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 척도는 잘 먹고 잘 싸는 데 있다고 한다. 한데, 인생길 팔부능선에 오르고 보니 먹는 덴 예나 지금이나 별 이상이 없는데, 문제는 싸는 게 영 시원찮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양변기 타고 끙끙대다가, 황금덩이는 끝내 구경도 못한 채 엉거주춤 내려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뜰에 내려 옛날 습관대로 재래식 변소에 들어가 가까스로 근심 한 덩이를 풀고 나왔다. 해우소解憂所에 쪼그리고 앉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도습蹈襲 하노라면, 대장大腸이 압박을 받아 물리적 배변을 촉진 시켰다. 뿐만아니라 어릴 적 뒷간에 앉아 별자리를 짚었던 귀소본능의 향수에 젖어 거룩한(?) 작업을 이행할 수 있었다. 변비는 스트레스로 인한 대장 운동의 장애나, 위궤양으로 복벽근腹壁筋의 쇠약과 대장 ..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내가 화장품 회사의 경영자가 되자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화장품은 성능과 가격 등 제품 특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꿈과 희망, 욕망까지 한데 뭉쳐진 아름다운 브랜딩의 꽃을 피워야 했기 때문이다. 제품개발, 디자인, 모델 선발 등 다양한 회사의 안건이 있을 때마다 중년 아저씨인 나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사장'이었다. 생각나면 곧장 실천해야 하는 성미였던 나는 당시 내 집무실에 손님을 위해 준비해뒀던 제품들을 꺼내 하나씩 발라보기 시작했다. 아내의 것 같기도 한, 어느 날엔가 마주쳤던 고운 처녀의 것 같기도 한 향기가 나쁘지 않았다. 내친김에 당시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머드팩도 듬뿍 발라보았다. 사용법을 몰랐던 나는 씻어내지 않고 서류를 보다 얼굴에서 흘러내린 흙..
온종일 마음이 쓸쓸하다. 살고 죽는 문제가 비일비재 일어나는 인생길이지만 태어나는 기쁨보다 죽는 슬픔이 내겐 왠지 더 크다. 남의 일로만 여기던 일들이 내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 놀라움과 허전함은 마음의 갈 곳을 잃어버리곤 한다. 다잡지 못해 헝클어진 일상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더 힘든 심적 고통을 겪게 된다. 사회생활이 무너진 요즘에 어쩌다 건너건너 듣는 소식들은 한탄스런 사연들이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미국에서만 오십만 명이 넘는다. 해도 걱정스럽고 딱한 마음만 들었다. 내 주위에는 적어도 그 대열에 서지 않으리라 믿으며 그러길 간절히 소원했다. 하지만 어제도 그제도 눈에 선한 사람들이 떠나갔다니 믿을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다. 가족 모두가 악기를 다루고 찬양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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