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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313

주원익 시인 주원익 시인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7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있음으로』가 있다. 미래의 책 / 주원익 너무 많은 구름의 문장들을/ 나는 건너왔다/ 책장을 펼치면 나는 소리없는 번개처럼/ 흘러가버린다/ 지금 막 열리고 있는/ 행간 밖으로/ 쓰여지는 순간 나는 완성되고/ 온전히 허물어졌다// 당신은 너무 많은 구름의 문장들을/ 건너왔다 나를 펼칠 때마다/ 당신은 시간처럼 넉넉한 여백이 되었다// 고요하게 타오르는 순간의 페이지들/ 잿빛 구름을 뚫고/ 버려진 왕국의 미래가 펼쳐진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불길 속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폭풍처럼/ 다가오는 당신의 문장들을 가로지른다/ 내가 책장을 덮는 순간/ 당신은 이미 흘러가버린 침묵// 하늘과.. 2022. 5. 31.
서울 뻐꾸기 / 윤모촌 이른 아침 뒷산에서 우는 뻐꾸기 울음이 마을에 가득하다. 소나기가 걷힌 뒤라서 물기를 머금은 울음소리가 싱그럽다. 해마다 듣는 소리지만 그놈의 울음을 듣고 있으면 까닭도 없이 수심에 잠겨, 화창하면 화창한 대로 궂으면 궂은 대로 처량하기 그지없다. 봄이 깊어져 여름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성화같이 울지는 않으나, 간간이 바람을 타는 먼데 소리가 심금을 더 울린다. 그 울음소리가, 야삼경(夜三更)에 우는 접동새만 못해도, 봄날 한나절 우는소리엔 애상(哀傷)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 강산 깊고 짧은 물줄기의 유역과 높고 낮은 산자락에서 우는 그놈의 울음은 청상(靑孀)의 한(恨)처럼 처량하다. 가난하고 서럽던 역사를 정선 아리랑으로 뽑아내는 것 같기도 하고, 갈라진 산하의 시름을 우.. 2022. 5. 31.
웃음소리 / 김세희 자연은 계절마다 새로운 소리를 연주한다. 이른 봄 살얼음이 낀 논가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 봄의 창공을 나르며 노래하는 종다리, 여름향기를 뿜으며 노래하는 매미, 깊어가는 가을밤의 귀뚜라미 소리, 겨울 마당을 간질이는 싸락눈 내리는 소리… 쓸쓸… 아까부터 숲속 어딘가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 쓰르라미 소리다. 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지금 숲을 가득 채우는 매미 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말겠지. 이런 계절의 소리로 달력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봄의 새소리, 여름의 풀벌레 소리, 가을의 가랑잎 굴러가는 소리, 한겨울 한옥의 문풍지 소리까지. 계절마다 다른 소리로 달력을 만든다면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기분 좋은 하루가 열리지 않을까. 자연의 소리가 계절마다 다르듯 자연을 닮은 사람도 제 감정 따라 내는 소.. 2022.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