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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서효인 시인

by 부흐고비 2022. 7. 6.

서효인 시인
1981년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명지대 문예창작과 박사.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가 있다. 제30회 김수영문학상, 2017 대산문학상, 제20회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 서효인
평화는 전투적으로 지속되었다. 노르망디에서 시베리아를 지나 인천에 닿기까지, 당신은 얌전한 사람이었다. 검독수리가 보이면 아무 참호에 기어들어가 둥글게 몸을 말았다. 포탄이 떨어지는 반동에 당신은 순한 사람이었다. 늘 10분 정도는 늦게 도착했고, 의무병은 가장 멀리 있었다. 지혈하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며 적혈구의 생김처럼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었다. 전투는 강물처럼 이어진다. 통신병은 터지지 않는 전화를 들고 울상이고, 기다리는 팩스는 오지 않는다. 교각을 폭파하며, 다리를 지나던 사람을 헤아리는 당신은 정확한 사람이다. 굉음에 움츠러드는 사지를 애써 달래며 수통에 논물을 채우는 당신은 배운 사람이다. 금연건물에서 모르핀을 허벅지에 찌르는 당신은 인내심 강한 사람이다. 허벅지 안쪽을 훔쳐보며 군가를 부르는 당신은 멋진 사람이다. 노래책을 뒤지며 모든 일을 망각하는 당신은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불침번처럼 불면증에 시달리는 당신은 사람이다. 명령을 기다리며 전쟁의 뒤를 두려워하는 당신은 사람이었다. 백 년이 지나 당신의 평화는 인간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당신이, 사람이라면.//

서른 몇번째 아이스크림 / 서효인
우리는/ 아직 아버지는 아니고/ 어머니는 더더욱 아니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에 적당할 나이/ 책상 위에 놓인 청첩장의 디자인을/ 살펴볼 나이 예쁘고 작은 종이에서 단서를 찾아/ 남의 삶 전반을 추리하는 나이 그럼 그렇지 그렇다면/ 대봉하는 나이/ 나는 오늘 저녁 좋은 아빠의/ 상징인 배스킨라빈스에 갔다/ 단단하게 얼어버린 설탕덩이를 뜨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손목을 애처롭게 여기는 나이이지만 카드를 내밀기 전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나이이며 포인트 적립과 사은품을 챙기며 드라이아이스가 되는 나이이다/ 초콜릿과 녹차가/ 섞이고 가운데는 단단한데/ 한갓진 데는 녹기 시작한 나이가 됐다 이렇게/ 얼마나 더 살아야 하나 20년 지나 30년/ 나는 은행과 약속을 했다 죽지/ 않기로 성실히 살기로 이 약속은 녹지/ 않는다 동료의 조모상을 알리는 문자가/ 온다 우리 할머니가 몇 살이더라/ 남의 삶 전반이 가늠되지 않는/ 나이 우리는/ 단 것을 먹으면 혀가 간지럽고/ 쓴 것을 먹으며 혀를 긁는다/ 건강을 위해 이렇게/ 내가 좋은 아빠다 죽지 않는 아빠다/ 노인의 빈소/ 모락거리는 연기/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제 할일을 다하고/ 30년의 장례를 준비한다/ 삼가,/ 열심히 녹으면서//

버건디 / 서효인
나를 닮은 것이 태어나는 날에 나는/ 그녀의 머리맡에 있었다 포도껍질처럼/ 쭈그러진 모습으로 벌레가/ 꼬이듯 지은 죄들이 떠올라 무서워 허공을/ 휘저어보았다/ 휘휘/ 날아가는 피냄새/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게으른 자여/ 이미 가진 자여 저지른/ 자여 휘젓던 손으로 뺨을 때린다 내 뺨을/ 나를 닮은 것들은 나를 닮아 슬프다/ 그것을 피라고도 하던데 가해자가/ 된 것이다 피라는 죄목의 가해자가/ 뺨 때리던 손은 벌레를 쫓기 몇 달 전에/ 마스터베이션도 하던 손/ 기도를 하던 손/ 누굴 때리던 손/ 휘휘 피가/ 쏟아졌다/ 포도의 껍질을 벗겨/ 나를 닮은 것에게/ 건넨다 입 주위가/ 붉다 용서를 빌며 싹싹/ 물티슈로/ 손을 모아 닦는다/ 죄를//

7년 동안 / 서효인
7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섬마을에 근무하게 된 친구의/ 걱정을/ 오랜만에 하였다 우리는/ 7년 가까이 한 친구/ 걱정을/ 오랜만에 하면서/ 공무원 학원이며 학원 교재며 행정학 강사며/ 엉성한 스터디며 실패한 연애며 아는 대로 주섬주섬/ 답안지에 썼으며 불합격/ 통지서라는 것 대신 사표를 넣고/ 다닐 안주머니가 없는데 답안지를 6년째/ 밀려 썼다던 녀석의 운이 이제야 트였나/ 친구는 전라도 먼 섬에 있다고 한다/ 7년과 잘 어울리는/ 섬이다 7분만 있어도 돌아버릴 것 같은/ 섬이다 사방이 트인 바다를/ 안다 옥수역 환승통로에서/ 있다 7분이 7년 같았고 그새 살이/ 찌고 모발이 가늘어지고 발뒤꿈치에 각질이 생긴 친구와 악수하며 오랜만에 섬 소식 듣는데/ 급행열차는 7분 후에 떠나는데 걱정은/ 7년도 모자라고 섬 걱정은 이제 시작이고/ 발밑이 단단한지 뛰어본다 환승통로는 부르르 떤다/ 전철이 들어오고 나는 이제 뛰어야 할 판인데/ 섬에서 친구는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오랜만에 돌리는 페달, 나는/ 저것을 타야 하는데 친구가 자전거/ 안장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앉아 답안지를/ 내민다 7년 만에 만난 이 친구의 이름은?/ 흑산도 홍도 비금도 같은 거 쓰는데 불합격/ 통지서를 안주머니에 넣어주며/ 점점 더 멀어져가네/ 급행열차 떠나가네/ 옥수역으로 다가오는 그다음 열차의 내장에서/ 해안선 복잡한 섬들이 두꺼운 옷을 부딪치며/ 7년째 오고 있다//

살 / 서효인
할머니가 그때 그러니까 겨우 오십몇 살이었을까 할머니는 내게 언제나 할머니인데 할머니가 스물한 살이었대도 할머니가 열다섯 먹었다고 하더라도 할머니는 할머니인데 할머니는 구십 살이 되었고 그때 내가 여섯 살인가 다섯 살인가 하던 때에 영광통사거리 시장 한가운데 바닥에서 그악스레 발버둥을 치고 떼를 쓸 때 할머니 나를 말린다고 손을 뻗다가 눈 밑 살 긁어 상처 냈을 때 그때 쉰몇 살이던 할머니는 왜 손톱이 길어서는 내가 왜 손톱이 길어서는 내가 벼락 맞을 이 손톱이 어째 이리 길어서는 내 새끼 살을 파버렸을까 하던 할머니가 그러니까 이때 아흔 살이 되어서는 시퍼렇게 된 손톱으로 등허리의 욕창도 긁지를 못하게 되었는데 내가 몇 살인가 몇 살이나 먹었는가 아직도 이토록 그악스럽게 발을 구르며 손톱 깨물며 살고 사는 중에 내게 할머니는 그래도 할머니인데 죽은 할머니는 할머니가 아닌데 여섯 살인가 다섯 살인가 하던 때에 나 괜찮다고 말이라도 할 것을, 다 아물었다고 그 파인 살이 어느 살인지도 모른다고 할머니한테 그러니까,//

박치 / 서효인
모든 도로에 도도한 박자가 흘러요 차선 마디 시이사이에, 네발로 진화한 인간의 굽은 척수를요 드럼의 피막(皮膜) 삼아서요 두들겨요 끼니처럼 사라지는 지난한 아스팔트의 익은 얼굴은요 언제나 갱충맞게 다시 나타나지만, 지나가면 그뿐- 우리는 길을 기억하지 않아요 박자에 껴묻혀 가다 섰다를 반복할 뿐, 박자가 몸에 들었어요 나이트에서 군무를 즐기는 그녀들의 가슴처럼요 한 개의 밤을 직립보행 하는 그들의 허리처럼요 박자를 기억하는 거죠 박자는 본능, 온전한 몸의 언어, 라디오는 틈틈이 센박과 여린박을 안내해주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거대한 도로를 굴러다니는 척수의 진폭은 요 일 년 전이나 일 년 후나 내비게이션의 맑은 목소리처럼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거든요// 핸들에 턱이 붙은 아줌마에게 도로는 궁상각치우, 궁상각치우, 뒤로 물러나고 집에서밥이나하지도로에쳐나와서는감히박자를깨뜨리나,를 안면에 붙인 굽은 척수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도한 오후의 거대한 칸타빌레, 아줌마는 눈을 질끈 감고요 빗나간 차선에서요 엇박의 악센트를 크게 그렸다지요//

카누를 밀며 / 서효인
누를 미는 마사이족은/ 미시시피 강의 거친 호흡을 바라보며/ 잠시 걷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어째서 이 물살 한 칸 오르는 일은 이다지 힘이 드는가// 마시이 워킹으로 초목을 걸어 누빌 때/ 둥글고 부드러운 발바닥에 닿는 거친 풀들/ 얼룩말의 향긋한 똥들/ 그는 가끔/ 뛰어올라 발바닥 박수를 치기도 했었는데/ 표범이 없는 킬리만자로처럼/ 이제 걸을 수 없는 마시이족은/ 워킹? 걷는 일에 대하여 깊이 생각한다// 강에 누운 얼룩말의 무늬/ 마사이족의 찌그러진 콜라 캔 같은 표정 위로/ 뭇 이의 감수성과 공명심이 흘레붙어 달려든다/ 카누의 바퀴를 밀여 마사이족은/ 기나긴 강물 위 얼룩말의 가죽을 벗겨/ 한 땀 한 땀 말아 쥐며/ 파란불의 호위를 받으며 워킹하며/ 횡단의 마지막에 와서 또 깊게 생각한다// 어째서 이곳은/ 길과 길을 지키는 턱과 턱들의 장애(障碍)가 이다지도/ 힘이 센가//

눈알에 지진 / 서효인
우리의 주소를 말하면/ 우리 사는 곳의 시세가 떠올라/ 우리의 사는 정도가 계산되는/ 우리의 이웃을 사랑한다 발밑을 보며/ 물론 발밑에는 땅이 있지 내 것이 아닌 사랑아/ 소유할 수 없는/ 미래와 가치와 성공과/ 거짓말/ 저는 지금 광고를 보고 있습니다//

기계 / 서효인
에스컬레이터에서 노인은 발을 헛디뎠고 뒤통수가 조금 찢어졌다. 노인의 핏자국은 에스컬레이터의 벨트 속에서 영원한 회전에 들었다. 피가 돌고 있었다. 노인은 에스컬레이터를 원래 무서워했다. 무서워하는 것 앞에서 넘어지는 일은 얼마나 우스운가. 노인의 파마머리 뒤에 붙은 크나큰 반창고처럼 우숩다. 기계는 아무리 우스워도 웃지 않는다. 그런 것을 배울 수만 있다면…… 노인의 손자가 노인의 피가 회전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루에 한 번 병원엘 찾아왔다. 노인의 피는 희미해져 있었다. 희미한 것이 돌고 돌아 손자의 손끝까지 와 있다. 손자는 손목을 긋는 상상을 한다. 노인과 손자는 병원 밥 대신 설렁탕을 사 나눠 먹고, 발을 헛디딘 것에 대해 의논한다. 손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젊은이처럼, 패륜아처럼, 개처럼, 닭처럼, 기계처럼, 그는 돌고 있다. 영원히 발을 헛디디면서, 피를 지우면서.//

헤르체고비나 반성문 / 서효인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참호를 만듭니다/ 삽의 끝이 점점 둥그렇게 변합니다/ 삽을 쥔 손가락이 삽이 됩니다/ 손을 달고 있는 팔이 삽이 됩니다/ 팔을 지탱하는 몸통은 진즉에 삽입니다/ 허리가 삽인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삽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삽이라서 죄송합니다/ 참호의 방향은/ 오전 10시 어머니의 심정처럼/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어/ 그냥 밑으로 파고들기로 합니다/ 이삿날의 침대 밑이랄까/ 최후의 5분이랄까/ 인종 청소랄까/ 빵을 위한 새벽의 긴 줄이랄까/ 친절을 가장한 린치랄까/ 군인 앞에 선 추녀 이교도랄까/ 유기견의 성대랄까/ 상상해서 죄송합니다/ 말이 많아 잘못했습니다/ 삽이 된 몸이 총자루를 꼭 그러모으고/ 언 땅에 머리를 박습니다/ 차마 아무도 쏠 수가 없고 해서/ 밑으로 열심히 파고들기로 합니다/ 우리의 종교는 삽에게 알몸을 내어주던/ 땅 아래에 있었군요 가만히/ 서로의 바닥을 봅니다/ 참호 안에서 우리끼리/ 죄송하다 말하고/ 괜찮다고 대답해봅니다//

마그마 / 서효인
아이티에서 진흙 쿠키를 먹는 아이를 보면서 밥을 굶지 말자. 진흙 같은 마음을 구웠다. 내전이 빈번한 나라처럼 부글부글 끓는다. 라면 같은 그것을 날마다 먹어야 한다. 스스로를 아끼자, 스프 같은 마음을 삼켰다. 한 장의 휴지를 아끼기 위하여 코를 마셨다. 자위를 삼갔다. 물로 닦았다. 성병 걸린 르완다 여자애를 떠올리며 성호를 그었다. 이마에서 배로 손가락을 옮길 때 손을 잘 씻어야지, 불현듯 다짐했다. 지진을 대비한 건물처럼 잘 휘어지는 마음. 변덕을 견디며 체위는 다양해져 갔다. 깨끗한 사람이 되기 위해 거품을 일으켰다. 부글부글 빨리 익었다. 모스크바에서 황산을 뒤집어쓴 베트남// 유학생 얘기를 들으며 편식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뭐든 차별은 나쁜 일. 풀과 나뭇잎의 색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쌀국수를 먹을 때는 꼭꼭 씹는 게 중요합니다, 의사는 말했다. 할례 의식 중인 꼬마를 보며 의사의 말을 되씹었다. 꼭꼭// 씹어 삼킨 다음엔 양치질을 오래 하리라, 삐친 사람의 입처럼 벌어지지 않던 꼬마의 그곳이 벌어지자 치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마그마처럼 헛구역질을 하며 괴상한 소리를 내 본다. 뜨거운 다짐들이 피부를 뚫고 폭발한다. 바로 이곳에 서 있다. 들끓는 마음을 가진, 괴물.//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 / 서효인
그때 당신과 나는 어깨를 걸치고 노래방을 나서며, 불콰하고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였다. 낯간지러운 새벽은 빠르게 골목을 점령했다. 우리는 온몸을 구겼다. 고향의 억양을 게웠다. 위장에 안착하지 못한 치들이 구불구불 쏟아졌다. 반짝반짝한 그들은 무엇이었나. 당신과 나는 몸을 비비꼬고 택시의 이마를 만졌다. 거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너희 같은 놈들은 태울 수 없다, 하였다.// 그때 당신과 나는 불 밝힌 어둠 속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서로에게서 더 깊은 상처를 찾으려 노력하였지.// 그때 당신과 나는 해저물녘 하늘에 감탄하며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였다. 가벼운 사람이 되기로 했다. 병을 든다. 수입맥주를 입가에 매달고 독일사람, 유대사람을 기렸다. 양 꼬치 냄새가 천천히 밀려든다. 테이블 사이로 조선족이 바삐 걷는다. 그녀는 무섬증을 숨기는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스피커를 뚫고나온 팝송이 그녀의 가슴골로 떨어진다.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지 못한다. 꼼꼼한 동작으로 타버린 양의 살점을 가려내었다.// 그때 당신과 나는 꼬박꼬박 서로의 빈 잔을 채우며 우리 둘은 정말로 착한 사람이라고 힘껏 부둥켰지.// 그때 당신과 나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물끄러미 하늘을 보았다. 차들은 출발하지 않았다. 하늘은 몇 점 남은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우리의 뒤를 채우고, 그것은 꼬챙이 같은 고장의 날선 사투리였다. 뒤돌아볼 사이도 없이, 너희 같은 놈들은,/ 구불구불한 말줄임표가 반짝반짝 나타나고,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부터 당신과 나는,//

아주 도덕적인 자의 5분 / 서효인
그는 다시 걷는 일에 골몰한다/ 도덕을 지키기 위하여// 청한 짐승의 내장을 빠져나오다 몇 명의 여성과 몸이 닿았다 정중하게 사과하고 싶었으나 여성들은 걷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노력하는 모습은 도덕적이다 그는 노력이 부족해 몸을 맞대 었고 냄새가 나지 않았을까 걱정하지만, 걱정하는 마음은 비윤리적이다 그것은 멍청한 짐승의 냄새였고 짐승에게는 도덕이 없다// 지갑을 꺼내려 오른손으로 본인의 엉덩이를 만진다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도덕적이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사랑하여야 하고 지갑은 없고 깊은 구멍에는 바람만이 가득하다 쪼그린 자세로 개찰구를 빠져나와 주위를 살피지만, 두리번거리는 일은 윤리적이다 그것은 당혹스러운 찰나였고// 순식간에 지갑을 빼내가는 짐승은 없다// 생각이 없는 동물처럼 몸을 둥글게 하고 계단을 탄다 계단을 움직이기 위하여 쓰이는 전기를 생각한다 절약은 악행이고 모든 계단은 악마의 아들이다 걷는 일에 다시 노력을 기울이며 앞일을 가늠한다 생각하는 일 자체는 지극히 윤리적이고 생각만으로 발기가 될 수도, 도로 죽을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정신이 있다// 계단의 끝에는 전단을 뿌리는 늙은 여자가 있다 계단의 중간에는 구걸하는 남자가 있다 계단의 처음에는 그의 정신이 있다 그의 모든 주머니에서는 사람 아닌 것들이 꺽꺽 울고 있고 눈물은 짐승의 버릇이다 그는 울음 속에서 자신을 증명할 수 없고 그것은 비윤리적이다 손에 들린 전단지 속, 맥주는 착하게 담겨 있다// 그는 전단지 버릴 곳을 찾는다/ 도덕을 지키기 위하여//

여수 / 서효인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다시는 못 올 것이라 생각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고, 비를 머금은 공장에서/ 푸른 연기가 쉬지 않고/ 공중으로 흩어졌다/ 흰 빨래는 내어놓질 못했다/ 너의 얼굴을 생각 바깥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것은/ 나로 인해서 더러워지고 있었다// 이 도시를 둘러싼 바다와 바다가 풍기는 살냄새/ 무서웠다 버스가 축축한 아스팔트를 감고 돌았다/ 버스의 진동에 따라 눈을 감고/ 거의 다 깨버린 잠을 붙잡았다/ 도착 이후에 끝을 말할 것이다/ 도시의 복판에 이르러 바다가 내보내는 냄새에/ 눈을 떴다 멀리 공장이 보이고// 그 아래에 시커먼 빨래가 있고/ 끝이라 생각한 곳에서 다시 바다가 나타나고/ 길이 나타나고 여수였다// 너의 얼굴이 완성되고 있었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네 얼굴을 닮아버린 해안은/ 세계를 통틀어 여기뿐이므로// 표정이 울상인 너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무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압해도 / 서효인
아침에 이모부가 누운 채 돌아가셨다는 소식 있었다. 섬에는 다리가 놓였고 바다를 누르던 앞발도 서럽게 단단하던 갯벌도 천천히 몸을 돌리던 철선도 사라진다. 영구차가 다리를 건넌다. 섬사람이 없는 섬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바다가 다리 밑에서 조용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이모부는 배 농장을 하던 땅과 놀던 땅 모두를 농협 조합장 선거에 갈아 넣었다. 이모부는 즙처럼 누워 쓸쓸히 편했고 압해는 바다를 꽉 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모는 꽉 눌린 생물이 되어 압, 압, 울음을 찾는다. 웃는 것일지도. 그녀의 표정이 바다를 압도하고 있었다.//

곡성 / 서효인
어르신들이 삭힌 홍어를 집었다. 나무젓가락 사이에 접힌 검붉은 살점이 달의 표면처럼 거칠었다. 그들은 냄새가 심한 음식을 곧잘 삼켰다. 옆 마을엔 고인돌이 있다.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린 아이들이 원시인처럼 걸었다. 버스 뒤에서 오줌을 갈겼다 벼가 살랑거렸다. 어르신은 혀를 찼다. 요즘 것들은 힘차기도 하지. 입안의 혀가 서해 먼바다 홍어처럼 날아다닌다. 어르신은 침을 흘린다. 마을은 기도원을 품에 두고, 옆 마을의 고인돌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오줌을 누고, 홍어가 침을 흘린다. 사람들은 오래된 모든 것의 냄새를 애써 피하는 버릇이 있다. 아이들의 오줌에서 홍어 냄새가 난다. 어르신은 침을 흘리며 관광버스의 성기를 본다. 버스가 출렁거리며 춤을 춘다. 고인돌을 향해 돌진한다. 턱에 묻은 초장처럼 계곡에 떨어진 버스가 있다. 어르신은 달을 본다. 기도원에서는 기도를 하고, 계곡에서는 침냄새가 난다. 노인은 떨리는 나무젓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고개를 기울이고, 아아...... 계곡이 입을 벌린다. 벼가 살랑거린다. 혀의 백태가 달의 얼굴처럼 거칠다. 관광버스를 들어 올렸다. 칠레에서 수입된 홍어가 철퍼덕 쌓여 있다. 벼가 살랑거린다. 홍어가 좆을 들고 오줌을 눈다. 노인이 기도한다. 모두가 고인돌 밑에서 쉴 새 없이 몸을 부딪치며 씻어내는, 인간적 냄새..//

신촌 / 서효인
휴가를 나와 모텔에서 하룻밤 잤다. 둥그런 침대와 커다란 거울이 있었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있었다. 할 일도 하지 않을 일도 없었다.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없었다. 각티슈 통을 보고 아무 번호를 눌렀더니 어떤 누가가 커피를 들고 찾아왔다. 서로 부끄러웠다. 부끄러움에 모로 누워 텔레비전만 보았다. 텔레비전에는 불순분자들이 분한 얼굴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출생의 비밀을 알아낸 주인공처럼 극적인 장면들이 평범하게 이어지고, 누나는 신촌에서 연세대로 기어 들어갔다고 한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누군가 가슴을 만지고 낄낄 웃었는데 말이야. 매워서 너무 매워서 단 커피가 생각났지. 우리는 호로록 커피를 불어 마셨다. 식은 커피를 왜 불었던 것일까. 식은 거리를 왜 걷는 것일까. 나는 오래도록 휴가를 썼고, 어디로든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 누나는 닭장차에 실려 다방으로 떠났다. 텅 빈 학교에서 건물 하나가 불에 탔고, 모델에서 벌거벗은 사람들이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살려 달라 울부짖었다. 누나는 없었다. 나는 결국 낯간지러운 최루 속에서 헌병대에게 겨드랑이를 내주었다. 상자 속 티슈를 꺼내 거기를 닦는다. 꽃병이 쓸쓸한 광경을 받쳐주고 있었다.//

이태원 / 서효인
내 음성은 거리에서 뭉개졌다. 외국인이 많은 번화가에서 당신은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나는 색이 다른 인간이 무섭다. 도사견보다, 삶보다, 증기기관차보다, 나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보다 더.// 도처에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른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기를 바라며 걸음의 볼륨을 높인다. 두 발로 딛을 수 있는 최대한의 보폭으로 다른 사람인 척 해본다. 뒤꿈치를 들어 당신의 뒷모습을 찾는다.// 동물이나 산업보다 무서운 인간의 직립, 걸어 떠난 당신은 지금 지구 바깥에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의 공포는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번화가의 가나 사람을 껴안는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최대한의 보폭으로 살았고 여기에 이르렀다.// 나는 색이 다른 사람이 된다. 소리 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자세로 여럿이 한꺼번에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들이 싫다 나보다도 더.//

불광동 / 서효인
젖은 박스를 검정 고무줄로 정리하는 노인의 자박자박하는 소리가 있어 나는 휘발유처럼 조심스럽게 도로의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거기에서//

선배, 페이스북 좀 그만해요! / #서효인
빠른 육공인 그 또한/ 파란색을 좋아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여기저기 말 붙이기도 좋아했을 것이다 묻는 말에/ 답하는 것일 뿐이지만 그것이 그의 직업이었을/ 것이고 사람들이 좋아했을/ 것이다 좋아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것이다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다 질식해 죽을 일도 없고 비틀어진 치열도/ 상관없지 이를테면 10월 31일이면 어떤 노래가/ 떠오른다며 서로를 추어올리는 #낭만 의 대가들, 때때로/ 광장의 #혁명가/ 저돌적인 #자본가/ 발기부전 #환자/ 집권당의 #당원/ 리버럴 #중산층/ #현대프랑스철학 은 알아도 #페미니즘 은 모르는 시민/ 평생 종편 뉴스는 안 보지만 포르노는 종종 보는 사람/ 어느 동네든 맛집을 두루 아는 사람 내장비만인 사람/ 뭐든 극단적인 건 싫은 사람 산이 좋은 사람/ 등산 가서 셀피 찍는 사람 꽃이 좋은 사람/ 대리운전 기사가 한낮에도 오는지 안 오는지 알기/ 싫은 건 모르고 모르는 게 약이고 그래서 약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함을 #좋아하는사람/ 좋은 게 좋고 죽어도 좋아서 우리는 한잔했다/ 빠른 육공인 그도 #페이스북 에 글 좀 썼을 것 같다/ 미안하지만 #희망 에 대해 말하자면/ 죽은 사람은 계정을 새로 팔 수 없으며/ 나는 계정이 있고 살아있는 한 뭐라도 좋아할 예정인데/ 선배님이 제 #롤모델 입니다./ 빠른 육공이 시퍼렇게 웃는다/ 북한산 꼭대기에 그득 찬 #미세먼지 가/ 비뚤배뚤한 치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질식사를 일으킨다./ 참./ 좋았다//

함박/ 서효인
이런저런 고기를 뭉친 고기/ 먹는다 광활한 대지에 선을/ 긋고 자를 세웠다/ 고기를 뭉친 고기야/ 고기라 할 수도 없을 것이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이들이/ 여기저기 뭉져 운다/ 짜고 맵고 떡떡한 것들이 뭉쳐서/ 아이의 광활한 속에 넣어지지 않고/ 함박 운다/ 후추처럼 소금처럼 마늘처럼/ 운다 함박/ 울지 말렴 소리 지르지 말렴 식기를 던지지 말렴/ 아이의 입은 더 크게 벌어지고 선이 지워지고/ 뭉친 울음소리들이 벽을 타고 올라 천장이 새까매/ 짜디짠 소스가 되어 뚝뚝 떨어지네/ 바닥에 떨어지네/ 허리를 숙여 닦네/ 계산을 하며 우네/ 주차된 차를 찾을 수 없고/ 영수증은 물에 젖었고/ 고기에서 번지는 아기 냄새/ 뭉쳐진 사람들이/ 마트의 코너와 코너 사이에 함박눈처럼/ 쌓여 구르네/ 미리 당겨온 다음 생애의 내 살점을 뜯어먹으며//

죄인의 사랑 / 서효인
범인은 벌을 받는다/ 죄인은 반성한다/ 반성을 위해서는 기억이 필요하고/ 똑똑히 기억할수록 성공적인 죄인이 된다/ 죄인은 질문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잘못했는가 무엇이 나인가 왜 나인가/ 이유에서부터 삶은 시작한다/ 지저분한 여행이 될 것이다// 동유럽의 다 늙은 사내는 양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그저 양 치는 목동이었는데/ 양을 겁탈한 순간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 죄인은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양과 무엇을 했는가 무엇이 사랑인가 왜 양인가/ 양이 운다 사랑을 나눴던 목소리가 아니다/ 죄인은 여행을 떠난다 다른 종의 살 속으로/ 죄인은 반성한다. 하필 두 발로 선 짐승으로 태어난/ 죄인은 받을 벌이 없다/ 양이 허술하게 뒷모습을 보인다/ 범인은 벌을 받지만 죄인은 여행을 떠난다/ 양의 주인인 아버지가 저벅저벅 걸어온다/ 무슨 벌을 받겠느냐,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물음// 너는 아직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수만 마리의 양이 철철 피를 흘리며/ 나의 반성 속으로 모가지를 드리운다//

명절의 질문 / 서효인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 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아직 잘 설명할 수 없어서/ 어른이 덜됐다고 느낀다/ 어른이 뭔데?/ 아이는 악마처럼 입에서 불지옥을 뿜는다/ 할머니를 어머니로 두는 것이지/ 왜?/ 너 때문이지/ 왜?/ 지옥의 입구를/ 가래나 호미로 막고 싶다/ 가래와 호미가 생김새를 모르듯/ 네 할머니의 불행과 행복을 나는 모른다/ 한 번도 관심이 없었고/ 그걸 아이는 확인받으려 하는 것 같다/ 왜? 할아버지가 둘이야?/ 나는 입이 무거운 농사꾼이 되어/ 땅을 고른다 거기에/ 너무나 많은 마늘이 있었다/ 왜냐면/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할아버지가.//

질투와 주접 / 서효인
질투는 드라마에서처럼/ 누군가를 좋아해서 생기는 감정은 아니다. 그것은/ 제가 저를 너무나 좋아해서 생기는 습기 같은 것이라/ 해수욕장의 발바닥처럼 털어도 털어도 모래가 붙는다/ 도넛 방석 위에 앉아 불 꺼진 모니터를 바라보면/ 거기에 진짜 내가 있다 늠름한 표정으로 나는/ 내가 좋아서 미치겠는 날도 많은데 남은/ 나를 좋아해 미칠 수는 없겠지 오늘은/ 동료가 어디 심사를 맡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후배가 어디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그 녀석이 저 놈이 그딴 새끼가 오늘은 습도가 높구나 불쾌지수가 깊고 푸르고 오늘도/ 멍청한 바다처럼 출렁이는 뱃살 위의 욕심이/ 멀미한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나는/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변명하고 토하고/ 책상 위에 앉아 내 이름을 검색하고/ 빌어먹을 동명이인들 같은 직군들 또래들 심사위원들 수상자들 주인공들 나는 내가 좋아서 미치 겠는데 남들은 괴이쩍게 평온하고/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안 그런 척 하는데 나는/ 나 때문에 괴롭고 나는/ 나를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고/ 늠름한 표정으로 슬리퍼를 털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화장실 간다./ 오줌을 누는데 보이는 건 불룩한 아랫배가 전부/ 이런 나라도 사랑할 수 있겠니./ 대답 대신 쪼르륵/ 물 내리는 소리 들린다/ 푸르고 깊은 몸 곳곳에 해변의 모래가 들러 붙어서/ 사무실에까지 왔다. 질투는/ 드라마처럼 로맨스 같은 구석이 있다. 오늘은/ 예고편에 불과하고 내일은 동료와 친구와 선후배와 옆자리와 뒷 자리와 동명이인과 같은 직군과 비슷한 또래와 노인과 젊은이와 이토록 연안에서 깊이 추잡스럽겠지만 드라마틱하게도/ 바깥은 평온하다 그것이 나를 더 미치게 하는 줄도 모르고,//

육교에서의 친구들 / 서효인
낡은 육교를 지날 때 둘은 손가락을 걸쳤다가/ 층계의 마지막 칸에 와서야 깍지를 끼었다/ 그리고 다시 지상이었다 눈이 오네,/ 눈을 보며 우린/ 모두 친구였는데 지금은/ 페이스북 친구다 눈이 오면 눈이 온다고/ 사진을 찍어 남긴다 눈 오는 날 먹기 좋은 메뉴를 파는 식당의 위치가/ 핀 고정 되어 있고 너는 고향에 그대로고/ 나로서는 다행이다 우리는/ 입시를 치르며 싸락눈처럼 뿔뿔이 흩어졌지/ 서로를 첫사랑이라 착각하거나/ 초콜릿을 나눠 먹거나 했지만/ 무엇 하나 남기질 못했지/ 사진 한 장/ 태그 한 개/ 없지/ 눈이 왔었는데, 그날의 눈발이 같은 기억인지 다른 기억인지 육교인지/ 지하상가인지 알 도리가/ 그중 내가 착각했던 친구는 페북도 하질 않아/ 도통 소식을 알 수가 없고 조금은 섭섭해서/ 양손을 모아 깍지를 낀다/ 사진을 찍거나 핸드폰을 만질 손이 없어지고/ 그을리는 기억/ 낡은 육교 아래를 전철은 흘러간다/ 마지막 역에 와서야 깍지를 풀었다/ 그리고 다시 지상이었다 날이 좋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해/ 다행스러웠다/ 아무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어서/ 눈을 보며 우린/ 모두 친구였지만//

서효인과 딸, 사진 출처: Street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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