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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4

요즘 아이들? / 윤기 번역문과 원문 부모 없는 사람 있으랴만 효자는 드물다. 人孰無父母 而孝者盖尠 인숙무부모 이효자개선 - 윤기(尹愭, 1741〜1826), 『무명자집(無名子集)』 책10, 「독서수필(讀書隨筆)」 해설 윤기의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경부(敬夫), 호는 무명자(無名子)다. 5,6세에 한시를 지을 정도로 총명하였으나 50대에 늦깎이로 과거에 합격한 인물이다. 독서수필(讀書隨筆)은 ‘책을 읽고 붓 가는 대로 쓰다’ 정도의 의미다. 무명자는 ‘부모님께서 살아계시면 멀리 나가지 않으며 나갈 때 반드시 일정한 소재가 있어야 한다.〔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라는 『논어』 내용을 읽었던 모양이다. 글을 읽다가 세태를 돌아본 그는 “세상에 부모 없는 사람 없지만 효자는 드물다.”라고 한탄하였다. 세태가 어떠했기에? 멀리 .. 2022. 6. 2.
성다영 시인 성다영 시인 1989년 태어났다.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데뷔. 서교동의 수상한 식물 가게, 큐이디 큐이디 공동 대표이자 시인 성다영은 식물은 언젠가 죽는다는 점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평생의 동반자로 식물을 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식물을 판다. villiv.co.kr 너무 작은 숫자 / 성다영 도로에 커다란 돌 하나가 있다 이 풍경은 낯설다 도로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 풍경은 이해된다// 그린벨트로 묶인 산속을 걷는다/ 끝으로 도달하며 계속해서 갈라지는 나뭇가지//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다 예외가 있다면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공학자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렇기에 더 중요합니다 너무 작은 숫자에 더 작은 숫자를 더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은.. 2022. 6. 2.
발 도장 / 황미연 무심코 보던 책 속의 한 문장이나, 영화 속의 한 장면이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다. 종일 그 생각에 발목이 흥건해질 때가 있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제르킨Rudolf Serkin이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다. 여든네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적이다. 시간의 두께가 내려앉은 늙고 앙상한 손이 피아노 건반을 누르자 맑은 소리가 공중으로 피어오른다. 입으로 뭔가를 주억거리는 표정이며 몸짓, 피아노 건반 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주름진 손은 참으로 아름답다. 보헤미안 출신인 그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하여 열두 살에 독주를 할 만큼 천재적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여든여덟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을 음악에 헌신한 순순한 영혼이었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노년의 모습에서 음악과.. 2022. 6. 2.
쇠꽃, 향기 머물다 / 허정진 둥글둥글한 버섯들 군생처럼 옹기종기 처마를 맞댄 시골 마을이다. 한해의 결실을 보고 난 뒤의 들판은 허무인지 여유인지 텅 빈 충만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담장 너머 등불처럼 붉게 매달린 홍시가 방학 때마다 외갓집 오고 가는 길목처럼 정겹기만 하다. 숲속 어딘가에서 갑자기 허공으로 높이 날아오른 새가 폐곡선을 그리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선들선들한 바람이 조붓한 돌담길을 따라 마을을 안내하듯 앞장선다. 오래된 시골집이다. 귀향을 염두에 두고 잠시 머물 거처를 찾던 중이었다. 뒤란에서 불어오는 대숲 바람, 호박넝쿨 타고 오르는 낮은 돌담, 우물가 옆에 돌확이나 숫돌이 주인 잃은 빈집을 지키고 있다. 한때는 올망졸망한 자식들 앞세운 일가족이 등가죽 따뜻하게 살던 집이었으리라. 사람 냄새 들썩거리던 온기.. 2022.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