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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 윤기

부흐고비 2022. 6. 2. 09:09
번역문과 원문


부모 없는 사람 있으랴만 효자는 드물다.

人孰無父母 而孝者盖尠
인숙무부모 이효자개선

- 윤기(尹愭, 1741〜1826), 『무명자집(無名子集)』 책10, 「독서수필(讀書隨筆)」

 

『무명자집(無名子集)』은 ‘이름없는 사람의 문집’이라는 뜻이다. 본래 27책으로 구성되었지만, 전해지는 것은 시를 모아둔 6책, 편지와 제문, 설 등 산문을 모아둔 13책뿐이다.

 

해설


윤기의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경부(敬夫), 호는 무명자(無名子)다. 5,6세에 한시를 지을 정도로 총명하였으나 50대에 늦깎이로 과거에 합격한 인물이다. 독서수필(讀書隨筆)은 ‘책을 읽고 붓 가는 대로 쓰다’ 정도의 의미다. 무명자는 ‘부모님께서 살아계시면 멀리 나가지 않으며 나갈 때 반드시 일정한 소재가 있어야 한다.〔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라는 『논어』 내용을 읽었던 모양이다. 글을 읽다가 세태를 돌아본 그는 “세상에 부모 없는 사람 없지만 효자는 드물다.”라고 한탄하였다. 세태가 어떠했기에?

멀리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나가고 들어올 때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는다. 가고 싶은 곳을 갈 뿐 어디 간다고 고하지 않는다. 나가서 며칠 밤을 보낸 뒤 돌아오기도 한다. 일이 있어도 돕지 않고, 손님이 있어도 응대하지 않는다. 어디 가는지 물으면 ‘예’라고만 하고, 무슨 일인지 물어도 ‘예’라고만 한다. 부모가 참견하면 얼굴 찡그리며 짜증내고, 꾸중하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한다.

이렇게 행동하는 자식들의 속내도 무명자는 엿보았다.
내가 나가는데 왜 물으며, 내 일에 왜 참견하는가? 늙은이는 주는 밥이나 먹고 사다 주는 옷이나 입어라. 제발 입을 닫고 잔소리하지 말아라. 나다니지 말고 방안에만 있어라. 부모가 나가려고 하면 말리는데 겉으로는 걱정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존중받을 만한 인물이 아닌 부모’를 무명자는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이런 행동이나 생각 또한 자식의 도리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요컨대 “이처럼 쉬운 것도 실천하지 못하는데 더 어려운 것을 어떻게 바라겠는가”라는 것이 무명자의 생각이다. 충효(忠孝)를 중시했던 전통시대에 저와 같은 젊은이의 모습이 눈에 찼을 리 만무하다. 무명자의 한탄에 공감한다.

그런데 자녀의 저런 모습, 익숙하지 않은가? 200여 년 전 모습이지만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은가? “요즘 애들, 참 말세다. 말세!”라며 혀를 차는 기성세대의 푸념은 무명자의 한탄과 같지 않은가?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요즘 것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꼰대’라 지칭하며 반목한다. 젊은이들의 행동이 기성세대의 마음에 쏙 들었던 시절이 있었을까? 아마 유사 이래 없었으리라. 신세대들, 염려스러운 점도 있지만 얼마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가? 음악,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주름잡지 않는가? 노래하고 춤추면 ‘광대 짓거리’한다며 어른들은 걱정하셨고, 오락실 들락거리다 ‘학주’에게 걸려 종아리 맞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위대한 한류’가 되었다. 무명자의 한탄, 기성세대의 염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말세’라며 자학하지는 말자. 지금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갔을 200년 전 젊은이도 한때는 ‘요즘 아이들’ 소리를 들었고, 얼마의 세월 뒤에는 기성세대가 되어 자신이 들었던 핀잔을 늘어놓지 않았을까? 기다리면 젊은이가 늙은이 되기 마련이다. 긍정의 시선으로 응원을 보내자. 젊은이들도 “너는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다.”라는 선배를 꼰대 취급만 하지 말고, 그들의 경험담에 귀 기울여 보자.

글쓴이 : 정만호(충남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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