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정 시인, 출판인, 문학편집자 1976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가 있으며 산문집 『각설하고,』가 있다. 제8회 박인환문학상, 제17회 현대시작품상, 2018년 이상화시인상을 수상하였다. 랜덤하우스코리아 편집장 역임, 문학전문출판사 '난다'의 대표.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속살을 발리고 난 대게가 다리 두 ..
아모르파티! KBS에서 탱고풍의 가수 김연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대중가요에 이런 깊은 뜻의 철학적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처음 들었을 때는 ‘아모르’ 파티party인가 했다. 신나는 파티 즉 향연 같은 것인가. 다시 자세히 들어보니 ‘아모르 빠띠’이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 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나는 아모르파티Amor Fati란 말을 좋아한다. 이 단어는 그리스 희랍어에서 온 말이다. 아모르는 에로스Eros를 의미하고, 파티Fati는 운명을 뜻한다. 종합해 보면 아모르파티는 운명애運命愛라 해석할 수 있다. ‘운명을 사랑하..

비가 내린다. 컴퓨터 음악 사이트에 들어가 슬픈 가요를 켜놓고 벌렁 눕는다. 마치 세상의 슬픈 연인이 나이고 세상의 모든 이별이 나의 것인 양 슬프다. 왜 노래 가사 속의 사랑은 꿈을 꾸듯 허무하다고 하고 잔인하다고 할까. 미련 남은 사랑도 미운 사람도 그다지 없는데 노래를 들으면 미운 사람도, 보내야 할 사람도 어찌나 많은지. 그래도 이런 가사가 싫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울렁거릴 나이가 아니라 다듬어야 할 나이이다. 내 노래 창고에는 언제나 파란 기억이 살아있다. 천상에 계시는 부모님도 있고 나를 아껴준 지인도 있고 내 마음 같은 철학도 있다.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 그 사람에게 노래가사처럼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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