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향지 시인 1942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 1967년 부산대를 졸업했다.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소리》 《내 눈앞의 전선》 《햇살 통조림》, 山詩集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산악 저서로 《금강산은 부른다》(조선일보사刊·공저), 《북한 쪽 백두대간, 지도 위에서 걷는다》, 산행 에세이《산아, 산아》, 편저 《윤극영전집 1,2권》이 있다, 2003년 제4회 《현대시 작품상》을 수상했다. 구슬이 구슬을 / 이향지 둥근 것은 둥근 것을 안지 못한다/ 유리구슬이 유리구슬을 밀어내었다// 구슬이 구슬을 치면 구슬 탓이냐/ 구슬 탓이다/ 둥글둥글 맨질맨질 전신이 정점인/ 저 잘난 구슬 탓이다/ 민다고 쪼르르 달려와서/ 저와 똑 같은 것을 쳐서야 되..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태풍이 훑고 간 해안가는 어수선하다. 잔해들이 여기저기 응집되어 있어, 한바탕 소란을 피웠던 거센 비바람의 힘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해수면은 지난밤에 찾아왔던 폭풍이 무색하리만치 평온하다. 비바람과 씨줄날줄 설피창이로 엮였던 그 많던 빗방울은 다 어디로 숨어버렸을까. 물의 윤회 속에서 어쩌면 지금 내가 바라보는 상생의 손이 담겨 있는 호미곶(虎尾串) 바닷물로 거듭 되풀이되었을 수도 있으리라. 빗물에 사라진 길의 경계를 더듬어 걷다가 등대박물관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젖어 있는 등대를 만난다. 호미곶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등대로 1908년에 신설 점등되었다. 등탑은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붉은 벽돌만으로 조적된 팔각형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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