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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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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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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 (67)
머리 자른 날 / 구자분

아직 멀었다. 나를 버리기란, 나를 내려놓기란 도대체 얼마나 어렵고도 어려운 일인가. 시퍼러이 살아서 꼿꼿하니 치켜들고 일어나는 자아. 누구나 자존감이 상처 입을 때 불쾌하다 못해 분노가 일게 마련이다. 그 순간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를 띠라고 틱낫한은 이른다. 하건만 분노의 실체를 감싸 안아 맞아들일 수 있는 단계까지의 인격수양이 나로서는 어림없는 일이니 여전히 통제가 안 되고 관리가 쉽지 않은 감정. 더 정확히는 분노조절 능력이 형편없이 낮은 것이다. 꼭지가 돌도록 치솟아 오르는 분기. 그 화를 풀길 없을 때 나타내는 반응은 가지가지다. 닥치는 대로 물건을 내던진다거나 마구잡이로 고함을 지르는 이, 마구마구 먹거나 낙서를 하는 이도 있다. 사람됨이 미숙할수록 치기..

수필 읽기 2021. 9. 30. 08:19
고재종 시인

첫사랑 /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않았으랴// 싸그락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 분분 난 분분 춤 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날랜 사랑 / 고재종 장마 걷힌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에/ 푸른 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시詩 느낌 2021. 9. 30. 08:17
부러운 날의 위로 / 이덕무

번역과 원문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아껴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 하여 스스로 뽐내면서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螗蜋自愛滾丸, 不羨驪龍之如意珠. 驪龍亦不以如意珠, 自矜驕而笑彼蜋丸. 당랑자애곤환, 불선여룡지여의주. 여룡역불이여의주, 자긍교이소피낭환.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청장관전서(靑莊舘全書)』 권63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해 설 이 글은 박지원의 「낭환집서(蜋丸集序)」에 거의 같은 구절이 실려 유명하지만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먼저 보인다. 「낭환집서」에는 “말똥구리는 자신의 말똥을 아끼고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으며,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 하여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蜣蜋自愛滾丸, 不羡驪龍之珠. 驪龍亦不以其珠, ..

습득 코너 2021. 9. 29. 09:02
어느 레슬러의 꿈 / 이기식

요즈음은 자주 초조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지나온 시간에 비하여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나 다 들 인생을 후회하기는 마찬가지일 거라고 스스로 위로도 해보지만, 그래도 마음속은 그리 편치만은 않다. 틀어놓은 TV에서 '빠떼루'란 말을 언뜻 듣지 않았으면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은 날이 될 뻔했다. 스포츠 해설가들의 일화를 소개하는 중이었다. 1996년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레슬링 중계를 맡았던 ‘빠떼루 아저씨’ 김 모 해설위원의 이야기였다. 우리 모두 잘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 해설위원은 '파테르(par Terre)'라는 레슬링 용어를 ‘빠떼루’라고 말했다. 사투리처럼 들렸으나 이상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분위기에 빨리 빠져들게 했다. 레슬링 중계..

수필 읽기 2021. 9. 29. 08:47
이해인 시인

말의 빛 /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언어 영역 읽기 교과서 수록 살아 있는 날은 /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

시詩 느낌 2021. 9. 29. 08:44
7월의 바다 / 심훈

흰 구름이 벽공에다 만물상을 초 잡는 그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맥파만경에 굼실거리는 청청한 들판을 내려다보아도 백주의 우울을 참기 어려운 어느 날 오후였다. 나는 조그만 범선 한 척을 바다 위에 띄웠다. 붉은 돛을 달고 바다 한복판까지 와서는 노도 젓지 않고 키도 잡지 않았다. 다만 바람에 맡겨 떠내려가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나는 뱃전에 턱을 괴고 앉아서 부유와 같은 인생의 운명을 생각하였다. 까닭 모르고 살아가는 내 몸에도 조만간 닥쳐올 죽음의 허무를 미리다가 탄식하였다. 서녘 하늘로부터는 비를 머금은 구름이 몰려 들어온다. 그 검은 구름장은 시름없이 떨어뜨린 내 머리 위를 덮어 누르려 한다. 배는 아산만 한가운데에 떠 있는 '가치내'라는 조그만 섬에 와 닿았다. 멀리서 보면 송아지가 누운 것만 한 ..

수필 읽기 2021. 9. 28. 08:57
봄은 어느 곳에 / 심훈

벌써부터 신문에는 봄「春」자가 푸뜩푸뜩 눈이 뜨인다. 꽃송이기 통통히 불어오른 온실 화초의 사진까지 박아내서 아직도 겨울 속에 칩거해 있는 인간들에게 인공적으로 봄의 의식(意識)을 주사하려 한다. 노염(老炎)이 찌는 듯한 2학기 초의 작문 시간인데 새까만 칠판에 백묵으로 커다랗게 쓰인「秋」자를 바라다보니 그제야 비로소 가을이 온 듯 싶더라는 말을 내 질녀에게 들은 법한데 오늘 아침은 “어제 오늘 서울은 완연한 봄이외다”라고 쓴 편지의 서두를 보고서야 창밖을 유심히 내어다보았다. 먼 산을 바라다보고 앞 바다를 내려다보나 아직도 이 시골에는 봄이 기어든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산봉우리는 백설을 인 채로 눈이 부시고 아산만은 장근(將近) 두 달 동안이나 얼어붙어 발동선의 왕래조차 끊겼다. 그러다가 요새야 조금..

수필 읽기 2021. 9. 28. 08:49
조선의 영웅 / 심훈

우리 집과 등성이 하나를 격한 야학당에서 종 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집 편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에는 아이들이 떼를 지어 모여 가는 소리와, 아홉시 반이면 파해서 흩어져가며 재깔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틀에 한 번쯤은 보던 책이나 들었던 붓을 던지고 야학당으로 가서 둘러보고 오는데 금년에는 토담으로 쌓은 것이나마 새로 지은 야학당에 남녀 아동들이 80명이나 들어와서 세 반에 나누어 가르친다. 물론 오리 밖에 있는 보통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하는 극빈자의 자녀들인데 선생들도 또한 보교(普校)를 졸업한 정도의 청년들로, 밤에 가마때기라도 치지 않으면 잔돈푼 구경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네들은 시간과 집안 살림을 희생하고 하루 저녁도 빠지지 않고 와서는 교편을 잡고 아이들과 저녁내 ..

수필 읽기 2021. 9. 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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