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형 시인 1958년 경남 의령 출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졸업, 박사 수료.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 『사과상자의 이설』. 제12회 부산작가상 수상. 부산작가회의 부회장, 이사 역임. 한국시인협회 회원. 수선집 근처 / 전다형 구서1동 산 18 번지/ 무허가 간이 수선집이 있었네/ 의수족 아저씨는 십 수년 째/ 주일만 빼고 수선일을 했네/ 나는 팔 부러진 우산을 들고 찾아갔네/ 허름한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단골집 돌아서다 어둠 속/ 우두커니 서 있는 입 간판에게 물었네/ 수척한 얼굴로 속사정을 털어놓았네/ 꺾어진 골목으로 어둠 몇 장 굴러다니고/ 영문을 모르는 바람이 틈새를 드나들고 있었네/ 맞은 편 산뜻한 수선집 미싱 요란하게/ ..
대구 지방의 한 대학에 내려간 지 4개월쯤 지났을 때다. 석가탄신 휴일에 내가 소속된 서무과 직원들과 팔공산으로 등산을 갔다. 산등성 초입의 ‘갓바위 부처님’ 앞에는 온갖 소원을 품고 모여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바위 앞에 실눈을 지그시 뜨고, 넓적한 돌 하나를 이고 계시는 부처님의 공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갓바위 부처님으로 통했다. 영험하다는 소문이 얼마나 났던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양미 한 짐씩을 이고 지고 찾아온다고들 했다. 시주하는 쌀의 양이 너무 많아 특별한 시설도 마련해두었다고 들었다. 불전함 옆 홈통에 쌀을 부으면 20m 정도의 관을 타고 산 아래 있는 창고로 바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부처님의 명성을 대변하고도 남았다.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부처..
이비단모래 시인, 방송작가, 시낭송가. 1958년 충북 청원군 가덕면에서 태어나고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한남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했다. 1999년 ‘조선문학’으로 등단하고 ‘이현옥’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2020.8월 법원을 통해 ‘비단모래’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대전 MBC, 대전 교통방송, 대전 국악방송 등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시집 『아이야, 우리 별 따러 가자』, 『친정 아버지』, 『아름다운 동행』, 『읍내동 연가자』, 『사랑은 날것일 때 맛있다』, 『꽃마실 가는 길에』와 수필집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사랑으로 길을 내다』, 『내 안에 그대가 있네』 등이 있다. 진안문학상, 대덕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협ㆍ대전문인총연합회ㆍ대덕문학ㆍ진안문학ㆍ자목련시낭송협회 회원..
2021년 제12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 골짜기에 기댄 반촌이다. 하늘과 맞닿은 듯 풀벌레 소리만 이따금씩 들릴 뿐 인적 하나 없다. 숨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레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뜰에는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마당에는 비단풀이 발갛게 피었다. 경주 양동마을 송첨종택(중요민속자료 제23호)을 찾았다. 송첨종택은 양민공 손소가 세조 5년(1459년)에 지은 월성 손 씨의 종가이며 우제 손중돈 선생의 생가이다. 동방오현 중의 한 사람인 회재 이언적 선생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공조판서와 이조판서를 지낸 명문가의 숨결이 넉넉하게 다가온다. 고택의 힘이 이런 것인가. 인걸은 가고 없어도 인적의 숨결은 살아있다. 사랑채에 걸린 현판으로 눈길이 간다. ‘書百堂’ 여기서 무슨 글을 백 번이나 쓰라는 것일..
"서울대서 뭘 배웠나 모르겠다" 세계대회 우승한 여성의 일침 중앙일보 입력 2021.11.19 05:00 추인영 기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직후 행정고시(42회·재경직) 차석까지 했는데 실전에선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꼈단다. 2002년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유학을 떠났다. “경력 인정도 안 되고 지원도 못 받는” 자의 휴직이었다. 유학 중 휴직 기간(5년)을 넘기면서 면직돼 민간인 신분이 됐다. 지난 11일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경진대회 ‘캐글’ 데이터 분석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수형(45)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야기다. “온라인 교육, 극빈층보다 차상위가 소외” 이 교수는 ‘코로나 시대의 교육환경 및 불평등’을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AI..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오후였다. 책상 위에 얹어둔 휴대전화가 요란스레 울렸다. “고구마 아저씬가요?” 곱고 앳된 여인의 목소리다. 고구마 아저씨라니! 잘못 걸려온 전화라 여기고 끊고 보니 언뜻 집히는 데가 있었다. 지난해 가을이었다.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와 “너무 좋다! 너무 좋다!” 탄성을 지르며 한 박스만 팔라고 했다. 그 해엔 조금밖에 못 심어 우리가 먹기에도 부족했는데 칭찬에 넘어간 아내가 딱 한 박스만 팔자고 했다. 지금 산책 중이라는 할머니는 저녁 일곱시 정각에 자기네 아파트로 가져오라며 주소를 알려주었다. 약속 시각에 맞추어 빛깔 좋고 잘생긴 녀석들만 골라 담았다. 이날 하필이면 손수레를 집에 두고 와 2km가 넘는 곳까지 상자를 어깨에 메고 끙끙거리며 찾아갔다..
하영 시인 1946년 경남 의령 출생하고 마산여고, 창신대(昌信大) 문예창작과 졸업하였다. 1989년 《문학과 의식》에 「미뉴에트」 외 2편이 당선되어 등단. 이 당선 신인상 공모詩(1989), 2000년 《아동문예》에 동시 「애기똥풀꽃」 외 2편으로 아동문예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하였다. 저서로는 시집 『너 있는 별』, 『빙벽 혹은 화엄』, 『자귀꽃 세상』, 『햇빛 소나기 달빛 반야』와 동시집 『참 이상합니다』, 『꽃밥 한 그릇』, 인도순례기 『천축 일기』가 있다. 남명문학신인상, 아동문예문학상, 경남아동문학상, 마산시 문화상, 경남예술인상(공로상), 시민불교문화상(문학상), 2016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큰창원한마음예술제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경남여류문학회장 역임, 한국아동문예작가회, 경남현..
2021년 제8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동상 어제의 아련한 기억들을 더듬고 싶을 땐 살포시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을 감는다는 건, 머릿속에 새겨 두었던 망각의 흉터에 불을 지피는 것과 같다. 늦가을 만추에 고향집을 간만에 찾았다. 성글게 추억이 깃든 문간방 쪽마루에 비스듬히 기대어 두 눈을 살포시 감아본다. 찰나의 순간, 어제의 환영(幻影)들이 나를 뭉텅이로 데려가기 시작한다. 유년시절 나는 행랑채 서까래 기둥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마당 언저리를 두리번거리는 야릇한 버릇이 있었다. 마당 오른쪽 툭 튀어나온 둔덕에는 장독들이 정갈스레 옹기종기 놓여있었다. 아침이 되면 햇살은 감나무 잎사귀 사이로 간신히 헤치고 나와, 나지막한 흙 담장 위를 뛰어넘어 싸리나무 울타리 우듬지에 가뿐히 내려앉았다. 실낱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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