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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끊은 '첫 테이프'…다누리 '바통' 잇는다[코스모스토리]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는 모습.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고도 700㎞ 상공에서 초속 7.5㎞의 속도로 성능검증위성을 궤도에 안착시켰습니다.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 실패를 딛고 일궈낸 역사적인 성공의 순간이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 1990년 과학로켓 개발을 시작으로 30여년 만에 한국형 발사체를 성공적으로 발사시켰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1톤급 위성을 우주공간에 실어 나를 수 있는 7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우주강국을 향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습니다.

항우연은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시켜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과 화성까지 독자적으로 수송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누리호 후속으로 개발 예정인 차세대 발사체(KSLV-Ⅲ)는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중으로, 오는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 9330억 원을 들여 개발될 계획입니다.


우주탐사의 시작…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


다누리 발사장 이송 전 최종점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주공간 수송능력 고도화와 동시에 우주탐사 계획도 진행됩니다. 한국형 첫 달 궤도 탐사선(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 KPLO) '다누리'가 그 주인공인데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고안된 달 탐사 계획이 2020년 달 궤도선 발사 목표로 구체화됐고, 기술 개발 및 협력 끝에 그 결실인 다누리가 오는 8월 3일 케이프 커내버럴 미국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면서 우리나라도 우주탐사의 첫 발을 내디딜 예정입니다.

항우연은 대국민 명칭 공모전을 통해 달탐사선의 명칭을 '다누리'로 정했습니다. 다누리는 '달'과 누리다의 '누리'가 합쳐져 '달을 남김없이 누리라'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팔컨9 로켓. 연합뉴스
 
한국형 달 탐사선 계획의 초기 단계인 다누리는 아쉽게도 누리호가 아닌 다른 로켓에 실려 발사됩니다.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발사체이기 때문에 달까지 위성을 보내기 위해선 누리호보다 더 강력한 발사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미국 민간 우주사업체 스페이스X의 팔컨9 로켓에 다누리를 탑재해 발사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지구를 떠난 다누리는 언제 달에 도착하게 될까요. 우리는 과거 미국 아폴로 계획 당시 지구에서 2일 이내로 우주선이 달에 도착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다누리는 8월 발사후 약 4.5개월 우주공간을 날아가다 12월에 달 본궤도에 진입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시간의 차이가 발생할까요. 항법의 차이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직접전이' 항법을 사용한 아폴로 계획과는 다르게, 다누리는 '탄도달전이'(Ballistic Lunar Transfer, BLT) 항법으로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됩니다.


달 궤도선 다누리의 탄도달전이 항법으로 달 궤도 진입 설명 영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캡처
 
이 항법은 미국 천체물리학자인 에드워드 벨브루노에 의해 전해진 방법으로 달에 천천히 접근해 달의 중력장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공전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BLT 항법이 직접전이보다 더 안좋은 방법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빠르게 지구를 벗어나 달에 도달하는 직접전이 항법은 달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다량의 추진체를 사용해 달 궤도 진입속도를 감속해야 합니다.

하지만 탄도달전이 항법은 직접전이 항법보다 더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죠. 즉 추진체를 적게 사용해 도달하는 만큼 더 작은 부피와 무게로 발사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누리는 어떤 궤도로 날아갈까요. 달에 진입하는 BLT 궤도는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 궤도가 있는데 이번에는 나사에서 제안한 궤도를 채용했습니다.

우선 태양을 향해 발사후 지구의 중력과 태양의 중력이 상쇄되는 라그랑주 1점(L1)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지구방향으로 다시 궤도를 수정한 다누리는 지구의 중력을 활용해 다시 접근하다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달 궤도에 진입한 다누리는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될까요. 크게 2단계 달 탐사선 착륙지 선정을 위한 고해상도 달 표면 촬영, 달 지질 및 자원 탐사, 달 자기장 구성 확인 및 지도 획득 등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임무 수행을 하기 위해 다누리에는 어떤 과학 장비가 탑재될까요. 주요 장비는 6가지입니다.

△항우연에서 개발한 5mm 고해상도 카메라 LUTI(Lunar Terrain Imager)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개발한 광시야 편광카메라 PolCam(Wide-angle Polarimetric Camera) △경희대학교에서 개발한 자기장 측정기 KMAG(KPLO Magnetometer)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개발한 감마선 분광기 KGRS (KPLO Gamma-Ray Spectrometer)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인터넷 검증기 DTNPL (Delay Tolerant Network Payload)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한 영구음영지역 관측 카메라 섀도우 캠(Shadow Cam)이 탑재됩니다.

특히 나사에서 개발한 섀도우 캠은 달의 극지방과 영구적으로 어두운 크레이터 내부를 관측해 물의 존재 여부를 탐색합니다. 오는 2023년 2월 3일 달 남극이 하지를 맞이하는데, 관측 일정도 이에 맞춰 진행될 예정입니다.

나사의 물 탐색 일정은 달 착륙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사람을 거주시키기 위해서는 물의 존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달에는 얼음과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어디에 얼마만큼 존재하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았죠. 다누리는 달 탐사에서 이러한 의문점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국적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


아르테미스 로고.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아르테미스 계획은 2024년까지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포함한 우주인들을 달에 보내는 것과 더불어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할 목적으로 트럼프 정부때 수립됐습니다. 이 계획의 이름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의 이름으로, 과거 유인 달 탐사 아폴로 계획의 후속사업이라는 점,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 달에 착륙한다는 의미가 반영돼 명명됐습니다.

아폴로 계획은 인류의 달 착륙이 목표였지만,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 착륙과 더불어 인류가 우주 진출을 시작하는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20년 10월 13일 유엔의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을 근거로 한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을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등 8개국과 체결했습니다.

한국도 이 협정에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5월 2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사흘 뒤인 24일 공식으로 협정에 참여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협정에 서명한 10번째 국가로 우주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가한 국가들. 미국항공우주국 홈페이지 캡처
 
아르테미스 협정에는 △평화적인 달 탐사 △모든 회원국이 사용할 수 있는 탐사 시스템 개발 △우주 발사체 등록 △유사시 상호 협조 △과학 데이터 공개 △우주 탐사의 역사적 장소 보존 △우주 쓰레기 처리 등 10가지 조항이 담겨있습니다.

우주조약 이후로 다국적 국가가 맺은 대규모 우주탐사개발 규칙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아르테미스 협정이 아닌 자체 달 기지 협정을 맺으면서 '반쪽짜리 협정'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는데요. 모든 프로그램은 정부기관 주도로만 이뤄지지 않고 민간기업 역시 상당수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발사체로는 스페이스X의 팔컨9과 팔컨헤비, 블루오리진의 뉴 글렌, ULA의 벌칸 그리고 로켓 랩의 일렉트론 로켓이 채용됐습니다. 또 루나 게이트웨이의 보급선에는 스페이스X의 드래곤XL가 채용됐습니다. 달 착륙선은 스페이스X가 사업자로 선정돼 아르테미스 계획에 맞춰 개량된 착륙선 '스타십'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 발사대에 기립된 아르테미스 1호.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현재 미국에서는 우주발사시스템(Space Launch System, SLS) 로켓에 나사에서 개발한 오리온 우주선을 탑재한 아르테미스 1호를 준비중입니다. 발사체가 화성 유인탐사용으로 설계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이지만, 현재까지 4번째 발사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일정이 다소 지연되는 모습입니다.

아르테미스 1호의 첫 비행은 우주인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으로 진행됩니다. 이후 발사에 성공한 뒤 달 궤도에 진입하고 지구 귀환도 성공한다면 2023년 발사 예정인 아르테미스 2호에는 실제로 우주인이 탑승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세계는 아폴로 계획 이후 다시 달에 사람을 보내기 직전까지 와있습니다. 본격적인 우주 개척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지요. 차세대 발사체를 통한 달 궤도 탐사선과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을 가진 우리나라도 예정된 미션을 성공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길 바라봅니다.
 
 
 
 
출처 : 노컷뉴스(202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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