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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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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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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 (115)
가침박달 / 김홍은

젊은 여승의 얼굴에 살며시 짓던 미소를 다시 보고 싶어 오늘도 화장사로 향한다. 손끝만 닿아도 금세 터질 것만 같은 청순하고 깨끗한 얼굴. 색깔로 비유한다면 조금치도 때 묻지 않은 순백색이다. 색은 광선에 의해 빛이 물체에 닿을 때 반사 흡수의 작용으로 우리 눈에 지각되어 남은 색이 결정된다고 한다. 색깔은 자연에서는 백색에서 시작되어 흑색으로 진행되다가 시들고 만다. 색의 시초가 백색이듯 여승의 미소는 꼭 그러했다. 꽃봉오리가 방울방울 피어내려는 모습만큼이나 평화롭고도 자연스럽다. 어쩌면 부처님이 짓고 있는 미소를 가만히 훔쳐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인간은 수많은 세월을 보낸 후에야 웃어 보일 수 있는 그 아름다운 미소이리라. 세파에 물들지 않은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방긋이 웃는 그 웃음과..

수필 읽기 2021. 12. 31. 09:04
삶의 무게 / 임민자

얼마 전 큰아들이 다니러 왔었다. 살림이 가득한 방 안을 둘러보며 “이 많은 전자제품과 살림은 어떡하지?” 근심스런 얼굴로 말했다. 미리부터 걱정한다고 아들은 핀잔을 줬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져가겠단다. 그 말에 은근히 안심이 되었다. 자식들은 부모가 평생 곁에 있을 줄만 안다. 그런데 어느 날 홀연히 떠날 것을 생각해 나는 자식들에게 유언처럼 당부하기도 했었다. 집 안 곳곳에 둔 중요한 문서나 물건들을 한 가지씩 익히도록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떠나면서 가족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살아생전에 반짝반짝 빛나던 가재도구와 아끼던 옷가지도 주인을 잃으면 쓸모없는 쓰레기로 변해 태우거나 재활용통으로 버려졌다. 살아 있을 때 남들을 주면 고맙다고 가져가지만, 아무리 좋은 물건도 숨만 끊어지면 귀..

수필 읽기 2021. 12. 31. 08:59
박동수 시인

박동수 시인 월간 《문학공간》 시 부문 등단. 공간마당 동인. 사단법인 한국문학세상 부이사장, 한국문학세상 심사/지도위원, 계간 《한국문학세상》 주간. 시집 『불꽃으로 사는 마음』, 『사랑은 그렇게 오나 보다』, 『그대 눈동자』, 『굴레』. 저서 『길 위에서』, 공저 『시인』 등이 있다. 불꽃으로 사는 마음 / 박동수 인두 끝으로 꼭꼭 여민/ 잿불처럼 불덩이로 살아납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그대 그리움의 불길입니다.// 사모하는 마음 천년인 것은/ 믿음으로 내가 다시 태어나는/ 기다림이니// 불덩이처럼 타는 가슴속에/ 엉어리진 마음 쇳물처럼 녹을 때까지/ 훨훨 타려 합니다.// 어느 누가 내 영혼을 본다면/ 용광로인 걸로 알겠거니// 그래도 그대 그리움의 쓰라림보다/ 뼈를 태우는 불꽃으로 사는..

시詩 느낌 2021. 12. 31. 08:55
소리 없는 언어 / 김새록

슬픔이 잠긴 송아지의 큰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비록 말 못한 짐승의 눈물이지만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눈물은 어떤 꾸밈이나 가식이 아닌 순수해질 때, 단단히 맺혔던 마음이 녹아내릴 때 저절로 흐르는 게 눈물이지 싶다. 그 속에는 겸손한 마음 부드러운 마음 진실한 마음이 녹아있다고 본다. 물론 눈물의 내용과 질도 다양할 것이다. 그리움도 보고픔도 미련도 아닌 세상만을 탓할 수 없어 남몰래 숨어 우는 가장家長의 눈물도 있을 것이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의 눈물도 있을 것이며, 그리움에 사무쳐 가슴속으로 흐르는 눈물도 있을 것이다. 눈물은 잠시나마 마음을 가라앉히는 단비이기도 하다. 영혼을 맑게 하는 청심제 역할을 하는 눈물은 눈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닌 마음 속 깊은 바..

수필 읽기 2021. 12. 30. 12:59
안개 / 김새록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은 움직이는 한 폭의 그림이다. 가까이 있던 집들도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움직이는 실루엣이다. 한 개가 그런 술수를 부린다. 꿈처럼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활동사진을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도시의 분위기다. 창밖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니 곱고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마을이 떠오른다. 가위로 삭둑 잘라내면 가장 멋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전원도시 같은 것이 손에 잡히겠다. 그런가 하면 쑤군거리기를 좋아하는 음지식물 같은 마을도 곰팡이처럼 자랄 것이라며 공연히 비위를 긁어본다. 그렇게 안개를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쑤군거리는 소리가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것은 물론 환청이다. 그 소리는 우윳빛 같은 안개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미약한 울림이다. 실제로는..

수필 읽기 2021. 12. 30. 09:22
언제 노인이 되는가 / 성낙향

버스를 타면 유난히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예순 전후, 초로의 여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버스에 올라 요금을 결제하면서도 시선은 어딘가에 있을 빈자리를 찾아 바쁘게 움직인다. 운이 안 좋아 서서 갈 경우에는 누군가 좌석에서 일어서는 기척을 느낄 때마다 고개를 돌려 끈끈이 파리 덫 같은 눈빛으로 그쪽을 바라본다. 이번에 빌 좌석이 여자로부터 너덧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고 해도, 그리고 그 좌석 앞에 서서 오랫동안 버스를 타고 온 사람이 있다 해도, 그것이 그 여자의 욕망을 저지하지 못한다. 좌석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학생이거나, 젊은 승객이라면 그가 아무리 착석의 우선권을 가졌더라도 그 권리 또한 고려되지 못한다. 여자는 재빨리 뛰어가 그 사람을 제치고 앉아버린..

수필 읽기 2021. 12. 30. 09:11
한경용 시인

한경용 시인 1956년 제주도 출생하여 제주도 김녕리와 부산 영도에서 성장하였다. 인하대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 수료하였다. 2010 《시에》 신인상 수상 후 『문학사상』 등에서 작품 활동. 〈포에트리 아바〉 편집위원. 시집으로 『잠시 앉은 오후』, 『빈센트를 위한 만찬』, 『넘다, 여성 시인 백년 100인보』 가 있음. 한양대 총장 공로상, 중앙대 총장 문학 표창상, 《시와 에세이》 신인상 수상. 아침과 이별을 하다 / 한경용 언제나 승자인 그가/ 빛무리의 유리벽을 나갈 때/ 나는 그의 산 그림자에 묻힌 음지식물이었다.// 그가 강의실에서 바오밥나무를 말하고 있을 때/ 나는 벤치에서 시간의 나무를 자르며/ 나이팅게일의 울음을 귀로 마셨다.// 한 번..

시詩 느낌 2021. 12. 30. 09:10
북고성 유점사 터 –눈 감으면 보일까, 꿈엔들 닿을까 / 박시윤

남쪽에서 뻗어온 산줄기는 북쪽에 다다라서야 금강산이 되었다. 금강산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린 산줄기는 해금강에 가 잠겼다. 해빛을 받은 바위들이 굴곡진 뼈대를 그대로 드러냈으며,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7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고성 사람들은 바다와 산기에 삶을 두루 의지했다. 사람들은 전쟁의 폐허가 된 땅에 새로이 터를 다지고 지붕을 얹었다. 남과 북 사이에 군사분계선이 그어졌고, 길이 있되 더는 가지 못하는 길이, 끝나지 않은 분단의 서글픔을 턱밑까지 불러냈다. 고성읍에서 북쪽으로 30여 km만 가면 끝이 아닌 끝에 통일전망대가 있다.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에서 '온정리'라는 이정표를 읽는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기도 하고, 아릿한 통증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통일전망대가 ‘끝’ 이라고 했다. 그러..

수필 읽기 2021. 12. 2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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