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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73

이현호 시인 이현호 시인 1983년 충남 전의에서 태어났다. 추계예술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2007년 《현대시》 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가 있다. 제2회 시인동네문학상 수상 배교 / 이현호 혼자 있는 집을, 왜 나는 빈집이라고 부릅니까// 흰 접시의 외식(外食)도 흠집 난 소반 위의 컵라면도 뱃속에 들어서는 같은 눈빛입니다// "죽기 살기로 살았더니 이만큼 살게 됐어요." 혼자 있을 때 켜는 텔레비전은 무엇을 위로합니까/ 이만큼 살아서 죽어버린 것들은// 변기 안쪽이 붉게 물듭니다, 뜨겁던 컵라면의 속내도 벌겋게 젖었습니다// 겨울은 겨울로 살기 위해 빈집으로 온기를 피해 왔지만, 커튼을 젖히자 날벌레같이 달려드는 햇빛들// 사랑.. 2022. 6. 17.
잉글리쉬 아이리스라는 향기 / 유영희 새로 개봉한 바디샤워제의 향이 진하다. 달콤함이 농익은 향이다. 너무 진한 향이라 살짝 부담스러운데, 이 향기를 맡는 순간, 문득, 그리고 재빨리 어느 외국공항이 생각났다. 몇 번 가보지 않은 해외여행이고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그 날의 정경이 떠오르는 것일까. 이 향기가 무슨 기억의 창고를 여는 열쇠 쯤 된단 말인가. 향기는 친절하게도 나를 그 자리로 냉큼 날라다 놓은 것처럼 생생하게 장면이 펼쳐진다. 기내에서 필요한 슬리퍼나 목 베개 등속이 든 배낭을 메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주의를 받은, 행여 소매치기의 표적이 될세라 크로스백의 줄을 신경 써서 잡고, 공중화장실입구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장면이 무슨 TV켜지듯 떠오른 것이다. 국제공항답게 세상의 여러 인종이 무수히 오간다. 여독에 지.. 2022. 6. 17.
복수초 / 임동옥 무등산 골짜기가 기지개를 켰다. 박새 울음소리 청아하다, 화답하듯 계곡 물소리는 청량하다. 봄을 알리는 소리에 잠을 깬 단아한 ‘얼음새꽃’이 분주하다. 눈밭 서릿발 사이를 뚫고 피어나는 꽃, 바로 복수초다. 복을 부르며 장수를 기원하는 복수초(福壽草).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다. 서양에서는 애틋한 전설 때문인지 꽃말이 “슬픈 추억”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미소년 아도니스가 산짐승에게 물려 죽어가면서 흘린 피가 진홍빛 꽃, 복수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땅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죽어가는 아도니스를 살렸다. 그 후 제우스는 아도니스에게 그가 평소 사랑하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6개월은 지상에서 살게 하고 남은 반년은 페르세포네와 지하에서 생활하라고 명령하였다. 지금도 제우스의 말을 실천하듯 복수초는 .. 2022.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