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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성다영 시인

by 부흐고비 2022. 6. 2.

성다영 시인
1989년 태어났다.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데뷔.

 

서교동의 수상한 식물 가게, 큐이디

큐이디 공동 대표이자 시인 성다영은 식물은 언젠가 죽는다는 점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평생의 동반자로 식물을 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식물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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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은 숫자 / 성다영
도로에 커다란 돌 하나가 있다 이 풍경은 낯설다 도로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 풍경은 이해된다// 그린벨트로 묶인 산속을 걷는다/ 끝으로 도달하며 계속해서 갈라지는 나뭇가지//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다 예외가 있다면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공학자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렇기에 더 중요합니다 너무 작은 숫자에 더 작은 숫자를 더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은 비유다// 망할 것이다// 한여름 껴안고 걸어가는 연인을 본다 정말 사랑하나봐 네가 말했고 나는 그들이 불행해 보인다는 말 대신 정말 덥겠다 이제 그만 더웠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말하면 너는 웃지// 그런 예측은 쉽다/ 다영 씨가 웃는다/ 역사는 뇌사상태에 빠진 몸과 닮았다// 나무 컵 받침이 컵에 달라붙고 중력이 컵 받침을 떼어낸다// 물이 끈적인다 컵의 겉면을 따라 물방울이 아래로 모이는 동안 사람과 사물은 조금씩 낡아간다// 조용한 공간에 금이 생긴다// 되돌릴 수 없다//
* 2019 경향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투명한 얼굴 / 성다영
(여기서 시작해)/ (여기서 시작해)/ (여기서 시작해)/ 도시에서 열리는 과일은 대체로 수확하지 않는다 새가 그것을 먹는다 살을 제외한 열매의 다른 부분이 가지에 붙어있다/ 겨울이 지나갈 동안 그것은 얼고 녹는 것을 반복한다 이제 그것은 딱지처럼 나무에 앉았다/ 봄이 되면 저것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되지 않는다// 봄에 새로 돋아난 잎과 썩어서 말라비틀어진 열매가 한 가지에 붙어있다// 반복한다// 고기는 고기이기 전에 귀엽고 고기인 다음에는 맛있다 여자는 여자이기 전에 귀엽고 여자인 다음에는 맛있다/ 이상하지 않니?/ (여기서 시작해)/ (여기서 시작해)/ (여기서 시작해)*/ 그러나 누군가에게 법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죽지 마세요// 고무찰흙으로 포스터를 고정한다/ 더 세게 해봐/ 나는 은유를 해체한다/ 이미지가 흘러내린다/ 남편이 없다면 어떤 죄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간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든다/ 그는 숲을 헤매다 생각한다/ 이 산에도 주인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우리는 사랑과 정의를 부정한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는다/ 왜 멜로드라마는 계급투쟁으로 읽히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를 이용한다/ 우리는 우리를 구분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부정한다// 거기서 무얼 하나요, 어린 남자여// 인간에게는 시간성이 없다/ 나는 고향이 없다/ 고기가 그렇듯이// 나는 흘러내린다// 나는 너를 죽여야겠다//
* 데버라 리비, 알고 싶지 않은 것들
** 푸른잔디회 행동강령 중 하나

레디-메이드 / 성다영
지구의 시작은 봄일까 가을일까// 동네에서 강아지와 내가 산책한다/ 대문에서 할아버지가 나와 말을 한다/ 왜 사람 다니는 길에 강아지 다니게 해요?// 공원에서 강아지와 내가 산책한다/ 강아지는 흙과 풀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공원은 그런 곳/ 여기는 잔디 보호 구역 들어가면 안 돼/ 벤치에 앉은 연인이 강아지의 목줄을 세게 당기는 사람을 본다/ 무엇으로부터 잔디를 보호하는 걸까?/ 사람?/ 왜 잔디를 보호하는 거지?/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이 앉으려고?/ 잔디는 사람이 쓰려고 사람으로부터 보호한다// 나는 오늘 보는 것을 멈추기로 한다/ 나는 선을 넘는다/ 현재는 비윤리적이다/ 거기는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공원을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 법을 지키는 것은 쉽다/ 그림자는 가둘 수 없다/ 신은 질서가 없다/ 나는 먼저 웃고 먼저 슬퍼한다/ 나는 정리에 반대한다/ 어두운 기도실에서 기도를 시작한다/ 개인의 욕망은 기도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타의 끝은 자살/ 저는 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것이 문학 기법이듯/ 그냥 사는 것도 방법이다/ 버찌가 터진다/ 어디에선가 무언가가 태어난다//

보헤미안 랩소디 / 성다영
이제 나를 시작할 것이다/ 선언은 쉽다/ 대안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는 동안 조용히 손을 잡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남자/ 나는 꿈에서도 꿈을 꿔요/ 우리는 여기에 있다 집에 가 집에 가/ 엄마 나 여기 있어 돌아가 돌아가/ 부모가 널 낳은 걸 후회할 거야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우리가/ 신은 견디지 못하는 슬픔을 인간에게 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봤다 너무 슬퍼서 죽은 사람들/ 커튼이 무거운 소리를 펼치며 내려온다/ 긴장을 품은 채 잠에 들고 깨는 매일/ 여행처럼/ 내일도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더 꿈같은 꿈을 꾸고 싶어/ 커피보다 커피잔이 뜨거워서 마시지 못하는 동안 한 사람이 노래 부른다/ 따뜻한 피부/ 펄럭이는 깃발 소리/ 여름에 더웠던 만큼 겨울에 추울 것이다/ 잎이 떨어진다/ 열매의 색이 짙어진다/ 빛이 나는 겨울 전구/ 최대한으로 살기// 나는 모순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 알랭 바디우

물주름 / 성다영
우리는 합정동 까페에 마주 앉아 있다/ 너는 연필을 쥐고 몇개의 선으로 나를 그린다/ 무언가를 쥐는 방식이 어떻게 운명이 되는지 믿지 않지만 우리가 우리를 놓치거나 잡는다면/ 물 한방울이 떨어진다/ 향유고래 영어 이름이 슬퍼 인간이 뭘까, 그런 생각을 해 유자차의 유자를 씹으며 네가 말한다 번져오는 번져오는 유자 향이 좋다는 생각을 하자 건너편의 청소부가 쓰레기를 트럭에서 다른 트럭으로 옮긴다/ 오래전 인간은 향유고래의 내장을 꺼내 향을 얻었다 머리를 갈라 기름을 얻었다/ 비가 내릴 것 같다/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우리는 우리에게 기대어 걷는다//

행운은 여기까지 / 성다영
시작하기 전에 이미 시작하는 음을 들어봐// 왜 죽음이 순간이라고 생각해?// 이 까페에는 계단이 많다 계단에는 난간이 없다// 건물이 말한다/ 상상하지 않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나는 글자에 갇혔다// 재미없음이 나를 짓누른다/ 누가 나를 방해한다/ 기어코 시인이 되었구나 이제 행복하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끔찍하다/ 나는 견딜 수 없다/ 나는 새를 파는 시장에 가지 않는다/ 나는 개를 사지 않는다// 박제/ 동물의 가죽을 벗긴 다음 솜 따위를 넣어 살아 있을 때와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새롭지 않은 상상/ 인터넷 용어로 쓰일 때에는 타인의 실수나 잘못을 스크린샷 저장 등으로 캡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카타 콜록의 수화에는 가정법이 없다/ 볼 수 없어도 추억할 수 있다/ 발이 없어도 춤출 수 있다/ 나는 자연과 상관없이 움직인다/ 여기에 뭔가 있어/ 누군가가 누군가의 상상 속에 갇힌다/ 오해하고 싶지 않아/ 그가 둘러본다/ 얼굴은 소유를 거부한다*// 나는 유기되었다/ 쓸모있을지도 모르니 아직 버리지 말자// 원근법/ 이미지가 갇혔다/ 나는 나에 갇혔다// 예수는 겸손해서 남자로 태어났다// 길에서 오줌을 싸듯 남자가 화를 낸다/ 나는 분노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것은 예술이 아니다// 나는 창문을 찾아내 열고야 만다//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죽여라// 창문이 없다/ 창문을 연다//
⁕ 레비나스

유리 온실 / 성다영
여기 어딘가에 열리는 창이 있을 거야// 사람들이 길을 따라 걷는다// 어는 더워져서 입고 있던 겉옷을 벗는다/ 내가 겉웃을 들어 주겠다고 하자 니는 내 양손까지 들어주고 하고// 신성한 곳에서 사랑을 나눌지도 몰라요/ 다음 가사가 외워지지 않는다// 가사가 정말 좋지 않아요?// 천장 위로 쏟아지는 햇빛// 강아지의 뼈/ 그 위로 부드럽고 빈틈없는 털// 두려움 없는 강아지는 짖지 않아요// 이게 나쁜 일은 다 잊어요// 숨기고 감추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더 해칠 뿐입니다/ 나이와 장애 유무 성 정체성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 할 권리가 있습니다// 콘돔 상자 뒤에 적힌 문구를 보고 사람들이 울었다 몇몇은 감동해서 친구/ 에게 메시지를 보내다// 앙상한 나무와 바깥으로 뻗은 가지/ 나무 위에는 건물이 있고/ 창 앞에는 무언가를 보는 여자의 이미지가 있다// 보는 것에는 경제가 있다//

하얗고 깨끗한 손 / 성다영
다시 비가 그치자 새가 날아들었다/새는 집도 없고 옷도 입지 않는다// 하만 그건 새잖아요// 커피가 식어 가고 있다// 교정 기계가 취소선을 긋는다// 커피가 식어 간다// 이렇게 써도 충분한데 왜 굳이 있다고 쓰는 걸까 기계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잎이 우거진 나무에서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새를 본다// 기계는 커피의 온도를 안다/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이 식는다는 것을 안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것은 쉽다/ 카페 안과 밖에는 사람과 사물이 있다 제주도에 난민이 있고 나도 당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있다/ 그래도 말한다// 내가 나처럼 말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슬프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가 될 수 없다 날개가 있다 해도// 비가 온다// 가지 않는다//

대게의 나라 / 성다영
횟집을 지나가는 사람이 말했다 정말 싱싱하다/ 그렇게 말하고 먹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지는 것이 이상했다// 대게는 먹이가 없으면 동족끼리 잡아먹는다/ 그것도 없으면 자기 다리를 잘라서 먹는다// 모래도 진흙도 없는 수조에서/ 다리가 묶인 채 레고처럼 빈틈없이 쌓여 있는 큰 게야 누가 너의 이름을 대게로 지었니// 삼 년 전 강남역에서 남자에게 살해당한 여자에게 한 남자가 말했다 다음 생엔 남자로 태어나길 그리고 그는 대게에게 말할 것이다 다음 생엔 인간으로 태어나렴// 나는 바다에서 유영하는 게들을 상상한다/ 더 어둡고 더 깊은 바다/ 그리고 음식에 관하여 생각한다/ 어느 동물권 운동가의 인터뷰/ 엄마가 있거나 얼굴이 있는 것은 먹지 않아요/ 그러나 얼굴이라는 것은 너무 인간적인 생각이 아닐까/ 나는 큰 게 해삼 버드나무 플라타너스 이름을 모르는 나무 우듬지의 아주 작은 벌레의 얼굴을 떠올린다// 여기에 인사하는 나무 있잖아요/ 누군가 말했을 때/ 사람의 손 모양이 아니라 흔들리는 나뭇잎을 먼저 보는 것처럼//

그는 알고 있다 / 성다영
남편이 죽었어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자코메티는 여자가 소리치는 곳으로 뛰어가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무엇을 도와 달라는 것일까/ 여자도 자코메티도 알 수 없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 셔츠를 다려서 가방에 넣는다/ 배우지 않아도 나는 셔츠를 다릴 수 있다/ 자코메티는 보는 것을 하고 싶다/ 알고 있는 것을 잊고 싶다/ 자 이제 모르는 것을 시작하자//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그래 솔직하게 말해 보자 아버지는 도축자였다 나는 동물의 머리가 꽃잎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 적 있으면서도 외면했다 나는 지나치게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더 솔직히 말해 보자 이 글을 쓰는 중간에도 동물 시체를 먹었다// 나의 사랑은 신성하다/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르겠어/ 널 좋아해/ 떠오르는 것이 없어도 만든다 나는 작가니까// 상기 이미지는 연출된 이미지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YH W H// 너무 사랑하는 것의 이름을 부를 수 없다 너무 사랑하면 죽이기도 하지요 봤어요 신문에서/ 왜 여자만 죽어요?/ 울었어요/ 발음하는 방법을 잊어버렸어요/ 실제 상황은 황당하지/ 지어낸 이야기 아니야?/ 너는 누구를 흉내 내고 있는 거야?/ 소재 도둑? 데이트 폭력자? 자코메티?/ 그냥 관심 끄는 거야// 자코메티는 누구를 헐뜯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덧붙이면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이렇게 끝낼 수 없다 그렇게 끝낸 사람도 있지만/ 내가 몰라서 이러는 것 같아요?/ 이런 말 하면 뺨을 맞겠지만/ 그래도 한다/ 요즘엔 이런 이야기를 하면 큰일 나지만/ 이건 오프더레코드지요/ 여러분 배고프지 않아요?/ 이렇게 끝내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우리끼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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