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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서형국 시인

by 부흐고비 2022. 7. 25.

서형국 시인
1973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2018년 월간 《모던포엠》 최우수 신인상으로 등단.

공동 시집으로 『시골시인-K』(공저)가 있다.

全人文學 회원, 시나무 동인, 문학동인 volume 회원.

 



꽃이 꽃배달 하면 / 서형국
뒤틀린 왼팔로 바지춤을 내리고/ 꽃 흐드러진 들에다/ 시원하게 물을 뿌린다// 고추 모종 심는 아낙들 깔깔대다/ ㅡ올해는 고추농사 풍년이겠네// 꽃 한 다발 꺾어 쥐고/ 어눌한 발음으로/ ㅡ어바 어바바// 아랫도리 건수는 잊고서 환하게 웃는다// 다섯 살부터/ 나이를 꽃밭에 뿌린 총각// 그 남자// 분명/ 꽃집 총각이겠지// 온 동네/ 꽃밭/ 주인이겠지//

개고생 / 서형국
짤 만큼 짜낸 시를 탈수기로 돌리면/ 돌돌 원심력은 최대한 멀리 생각을 떨어냅니다/ 그러면 낡은 문장이 행여 돌아올 길 잃을까 미련으로 묻어오다/ 자음과 모음으로 부서져/ 그림 형제 동화처럼 빵가루로 흘려집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눅눅한 약속을 탱탱한 다짐에 널면/ 반성은 마를수록 먼 황무지 보름달로 뜹니다/ 그 달 띄워놓고 마누라 구멍 난 검정 스타킹이라 쓰다가/ 새로 산 바지에 지져진 담뱃빵이라 읽다가/ 캄캄한 앞날에 밝혀진 등대 빛으로 덮고 눈을 감기도 합니다// 그러다/ 방법 없는 고민에 문득 배가 고파지면/ 나는 채 마르지도 못한 활자를 주섬주섬 주워 먹으면서/ 어느새 탈수길 삼류로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진실 혹은 거짓 / 서형국
남자에겐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는 나무/ 협상을 합시다/ 내 수중엔 이틀을 버틸 술값이 있고 당신은 나와 흥정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나는 오래 살고 싶고 명예를 갖고 싶으며 후손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소 단,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빈틈없는 제안이었다/ 날이 밝아 탁자엔 퇴고를 마친 원고 뭉치 위로 한 뼘이나 길어진 나무의 그림자가 꼭 두 잔이 모자랐던 술병을 끌어안고 연리지로 뻗어 있었다/ 세월은 흘렀고/ 남자는 헌책방에서 간간이 펼쳐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완벽한 거래였다//

약속 퍼즐 / 서형국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다/ 에라 모르겠다 뒤엎고 나니/ 텅 빈 마음이 골방에 걸어둔 쪽창 같아/ 밤을 끼워 넣습니다// 생각을 주입하니 서서히 부푸는 달/ 그 밝은 스위치를 꾹 누르니/ 조각난 다짐들도 하나둘 깜박이며/ 난장을 지릅니다// 여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문득/ 나는 지켜진 약속만큼 완성된 사람은 아닐까/ 생각해 보니/ 평균치보다 모자란 키가 0.1도 안 되는 시력을 데려와/ 슬그머니 어깨동무를 합니다// 작심할 때 빠져버린 어금니가/ 소파 틈이나 장롱 밑을 전전하는 동안/ 꼭 이 자리란 믿음은/ 한 그루 소나무처럼 굵직하게 맞춰져 있습니다// 브이 하는 사진에서 구석자리를 지켜낸 새끼손가락은/ 어제에 빚이 많아 오늘 뒤로 숨었는데/ 가만 떠올려 보니/ 기약 없는 밥 한 번으로/ 하고많은 인연을 뒤집어 끼웠습니다// 온데 흩어진 자신을 그러모으려/ 타인에게 묻어간 귀퉁이를 수소문하려는데/ 미안했던 마음도 홍조 띤 고백이 기특했는지/ 불끈 쥔 주먹이 천천히 엄지를/ 밀어 올리는 한밤입니다//

틈 / 서형국
저러다 죽지 싶어/ 거북이,/ 하고 우는 시집을 틀어주고/ 그래도 죽지 싶어/ 마른기침을 하나둘 핀셋으로요// 비좁을수록 안간힘을 썼는데/ 통점은/ 건드리지 못하고/ 신경, 질을 피해 우리는/ 돌아누울 작정입니다// 예뻐져야지// 나는 생각보다 비듬 같아서 털어내기도 붙기도 쉬운데/ 다들 불어내기만 하니까요// 남은 콘센트 구멍처럼/ 아무도 찌르지 않는 비명입니다// 거북이 거북이 소리가 멈추면/ 제 눈을 가시로 찌르는 선인장/ 죽은 줄도 모르고/ 가루가,/ 가루인 줄도 모르듯이// 여기는/ 천천히 쌓이고 조용히 일어나/ 개가 짖어도/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진심입니다//

등 / 서형국
이름을 가진 모든 것들이 무아의 세계를 뚫고/ 문명에 꽂혔다. 봄// 빛이 대기를 뚫고 대지를 찔렀고/ 계절은 계절을 뚫고 나무를 찔렀다. 여름// 돌아갈 길을 완벽히 지운 채/ 파이지 않는 비석을 찌르던 비는 노래가 되어/ 회귀 중인 수많은 이별을 찔렀다. 가을// 그러니, 겨울/ 텅 빈 원고지처럼 황량한 시간을 끌고서/ 너는 무엇을 뚫고 와/ 내 앞에 섰는가// 내게로 걸어온 길을 낱낱이/ 기억하는 사람아// 망막에 차오른 월광으로/ 뚫리지 않는 내 미래를/ 죽어라 파내던 사람// 그날 작렬한 달빛을/ 한순간도 막아내지 못한 안경을 가지런히 접어두고/ 찔린 듯 아픈 꿈을 꾸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악물고 돌아갈 길을 완벽히 지운/ 등이 있었다//

눈 / 서형국
어둑한 방파제/ 남녀가 뒤엉켜 있다// 한쪽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한쪽은 손톱으로 목을/ 후벼 파면서// 벌을 받고 있다// 인간이 지를 수 있는/ 극한의 발성을 쥐어짜 내며/ 사랑하는 사람의 마란/ 알아듣지 못하는// 벌// 거절할 수 있었는데/ 보여주고 싶었구나// 누구에게?// 불공평한 형벌에/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사소함으로 그들은/ 뉘우치고 있겠지// 신도/ 벌을 받고 있구나// 귀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소리는/ 눈을 덮지 않았을 텐데// 사력을 다해 침묵하는/ 꽃의 설욕에/ 긴 속눈썹이 자랐을 텐데// 나는/ 벌을 받고 있구나// 말을 하고 싶은데/ 눈을 떴으므로/ 귀를 덮고// 텅 빈 첫 장에/ 세상에 없는 手話를/ 새겨야 하다니//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면지의 배후를// 증명해야 하다니//

태허(太虛)* / 서형국
전지전능을 오래 거머쥔 것들은 간사하기가 인간 같아/ 새가 누리던 바람에도 압류를 고지했다// 완장의 각질로 부유하다가 가라앉은 새// 새니까/ 새쯤이니까// 숲으로 날아든 비보엔 얼어 죽은 전서구 위로 서리가 내렸다는 기사가 실렸다// 누르고 눌러/ 서리가 온몸을 얼려 서리를 막아설 때까지/ 죽어 더/ 죽어 보라고// 어느 날 서리는 슬픔을 알겠다는 듯 새를 잃고 자살한 나무에/ 목을 달아맸다// 이렇게는 아닙니다 외쳐도/ 무언가는 부정해야 하므로/ 두려운 이들은 스스로 입을 지웠다// 신이 되어 보지 못한 종족들만 말을 뺏기지 않았다// 새끼를 어미의 품으로 인도하는 길에게 신을 쥐여 준 적 있다/ 서리가 개처럼 키우던 아침에게 신이라 명명했을 때처럼/ 마치 내가 그들의 세상에 존재했던 것처럼// 소문이 구름같이 거짓말로 쓰일 때/ 처음으로 당신은 진실입니까 묻는 신을 만났다// 나는 가장 느린 가차라 대답하고/ 틀렸다 라는 정답으로 남아야 했다//
* 우주의 본체 또는 기(氣)의 본체.

친절한 권태씨 / 서형국
내 꽃을 탐하는 나비를 띄우고 미동 없이 시선을 따라 붙인다// 구걸하지 않았으므로 털어 낼 질투가 없는 날개// 무서웠습니까// 팔랑// 출구가 입구를 견디는 동안 혼자서는 움찔도 못 하는 것들/ 반쯤 비운 양주병/ 늘어진 카세트테이프/ 방문에 목을 맨 헝겊 인형에게 내어준 하루// 꽃이 오래 뻣뻣하지 못한 건 꽃이 아니라서다/ 나는 나비가 아닌데 나비라 죽지가 뻣뻣하다// 인내가 없어 무르익자 오감을 접고 자살하는 익숙// 출구는 저쪽입니다// 팔랑// 대략 이러한 내막이므로 일면식 있는 불안을 공손히 털어내고/ 나는/ 이 친절한 무료[無聊]를 기사화한다.//

가스라이팅 / 서형국
세 시에 밥을 먹고 식후 세 시에 약을 드세요. 세 시는 가고 세 시가 온다. 먼 세 시에 금연을 다짐하고 꿈을 꾼다. 세 시에 세 시 같은 꿈. 아무도 보지 않는 세 시. 색이 쌓인다. 연두 핑크 알비노. 나를 구조할 수 없는 결핍들. 높이가 없는 세상. 베개는 숨만 쉴 뿐인데 방은 끝없이 추락해. 낙하 없이 가질 수 없는 바람. 바람을 미는 건 바람. 함부로 디딜 수 없는. 아무도 울 수 없는 세 시. 풍경이 자란다. 창이 커질수록 작아지는 세 시. 의심은 세 시에 죽는다. 뭉치면 솜이 되는 숨. 던져도 닿지 않는. 소리의 벽이 가라앉는다. 라이터를 켰을 뿐인데 흥건한 방. 수심은 물의 창살로 선다. 아무도 듣지 않는 세 시. 멸종의 시간을 열고 세 시가 묻는다.// 몇 시나 됐소?//

회식 / 서형국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술집/ 제 팔이 뜯긴 줄 모르고 호객행위를 하는 간판/ 짜깁기 어려울 만큼 토막 난 친절이 한 접시 만 오천 원// 말이 필요 없는 대화가 있습니다// ㅡ 김부장김부장김부장// 먹물은 서비스지만 셀프랍니다// ㅡ 김부장김부장김부장// 닭장 앞에서 닭 모가질 틀어도// 닭 닭 닭 그 벼슬// 오 나의 쫄지 않는 부장님// 작년엔 박 과장의 어깨를 물었고/ 올해는 전처의 남편을 씹었다는 무적 투사// 부장은 그렇다/ 부장은 무는 것이다/ 감염되는 것이다/ 긁어모을 감사도 없는데/ 살이 썩어도 자라내는 손톱을 앓는 것이다/ 유난히 쓴맛 나는 속눈썹 몇 가닥마저 삼키는 것이다/ 그 안간힘까지 소화시키는 것이다// ㅡ 거스름돈은 됐습니다// ㅡ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산 사람의 유언일지도 모를 배웅으로 초점을 잃은 새벽/ 방역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스프링클러가 터지고/ 부장이 젖고/ 부장은 부장을 벗고/ 새 부장을 입고/ 싱싱한// 쌩 날것/ 김부장//

서양식 접대 / 서형국
누구를 찔러본 적 없어서// 칼을 쥐여주는 식당을 찾았다// 자세히 들어야/ 바늘로 철문을 긁는 소리와 똑같은/ 바이올린 연주// 귀는 꿈꾸는 순간에도/ 손톱 밑을 숨긴다// 그러니 악보를 소화시키기 위해/ 음식을 차리는 식당은 왜/ 존재하지 않는가// 눈이 돌아 토막 낸 소는/ 악장이 끝나는 틈을 타/ 플랜 B처럼 식탁에/ 오를 것이다/ 그러나// 박살난 와인잔이 주르륵 흘러도/ 담담한 벽처럼/ 너는// 한국말로 사랑한다는/ 러시아인 같고// 나는/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제물로 입양한/ 동양인 같구나// 체온 보다 낮은 온도에서 달궈진/ 테이블 위로// 속이 보이지 않는 디저트만// 남긴 채// 사람을 치워버리는/ 웨이터// 시럽을 엎었다는/ 생각//

균형 / 서형국
이것은 오래 누웠던 노인이 허리를 세우고 운동장을 잠시 걸었던 이야기다// 당연한 일을 떠올린다/ 다시 말해 당연하다고 믿는 일을 떠올린다// 가령,/ 근심이 무거우면 사소한 일도 기쁨이 되는 일/ 정물로 앉혀놓은 맷돌 밑으로/ 풀 한 포기 솟는 일// 그러니 무게는/ 짓눌린 쪽에서 합의한 신체포기 각서와/ 무엇이 다른가/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을 때마다/ 발목이 자랐다// 나는 지루할 정도로 웃고 싶은데/ 그러기에 충분한 입을 가졌는데// 터무니없이 입이 커지면/ 누군가는 반드시 발목을 잡았고/ 때론 그것이/ 사람일 필요는 없었다/ 부당한 일을 떠올린다/ 다시 말해 부당하다고 믿는 일을 떠올린다// 가령,/ 옳지 못한 일도 절실해지면 필요한 일이 된다고 믿는 일/ 정물로 앉혀놓은 맷돌 밑으로 풀 한 포기 솟은 일로/ 감히 내가 시를 쓰는 일/ 이것은 늙은 남자가 늙어버릴 남자를 무동 태워 40년 전 흑백사진 속으로 질주했던 그 오 분의 이야기다// 벌로 입을 받은/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hello / 서형국
이 마을에 닿아 나는 국가가 되었다/ 코끼리 무덤에서 거대한 상아를 훔친 자들이 세운 나라// 세상은 이 나라 국민들을 도망자라고 수배했지만 전생과 후생이 공존하는 나라에선 아무도 서로를 밀고하지 않았다// 오래된 여관의 명찰처럼 간신히 매달린 내 마지막 이름자로 자신만 인출할 수 있는 슬픔을 이체시키는 사람들// 빙점의 나라에서 보일러 수리공이었던 박씨가 끓는점을 연구하다 누대의 생을 통째 불사른 이야기/ 섬에서 벌침을 놓던 이씨가 혈자리를 찾다 죽은 자의 피가 고인 대문에 대나무를 꽂은 이야기/ 도시서 항구를 노래하던 정씨가 박자 놓친 손님의 탬버린을 사랑하여 평생을 수절하는 이야기// 벼락을 맞고서야 거머쥔 행운을 누릴 새도 없이 천 개의 인장으로 빼앗긴 대추나무의 사연 같았다// 제 몸을 다 태운 그림자처럼 까맣게 웃는 사람들/ 세상 모든 어금니의 무덤으로 망명을 요청하는 사람들// 그들이 소문낸 나라//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

지병 / 서형국
동창들 술자리에 나갔더니 저마다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자랑질이었다 누구는 내가 뽑은 사람이 도지사가 되었다 했고 누구는 조연만 하던 무명배우가 뜰 줄 알았다고 우쭐대다가/ 종업원이 마시던 맥주는 300cc라고 그렇게 일러 주었는데 여기 오 백 한 잔 더 달라고 외쳤다 적게 마시고 많이 지불하려는 것인데 밝은 눈에 귀먹은 사람의 아름다운 습관이었다// 나는 어떠한가// 오랫동안 연탄불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연탄 구멍이 몇 개인지도 몰랐네 낯이 뜨거워 멀치감치 눈질로 구멍을 세려는데 어째 오른쪽으로만 도는 것이다 게다가 직접 듣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성격 탓에 다섯, 여섯 소리를 내는데 따르지 못하는 눈 때문에 자꾸 헛걸음만 한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밝은 귀에 눈이 어두운 사람의 미심쩍은 습관이었다// 거슬러 어느 먼 연도에 수많은 눈을 쬐면서 습관은 습관을 잊고 연애를 하였다/ 여행을 떠나도 서로에 환승하는 법을 몰랐던 이들의 종착역은 스스로였는데// 이런 느낌// 일곱, 여덟/ 당신은 몇 번째 간이역에서 놓쳤을까요// 나는 오른손잡이/ 당신을 오른쪽으로만 파고들다 늦은 사람/ 한 바퀴를 조여도 풀어도/ 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다시 연애하라면 눈이 멀지언정 왼쪽부터 살펴보겠지만 이 몹쓸 버릇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나는 모든 도전과 불편해진 터라서//

무궁화는 피었구요 / 서형국
웃어도 걸린 거고, 떨어도 걸린 거니까/ 안 보면 숨 쉬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함성이 퍼지면 무궁화는 술래// 잠깐 수화기를 내려놓으려고 엄마가 들를 건데요/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해서 벌을 서고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끼이익,/ 웃어도 걸린 거고, 떨어도 걸린 건데/ 미미는 귀가 예뻐 어제보다 목을 더 돌려 술래// 정말 몰라서 묻는 건데요/ 한 발로 서 있는 게 뒤통수보다 재미있을까요// 만일에,// 아프지 않은데 아플 거 같으면/ 아파야 하는데/ 가려워서/ 술래// 이제 안 하려고요/ 오월, 이 놀이// 멈추고 싶은데/ 펑 펑 자꾸만 들켜버리는 소리// 노래는 들키려고 진짜/ 먹지도 못하는 매운 축제는 가짜/ 콩닥콩닥 소리는 진짜/ 깜짝깜짝 재미는 가짜// 탕 쏴야 하는데 라이터로 맥주병을 따는 아저씨/ 너무 멋있거든요// 머리 딴 총구에 흔들흔들 노래가/ 딱 걸렸는데,// 엄마가 술래라고/ 내가,// 멎을 차례라고//

기시감 / 서형국
심심한 시집에 끼워둔 책갈피는/ 언제고 슬레이트 친 기억의 편집 점입니다/ 먼지 낀 책장 끝자락에 꽂혔다 비나 내리면/ 철 지난 유행가처럼 코드가 맞아집니다/ 부슬거리면 떠오르는 불현 듯/ 그 갑작스로움도 틈이 있어 메울 거리를 찾습니다/ 젓가락 장단이 골목을 채우는 대폿집에서/ 대책은 버스로 떠났고/ 즈음은 여행으로 막걸리와 동행합니다/ 썩 맛있었던 기억도/ 아끼던 애인과의 추억도 없는 주소지가/ 여행길 어디였다면/ 나는 어딘지만 알뿐,/ 한 번도 목적지를 걷지 못한/ 이정표일지 모릅니다 /내린 적 있는 정류장 근처 마음을 떠돌다/ 빌딩들 사이 낀 열쇠집/ 거기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린다고//

 

시골시인-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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