 주는 것이/ 다정한 말 한마디가/ 사람이 살아갈 힘이 되고/ 세상을 낙원으로 만드는 것임을 깨닫네./ 우주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임을 깨닫네.//

물 눈(水眼) / 김영호
연못*을 찾아 오래 물을 바라보니/ 물 눈이 뜨였네.// 물이 평화의 얼굴을 함은/ 그의 생이 평탄해서가 아니었네./ 온 갖 시련과 싸우는 강한 투혼과/ 고난을 감사하는 마음법 때문이었네.// 연못으로 가 그 물 마음법을 배우니/ 내 몸이 상처가 꽃으로 핀 물 우주가 되었네./ 몸이 물 우주가 되니/ 눈에서 새 하늘이 열리고/ 가슴 안에서 새 해가 뜨고/ 귀 안에서 새 별들이 노래를 하였네.// 비 바람이 꽃이네.//
* 시애틀 북쪽 머킬티오시 크라운 팍 안의 연못.

산 눈(山 眼) 1 / 김영호
산을 오르다가 한 송이 산 딸기꽃을 만났네.*/ 그 꽃잎의 신성한 사랑 눈빛에 경의를 표하니/ 보이지 않던 꽃잎들이 온 산에 피었네./ 나무들이 꽃을 안고 있는 사람들 같았네.// 사람이 꽃이었네.//
* Japanese Gulch(Mukilteo)의 산 딸기꽃(The salmon berry)

산 눈(山眼) 2 / 김영호
산은 내 등바닥에 찬바람 채찍을 때려/ 마른 낙엽들에서 중생의 영혼을 보게 하네./ 그 중생 중에 가장 미천한 자가 나임을 보게 하네./ 내가 할 일이 떠도는 내 정신을 찾는 일임을 가르치네./ 나의 발을 씻어 줄자는 바로 내 안에 있음을 보게 하네./ 내가 발을 씻어줄 중생이 나의 안에 있음을 보게하네.// 나무가 떠돌지 않음은 자신의 몸 안에/ 그의 신이 있음을 보는 영혼의 눈이 있기 때문이네.//

산 눈(山眼) 3 / 김영호
고요한 산 속/ 바람도 없는데/ 미루나무, 그 잎새들이 흔들린다./ 누군가 산 아랫마을에서 앓고 있나 보다.// 미루나무, 그 잎새들이 뚝 뚝 떨어진다./ 누군가 산 아랫마을에서 울고 있나 보다.//

산 눈(山眼) 5 / 김영호
산은 말을 하면 귀를 막고/ 침묵하면 귀를 여네.// 고개를 숙이면 하늘을 보여주고/ 고개를 들면 땅을 보여주네.// 짐이 있으면 물소리를 들려주고/ 짐이 없으면 하늘까지 동행하네.// 몸으로 오르면 구름을 보이고/ 마음으로 오르면 신을 보여주네.// 머리로 오르면 자취를 감추고/ 가슴으로 오르면 나를 보여주네.//

산 눈(山眼) 6 / 김영호
산은 온화한 가정/ 나무들의 눈빛이 다정하고/ 산꽃들의 얼굴이 정겹다./ 산을 오르면/ 초목들의 온기가 뼈 속으로 들어온다./ 나무에게 정을 주면 갑절의 정을 준다./ 산꽃에게 정을 주면 갑절의 정을 준다./ 사람만이 정을 주어도 상처를 준다./ 산의 초목들 모두 다정한 형제이다./ 형제를 맺어주는 것은 혈육이 아니라 사랑이다./ 교포들은 모두 다정한 형제이다.*/ 형제를 맺어주는 것은 혈색이 아니라 애정이다.//
* 뜨거운 동포애를 보여주는 시애틀 교포사회를 보며.

산 눈(山眼) 8 / 김영호
산 속 나무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네./ 나무들 가지를 굽혀 서로 길을 내주며/ 묵묵히 자기 길을 가네./ 나무들은 이기려 하지 않고/ 지는 법을 먼저 배워/ 서로 지고 사네./ 키가 자랄수록 등이 굽은 것은/ 평생 져주고 살았다는 것이네./ 나무들이 오래 사는 것은/ 서로 지고 살아가는 것 때문이네./ 나무들 몸은 상처투성이인데/ 평생 고요하게 사네//

산 눈(山眼) 10 / 김영호
나무는 높이 날고 싶어 가지에 새 둥지를 허락하고/ 새는 오래 참는 법을 배우고 싶어/ 나뭇가지위에 둥지를 트네// 나무에겐 새가 그의 날개요/ 새에겐 나무가 그의 철학이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하여 신을 섬기고/ 신은 사람들을 위하여 희생하시네.// 산은 말하네/ 신의 사랑 본받아 이웃을 사랑함이/ 진정으로 신을 섬기는 것이다 라고.//

성자 3 / 김영호
내가 속한 대학 교수 연구동 앞 화단은/ 봄 여름 가을 화려한 꽃들로 천국이었다./ 늦가을 흙을 일구고 꽃씨들을 뿌리어/ 봄이면 꽃 자식들을 보는 한 노인/ 그는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며/ 화초 가꾸기에 정성을 다 했다./ 동자꽃 하늘매발톱꽃 비단꽃 난초꽃등/ 수많은 토종 꽃들은 교수들의 피곤을 풀고/ 나의 이명을 치유해준 천사들이었다./ 늘 온유하고 겸손한 얼굴빛을 한 정원사/ 경비와 청소 밤일로 몸이 약해진 그는/ 삼년 만에 퇴직을 했다./ 무릎 관절염으로 수술을 한 후/ 집에서 칩거하던 그가 시집을 보내왔다./ 그 시집 속 노인의 약력을 보니/ 명문대 국문과를 졸업한 시인이며/ 천주교 신부였고 목사였으며/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다./ 정년 후 원예사 자격증을 취득해/ 자신의 아파트 단지의 화초들을 가꾸어/ 수천 주민들에게 행복감을 안겨 주었다./ 꽃들이 그의 양이었고/ 꽃들로 천국 복음을 전하는 목자였다.// 퇴임을 하고도 아픈 무릎으로/ 꽃들이 걱정되어 찾아오는 신부님/ 어느 늦가을 추운 날/ 마른 꽃들에게 비닐 지붕을 덮어주고/ 내 연구실 문 앞에 포도 한 봉지를 놓고 갔다.//

성자 4 / 김영호
6.25 전쟁 후 고아들은 갈 곳이 없었네./ 가난으로 배움의 터를 찾지 못했네./ 그러나 신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네./ 영등포 신길동 허허 벌판에/ 천막학교*를 세워 고아들과 장애인들에게/ 기계 기술을 가르친 한 천주교 신부,/ 그의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 와/ 나무판자와 파이프를 주어다 책걸상을 만들고/ 미군부대에서 텐트를 얻어와 학생 숙소를 세우고/ 빵을 제과회사에서 얻어와 무료로 먹이고/ 함께 자고 먹으며 기술 교육을 시켰네./ 굶주렸던 학생들은 의식주를 제공받으며/ 열심히 배워 직장을 얻고 가정을 꾸렸네./ 대학도 진학하고 기업가도 사장도 되었네./ 50여년이 지나 백발이 된 마리노 수사修士,/ 타국의 전쟁 폐허에서 자신의 생을 희생하고/ 천막 잠을 자며 3천여명을 기술자로 배출시켰네./ 3천여명의 온전한 사람들을 키웠네./ 자기 유익을 버리고 사람들을 목양한 참 목자였네./ 하늘이 시킨 일을 위해 헌신한 참 성자였네.//
* 돈 보스코(Don Bosco) 청소년 기술교육센터, 기술교육학교. 설립자 이탈리아인 聖요한 보스코의 이름을 딴 청소년 직업학교.

가물치 효자 / 김영호
가물치 물고기는 효심이 극진하다./ 어미 가물치는 일을 낳은 후 바로 실명을 한다./ 새끼도 볼 수 없고 먹이도 찾을 수 없는 어미는/ 배고픔을 앓으며 죽어간다./ 그러나 새끼들은 제 어미가 죽어감을 볼 수 없어/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의 입으로 들어가/ 먹이가 되어주고 저의 생을 마감한다./ 제 생명을 희생하고 어미를 살려내는 가물치 새끼들/ 이 가물치 새끼들의 효심을 보고/ 이 가물치 새끼들의 효심을 보고/ 우리 사람들도 부모에게 효도를 다 할 일이다./ 부모가 아프고 힘들 때/ 우리 사람들도 부모에게 효도를 다 할 일이다// 그 효심이 인간의 양심을 깨운다./ 자식은 제 생명을 다해 헌신할 일이다.// 가물치 새끼들의 희생적 효도에/ 머리가 숙여진다.//

눈물 / 김영호
눈물은 자연의 언어이네/ 산이 눈물로 나무들을 하늘로 인도하고/ 들이 눈물로 양떼를 위해 시냇물을 만들고/ 바다가 눈물로 가난한 어부를 살찌우네.// 눈물은 영혼의 언어이네/ 가난한 자 눈물로 가난한 자를 위로하고/ 외로운 자 눈물로 외로운 자를 품어주며/ 약한 자 눈물로 약한 자를 치유하네.// 눈물은 사랑의 언어이네/ 어머니는 눈물로 자식을 키우고/ 시인은 눈물로 기도의 시를 쓰네./ 눈물방울 속에 시가 있네/ 눈물방울이 시이네/ 모든 어머니는 시인이네.// 가장 많이 우는 하늘의 당신/ 당신은 매일 매일 우시어/ 슬픈 자들의 눈물을 씻어주시네/ 아픈 자들의 눈물을 씻어주시네.//

감사 바다 / 김영호
귀가 우니 청각장애아들이 보이고/ 그들의 울음소리 들리네/ 기도하니 당신이 그 아이들을 품어주시네// 눈이 불편하니 시각장애아들이 보이고/ 그들의 울음소리 들리네/ 기도하니 그 아이들이 당신과 함께 있네// 가슴이 아프니 슬픈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의 울음소리 들리네/ 기도하니 당신이 그들을 품어 주시네// 비바람부니 고난속의 사람들이 보이고/ 눈발이 날리니 고통속의 사람들이 보이네/ 기도하니 당신이 그들을 안고 계시네// 폭풍속에서도 감사로 기도를 하면/ 세상이 감사 바다로 변하고/ 당신이 그 감사바다를 밟고 걸어오시네/ 당신이 그 감사바다를 밟고 걸어오시네.//

감격 ㅡ헤더 호수(Heather Lake)에서* / 김영호
성결한 성모(聖母)의 얼굴 헤더 호수/ 신이 창조한 예술품이네/ 그 예술품에서 비치는 찬란한 사랑의 빛/ 나의 온 허물을 정화하니/ 내 영혼이 감격 하네// 그 예술품에서 들리는 온유한 사랑의 음성/ 나의 환부를 치유하니/ 내 영혼이 감격 하네// 신이 창조한 정결한 호수/ 사랑이 충만케 하는 천국의 화원이네/ 감사가 충만케 하는 낙원의 시집이네/ 기쁨이 충만케 하는 평화의 악보이네/ 그 은혜의 축복 속에/ 내 영혼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네/ 내 영혼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네.//
* 시애틀 북쪽에 위치한 한 산정호수

사랑하면 / 김영호
산악인은 높은 산을 오르네/ 가파른 암벽을 타고 오르네/ 무엇 때문에 힘들여 산을 오르나/ 그는 산을 사랑하기 때문이네/ 산을 사랑하기에 산악인은/ 아무리 높아도 힘들여 오르는 것이네// 사람 간에도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이국 땅에 이민을 와 밤 청소를 하고/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로 홀로 남아/ 자식 학비를 위해 노동을 하네/ 자식을 사랑하기에 부모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네// 죄인들을 사랑하므로/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하신 인자人子…*//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사랑으로 존재하는 것이네.//
* 인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말함.

베이커 산의 사람꽃 / 김영호
베이커 산에 사람꽃들이 피었네/ 베이커 산에 사람꽃들이 피었네/ 베이커 산이 사람꽃밭이네// 산을 오르는 사람들 산 마음을 얻어/ 사랑이 충만해지니/ 얼굴에 꽃이 피었네// 사람들 산은 왜 오르는가/ 산마음을 얻기 위해서네/ 산마음은 사랑마음이네// 사랑하면 사람이 꽃이 피네/ 사랑하면 사람이 꽃이 되네// 산꽃들은 생전에 많은 사랑을 베푼 사람들이었네/ 산꽃들이 사람꽃들과 포옹을 하네/ 포옹을 하며 산꽃들 사람꽃들이 찬양을 부르네//

비창悲愴 / 김영호
코로나 바이러스, 참으로 잔인한 역병이네/ 이 미국 땅에서만/ 4만명의 어린 아이들이 어머니를 잃거나/ 아버지를 잃었네./ 양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많다 하네./ 가장 슬픈 일은/ 어린아이들이 어머니를 잃는 것이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어린아이들이 아버지를 잃는 것이네/ 가장 비참한 일은/ 어린아이들이 고아가 되는 일이네// 하늘이여,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들/ 그들이 하나님을 볼 수 있게 하소서.// 아이들을 두고 하늘에 오른 어머니 아버지들/ 별이 되어 울고만 있네.//

아메리칸 드리머 1 / 김영호
바이러스 대유행병과 아시안 혐오사태의 이 시대/ 한인 동포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빛이 있으니/ 바로 자랑스러운 한인 아메리칸 드리머들이네.// 그 첫 드리머는 뉴욕 퍼댐(Fordham)법대의 이영재 교수./ 그는 86년 부모님(부:이길송 장로, 모:안문자 수필가)따라/ 시애틀로 이민 와 <매리너스 하이스쿨>을 수석 졸업,/ <스월스모어>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대학>/ 법대 졸업 후 95년부터 현재까지 연구 부학장으로 있네./ 이영재 교수, 그의 자랑스러운 점은 연구 분야의 의미와/ 높은 가치성이네.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하거나 죄보다/ 과한 형벌을 쓰지 않는 형법을 연구하는 것이네. 휴머니즘에/ 바탕한 그의 연구는 오늘의 인종적 차별과 혐오의 비인륜적/ 행위를 교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임에 높게 평가되는 바이네.//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이영재교수의 부인인 쥴리 석 교수이네./ 4살 때 이민 와 <헌터 하이스쿨> 졸업 후 하버드대에서 영문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뉴욕 시립대학 법대에서 학장으로 재임하는 그녀,/ 석 교수는 작년 을 출간하여 학계와 언론의 격찬을/ 받았네. 이 책에서 석 교수는 미국 헌법역사를 통하여 여성평등운동의/ 흐름을 통시하고 여성평등을 위해 헌신한 여성 지도자들의 업적을/ 밝혀냈네. 석 교수의 연구 초점은 미국 여성들의 직장 가족 성적 차별/ 그리고 빈민층과 저소득층의 민사사법문제 해결의 탐구이네./ 자랑스러운 점은 석 교수의 학문도 휴머니즘에 동기를 둔 연구로써/ 오늘의 비민주주의적 인종차별과 혐오의 행태를 개선하는 데/ 길잡이가 될 것이라는 점이네.// 이영재 쥴리 석 부부 교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휴머니즘의/ 빛을 미국 사회에 밝게 비치는 진정한 한인 아메리칸 드리머,/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네.//

심산心山 / 김영호
산이 오늘도 내게로 내려와 주네/ 대유행병으로 산을 오르지 못하니/ 산이 내게로 내려와 주네// 산이 내게 내려와/ 눈을 열어주어/ 세상 사람들 고난을 보게 하네/ 귀를 열어주어/ 세상 사람들 신음을 듣게 하네// 내가 산 마음으로 사람들 위해 기도를 하고/ 산이 내 마음으로 사람들 위해 기도를 하네// 산과 내가 같은 구도의 길을 가니/ 산과 내가 생의 동반자이네// 하늘마음으로/ 산과 내가 하나이니/ 산이 나이고/ 내가 산이네// 한 몸이네.//

코로나 수선화 / 김영호
지상에서 가장 선한 영혼/ 신이 가장 먼저 꽃잎을 얹어주었네./ 코로나 대역병 속/ 애통하는 사람들로 하여/ 비통해하는 사람들로 하여/ 수선화가 꽃눈물을 흘리네.// 정결한 자애의 성화聖花/ 신이 피눈물로 쓰신 긍휼의 시詩이네/ 당신의 찢어진 심장이네.// 순결한 인애의 성녀聖女/ 코로나 블루 속 이 혼란한 세상/ 내 놀랜 가슴 속에 꽃눈물을 떨구어/ 내 우울이 기관차로 달리게 하네./ 내 우울이 기관차로 달리게 하네.//

주정主靜 / 김영호
세상의 소음 속에서 진실이 그리워지네./ 세상의 어둠 속에서 빛이 그리워지네./ 그러나, 새해의 첫 비가 내리네./ 새해의 첫 비가 내 몸 속으로 내려와/ 내 심혼心魂을 잔잔한 호수로 만드네./ 빗물이 나의 속정俗情을 정화하니/ 내 안에 성령이 임하고 사랑이 충만해지네./ 내 안에 사랑이 충만하니 내 안이 고요하네./ 내 안이 고요하니 만물이 나를 사랑함이 보이네./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나를 사랑하고/ 안개와 비 그리고 구름이 나를 사랑함이 보이네./ 산을 오르지 못하니 산이 내게로 내려와 주고/ 나무들이 나와 함께 동네를 산책해주네./ 내 안이 고요하니 우주가 고요하고/ 마른 화초들이 속삭여주네./ 새해 첫 비에 속진俗塵이 다 씻기어/ 내 영혼이 주정主靜에 들으니/ 삼라만상이 나를 사랑하고/ 나도 우주만유를 사랑하네./ 찬바람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독수리로 날아오르네.//

감은(感恩) / 김영호
바이러스 대유행병 속 일심으로 기도하니/ 성령은 심안(心眼)을 밝게 해/ 범사의 은혜를 깨달아 감은(感恩)케 하네./ 밖에서 찾던 복을 안에서 찾게 하네./ 성서와 고전을 읽으니 깨달음을 얻고/ 세상 사람들 신음을 기도로 전하니/ 신의 음성을 듣네./ 찬송을 부르니 마음이 정화되고/ 살아오며 흘린 눈물이 무지개 꽃피네./ 코로나 역병은 남을 더 소중히 존경하고/ 사랑하라는 당신의 메시지를 전하네./ 속세를 떠나 안에 있으니/ 내가 나 자신과 친해질 수 있네./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고/ 내가 나 자신과 대화를 하네./ 이웃을 더 사랑하지 않은 속죄의 기도가 시(詩)가 되고/ 이웃을 더 사랑 하리다 고백의 서약이 시가 되네./ 글 속에 길 잃은 양떼들을 찾아오시는 당신이 보이네./ 밖에 부는 비바람이/ 머지않아 가장 겸손한 풀잎을 일으켜/ 가장 먼저 꽃피게 하리라 믿네.//

실버 피크산(Silver Peak)의 블루베리* / 김영호
실버 피크산의 블루베리는 신의 선물,/ 내 몸속에 길들을 열어주었네./ 몸 안에 하늘이 들어올 길을 열어주고/ 태양이 걸어 들어올 길을 열어주었네./ 블루베리,/ 내 안에 나무들이 걸어 들어올 길을 내고/ 산이 들어올 길을 내었네./ 가슴 안에 산새가 노래할 둥지를 틀고/ 산꽃이 노래할 집을 지었네./ 블루베리,/ 내 몸속에 우주가 들어 올 길을 열고/ 시가 들어올 길을 열고/ 성혼聖魂이 들어 올 길을 내었네.// 슬픔이 몸 밖으로 나갈 길을 열었네.//
* 시애틀 동쪽에 위치한 높은 은빛 돌산 (왕복 7마일 2019년 8월 24일 등정)

9월의 명상 / 김영호
구름은 무슨 꿈으로 평생 나를 업고 타향을 떠도는가./ 바람은 무슨 뜻으로 내 뼛속을 다녀가 허공에 시를 쓰는가./ 갈대는 무슨 희망으로 나의 시를 갖고 가 눈물을 떨구는가./ 풀벌레는 누가 시켜 나의 귓속으로 들어와 평생을 우는가./ 빗줄기는 어이 낙엽들에게 나의 시를 읽어주고 새로 날리나./ 햇빛은 어이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 후에야 열매를 맺게 하나./ 하늘은 어이 미루나무로 하여 세상 신음을 기도 시로 쓰게 하나./ 풀잎들은 무슨 힘으로 그 기도시를 읽고 별들로 뜨는가./ 별들은 무슨 꿈으로 슬픈 가슴 속에서 꽃으로 피어나는가./ 꽃은 무슨 힘으로 가장 신성한 신의 선물, 아기의 미소를 짓는가.// 비 바람은 누가 시켜 산불연기를 쓸어내/ 푸른 하늘이 다시 열리게 하는가./ 코로나 바이러스도 언젠가는 신의 권능으로/ 세상 밖 멀리 멀리 사라지리라./ 세상 밖 멀리 멀리 사라지리라.//

만족지연滿足遲延의 슬기 / 김영호
나무들은 산이 되는 것이 꿈이다./ 비바람 추위 더위를 이겨/ 거목이 되고 산이 된다./ 나무가 산이 되는 길은 고난을 참는 것이다./ 인내 속에서 나무는 산이 된다.// 사람도 꿈으로 산다./ 그 꿈을 이루는 길은 고난을 참는 것이다./ 인내 속에서 사람은 성숙하고/ 그 영혼이 익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혼란한 이 시대/ 우리는 더 거룩한 꿈을 가져야 하리라./ 인류의 건강 자유 평화 사랑 충만한 세계,/ 이 숭고한 꿈을 위해/ 모두 견인 속에서 성화되어야 하리라./ 인내는 조용하고/ 환락은 소란하다./ 인격의 꽃은 인내에서 피어난다./ 행복은 인내의 꽃이다.//

와유강산臥遊江山 / 김영호
강산은 편히 누워 복된 생을 누리네./ 산밑에 강이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네./ 풀잎들은 양들에게 젖을 물리고/ 나무들이 사슴가족처럼 내려와 물을 마시네./ 자연은 자족 감사로 평화를 누리는데/ 사람만이 경쟁하며 초조하네./ 자연은 서로 존중하며 사랑하는데/ 사람만이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네./ 자연은 권력도 부귀도 모르는데/ 사람만이 힘과 부를 찾네./ 산천초목은 다정한 눈빛을 하고 있는데/ 사람만이 교만 무례하고 차별을 하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날로 확산되는데/ 산수(山水)같이 평화를 누릴 날이 언제일까./ 자연처럼 다정한 사람이 그리워지네//

산중명상山中冥想 1 / 김영호
산속에선 사람들이 포옹을 해준다./ 산꽃 나무 새의 얼굴로 사람들이/ 서로 미소를 짓는다.// 사랑할 때 사람이 자연이 된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은 사람이다.// 서로 사랑할 때/ 사람이 산꽃 나무 새가 된다./ 서로 사랑할 때/ 속세가 산이 된다./ 속세가 천국이 된다.//

산중명상山中冥想 3 / 김영호
나무들은 시인처럼 사네./ 절실하게 꿈꾸며 사네./ 절실하게 기도하며 사네./ 절실하게 사랑하며 사네./ 절실하게 인내하며 사네./ 눈물로 시를 쓰네./ 눈물을 꽃으로 피우네.// 나무들은 별들을 바라보네./ 별은 신이 쓴 눈물의 시/ 사람을 위한 절실한 사랑이네/ 절실한 인내의 시이네/ 절실한 자비의 시이네.//

기도 시 / 김영호
자비로우신 하나님/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인류가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매일 환자가 증가하고 사망자가 많아집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경계하고/ 나라가 나라와 서로 경계합니다./ 병상에 누운 노모를 찾아온 딸이/ 창밖에서 발을 구릅니다./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환자가 세상을 떠납니다./ 사람들이 만든 재앙이니/ 그들이 잘못을 회개하게 하소서./ 사람들이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하소서./ 환난은 사람들이 만들었으니/ 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주님이 해결해주실 것을 간구하게 하소서./ 사람들이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하소서./ 하나님만이 이 재앙을 거두실 것을 믿고/ 겸손히 빌게 하소서./ 겸손히 빌게 하소서.//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하네 / 김영호
귀가 이십년 넘게 울고 있네./ 그래도 아파하지 않음은/ 산새의 노래를 아직은 들을 수 있음이요/ 산물의 시 낭송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네./ 내가 아파도 아파하지 않고/ 슬퍼도 슬퍼하지 않음은/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한다는 믿음 때문이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한다는 믿음 때문이네./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길은/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이네./ 나의 기도를 나뭇잎들이 밤새 하늘에 전하네./ 별들도 온 밤 누군가를 위해 눈물로 기도를 하네./ 사람은 누구나 기도의 자식이네.//

시애틀의 조성진 피아니스트* / 김영호
한국이 낳은 천재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시애틀 심포니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광시곡)』는/ 그의 입신(入神)적인 음혼의 손으로 표출한/ 피아노 음악의 판타지였네. 그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그 비루투오소적 화산같은/ 열정과 라흐마니노프의 비장한 리듬을 불붙은/ 빗방울 터치로 수놓은 서정시 음률은/ 2500여명의 청중들은 물론 하늘에 있는/ 두 음악가의 영혼을 깨워 법열에 들게했네./ 강함과 섬세함 지성과 가슴 역동과 정적 등/ 조화의 앙상블을 현란한 음색으로 표현한 그의/ 탁월한 몰입의 예술은 성음의 경지였네./ 드디어 18번 변주곡에서 그는 장엄하고 유장한/ 멜로디로 낭만적 음향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네./ 이 매혹적인 비애의 화음에서 라흐마니노프의/ 망명의 애수가 가슴을 전율케했네. 장엄한 소리에서/ 러시아 광활한 들판 호밀밭의 속삭임이 달려왔네./ 자작나무숲 그 잎새들의 흐느낌이 달려왔네./ 빼앗긴 들에 새 봄을 업고 한 초인이 달려왔네.//
* 2019.1.27. 베나로야 홀에서 <아시아 축제의 밤>에 지휘자 성시연과 함께 조성진이 초청되어 연주하였다.

시카고의 한국인 성인(成人) / 김영호
그가 세상을 떠났음을 그의 어머니가/ 편지로 알려왔다. 1989년 봄 초빙교수로/ 하와이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였다./ 그는 향년 43세의 독신이었다. 한국에서/ 가난과 병으로 신학대학을 중퇴한 그는/ 미국으로 와 중노동을 했다. 아픈 몸으로/ 시카고의 한 식당 주방 보조원으로 일하며/ 고국의 동생들 학비를 조달했다./ 홀로되신 어머니는 생업능력이 부족하다며/ 자신이 동생들 셋을 부양해야 한다고 했다./ 가족들을 위해 모든 수입을 송금하고/ 난방이 잘 안되는 아파트 마루바닥에서/ 시카고의 겨울, 그 혹한을 견뎌야 했다.*/ 식당의 고된 노동으로 신장병이 악화되어/ 쉬는 날은 누어 있어야 했음에도 그는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돕기를 좋아했다./ 그는 사람들을 좋아해 친구가 많았고/ 문학을 좋아해『現代文學』을 매달 구독했다./ 어느 날 한 지인의 집에 페인트칠을 해주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 시카고까지 급히 달려가 어바나 샴페인의/ 나의 캠퍼스 아파트로 그를 데려와/ 한 달간 요양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오래 쉴 수없는 처지라하며/ 아픈 몸을 이끌고 직장을 다시 나갔다./ 그는 어렵게 오랜 세월 만에 영주권을 얻어/ 어머니와 동생들을 초청해 직장을 구해주고/ 몸져누워 오래 앓다가 세상을 뜬 것이었다./ 그의 밥상은/ 그가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신문지였다.//
* 필자는 시카고에서 일을 할 때 그의 룸메이트였다. 이 글을 삼가 하늘의 고 최식에게 헌정한다.

시카고의 한국인 노숙자 / 김영호
70년대 중반 미국 유학시절이었다./ 시카고에서 학비마련을 위해/ 한 병원에서 청소를 하고 숙소로 오다가/ 동네 코너에 앉아있는 한 한국인 노숙자를/ 보았다. 그를 일으켜 커피샾으로 들어가/ 그의 딱한 사정을 들었다./ 그는 한국 부산에서 공무원이었다./ 간호사인 아내를 따라 어린 딸을 데리고/ 이민을 왔다. 그는 철공장에서 중노동을 하고/ 부인은 병원 간호사로 일을 했다./ 그는 직장에서 영어를 잘 못해 어려움을 당하고/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집에 와 술을 마셨다./ 술을 못마시게 하는 부인과 자주 말다툼을 하고/ 이내 부인이 이혼을 요구해 집에서 나와/ 별거를 하던 중 직장마저 잃고 거리에 나안게/ 되었다는 것이다. 벌써 3년간 노숙을 했다는 그의/ 얼굴은 황달을 잃는 듯 누렇게 굳었고 황소만한/ 큰 눈엔 딸이 보고파 흘린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의 좁은 숙소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책을 읽고 일기를 쓰도록 해 정서를 안정시켰다./ 내가 일하는 병원의 세탁소에 소개를 해/ 세탁물을 수거하는 일로 작장을 구해주고/ 교회로 인도 예배를 보니 얼굴빛이 밝아졌다./ 부인에게 찾아가 그가 딸을 주말에 만나볼 수/ 있도록 사정을 해 허락을 얻어내고/ 운전을 해주어 토요일이면 딸과 만나게 했다.// 마침내 그는 중고차를 사고 직접 운전을 하여/ 주말이면 그의 생명과도 같은 딸을 만나러 갔다.//

우주 눈(宇宙 眼) 1 / 김영호
이국의 황야 홀로 떠도는 보헤미안/ 그가 비를 맞을 때/ 우주도 함께 비를 맞았네.// 이국의 광야 홀로 헤매는 이방인/ 그가 눈발을 맞을 때/ 우주도 함께 눈발을 맞았네.// 상처 뿐인 나그네/ 폭풍과의 혈투 끝/ 하늘은 햇빛을 주었네.// 해가 안으로 들어/ 내 몸에 우주 눈이 뜨이니/ 중생이 길을 잃은 형제였네./ 삼라만상이 고행의 혈육이었네.// 우주는/ 아픈 만유가 그의 품에 안긴 성체聖體,/ 궁휼의 성령이 충만한/ 신神의 몸이었네.//

오이스터 돔(Oyster Dome)산*의 구도자들 / 김영호
오이스터 돔 산의 나무들/ 비안개 속 깊은 명상에 들어/ 고요의 묵화(墨畵)로 서 있었네./ 모든 세속의 욕망을 비우고/ 무아(無我)를 수도하는 나무 구도자들/ 번뇌가 없는 완무(完無)의 세계/ 갈등이 없는 완공(完空)의 세계/ 고통이 없는 평화의 세계 속에 있었네.// 그 그윽한 고요의 성향(聖香)에 취하니/ 물심(物心) 속의(俗衣)가 벗겨지고/ 귀에서 벌레들이 도망쳤네.// 산 속에 마음 짐을 내려놓고 하산한 산우들/ 산우들 얼굴에서 수묵(水墨)국화가 피었네./ 산우들 몸에서 목향(木香)이 짙었네.
* 시애틀 북쪽 벨링햄 근처의 산

사과아이 / 김영호
신생아!/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동구 밖 과수원 햇사과 같다/ 아기는 가장 신성한 자연의 얼굴이다/ 해와 달이 출간한 첫시집이다/ 몸 안의 우주를 깨우는 이 사과 서정시/ 내 생애의 처음에도 그러했듯/ 현재에도/ 먼 미래에도 천둥소리로 꽃피리라// 아기는 노인의 아버지다/ 세상의 요람에 거듭 태어나게 한다/ 눈 안의 별꽃이 어른의 피를 씻고/ 입가의 이슬꽃 미소가 속인의 혀를 닦는다// 신생아!/ 지상이 어머니임을 깨우쳐/ 사과아이 앞에서 경건한 묵도를 하게 한다.//

흙 / 김영호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은./ 길 잃은 바람, 그의 눈물을 받아 풀잎을 세웠습니다./ 노숙의 휴지, 한숨으로 변한 집시의 꿈을 받아/ 나무로 세웠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은./ 품어주면 더 멀리 달아나던 탕자,/ 그의 발을 씻어/ 갈대로 키웠습니다./ 운명도 등을 돌릴 때/ 상처를 끌안아 시로 피웠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가슴 아픔을 같이 앓아주고/ 번뇌를 함께 해 새로 날게 한 당신은.// 당신은 거듭난 내 생의 뜨거운 핏줄/ 대지의 어머니였습니다./ 우주의 어머니였습니다.//

메이슨 호수(Mason Lake)의 산 안개* / 김영호
하늘에서 내려온 안개가/ 나무들을 포옹하고/ 호수를 포옹하고/ 사람들을 포옹하니/ 모두가 한 몸이 되었네./ 한 몸 되어 성음(聖音)의 합창을 불렀네.// 안개 속에서/ 삼라만상이 한 몸이 되고/ 내가 우주와 한 몸이 되었네./ 한 몸 되어 평화의 찬송을 불렀네.// 안개는 만인이 한 형제임을 깨우치는/ 성령의 날개였네./ 성령의 날개 안에서/ 우주 만물은 한 가족이었네.//
* 메이슨 호수 산: 시애틀 동쪽에 위치한 산.

우중산행 雨中山行 / 김영호
우중산행은 어머니를 만나는 일이다// 비를 맞는 나무/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는 아이 같다/ 나무 잎사귀 아이 얼굴에/ 기쁨의 생기가 충만하다/ 한 방울의 비는 어머니의 젖이다/ 엄마의 젖을 문 나무의 맑든 눈빛이/ 세상 우주를 밝히고 나를 살려냈다// 하나의 빗방울은 어머니의 눈물이다/ 비를 맞는 나무/ 그의 어머니 눈물로 상처를 씻고/ 신생아처럼 웃는다// 비가 내리는 산은/ 열심히 오르는 자에게/ 그의 어머니 젖과 눈물로/ 아이로 거듭나게 한다/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회복시키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한다/ 그의 음성이 새벽 종소리가 되게 하여/ 세상을 깨우게 한다//

불의 계곡 / 김영호
일억 오천만 년 전/ 바다와 태양이 혼례를 한 후/ 사천이백 에이커의 사막 위에/ 불의 신이 세운 바위산 조각예술/ 사랑의 기념탑들이다// 바위들에서 선사시대인들의 근육이 꿈틀댄다./ 원주민 인디언들의 나체와 얼굴이 움직인다./ 붉은 암벽 구멍들에서 사람 잇몸 냄새가 난다./ 바위 주름 속에서 인디언 담배 연기가 솟는다./ 넓은 암벽에 새겨진 상형문자들/ 사슴 가족이 소풍을 간다./ 도마뱀들이 노래자랑을 한다./ 코요테들이 달리기를 한다./ 토끼들이 방울뱀들과 술래잡기를 한다./ 인디언 여인들이 바구니와 짚신을 만든다.// 자연은 사랑을 한다./ 우주가 사랑을 한다./ 사랑은 예술을 낳는다.// 내가 사람과 불이 되었다./ 산양들이 나를 동생이라고 부른다./ 나의 눈썹 위에 구름이 시를 쓰고 지나간다./ 나의 얼굴에 바람이 시를 쓰고 지나간다./ 나의 가슴팍에 구름과 바람의 상형문자가 박혔다.//
* 미국 네바다주의 국립공원 제1호.

Big Four Mt.(Ice Caves)* / 김영호
산문에서 정상까지/ 사람들이 설화 만발한 나무들로 서있다./ 집에선 비를 맞아 깊게 젖었던 사람들/ 이 산에서 눈꽃 반발한 팔을 들어/ 하늘에 찬양을 하고 있다./ 비가 어이 이 산에선 꽃눈으로 피어날까./ 나무 마음이 온유하기 때문이리라./ 산 마음이 사랑 충만하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이 산에 올라 나무 마음 산 마음하여/ 비가 설화로 피었다.// 비가 내리는 집에서도/ 나무 마음 산 마음 하면/ 번뇌가 눈꽃 피리라./ 고독이 눈꽃 피리라./ 나무 눈 산 눈이 뜨이면/ 집이 설산이리라./ 속세가 설국이리라.//
* 시애틀 북쪽 Granite Falls의 얼음동굴이 있는 산.

산타 클라라 (Santa Clara)의 K군* / 김영호

선생님의 강의를 알아듣지 못해/ 영어 보충수업을 받던 K군/ 학업의욕을 잃어 등교를 하지않고/ 공원이나 거리를 떠돌던 K군/ 고국의 학교 급우들에게서 따돌림과/ 폭력을 당한 후 자퇴를 하고 이민을 왔으나/ 밤낮 일을 하는 부모님/ 고민을 이야기 할 사람이 없어/ 길을 잃고 방황하던 K군/ 38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그의 외로움과 불안한 고충을 들어주며/ 함께 길을 모색하고 함께 햄버거를 먹으며/ 함께 기도하고 함께 울었던 그 K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우리 둘이 함께 하던 기도소리/ 귀를 열어 조용히 듣던 산타클라라의 해/ 오랜만에 찾아온 주름진 나의 얼굴을/ 자비의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 필자는 1980년 산호세의 산타 클라라 고등학교에서 잠시 영어 선생을 했다. 나의 수업을 들었던 교포 학생 H양을 시애틀에서 만났으나 K군은 만나지 못했다.

 

'시詩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향림 시인  (0) 2022.03.03
홍수연 시인  (0) 2022.03.02
박남규 시인  (0) 2022.02.25
구인배 시인  (0) 2022.02.24
조재도 시인  (0) 2022.02.2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