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확 시인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 서강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시집 『매장시편』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 『벽을 문으로』, 『처음 사랑을 느꼈다』,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시론집으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매장시편』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시 해설집 『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등이 있다. 나의 애국가 / 임동확 이제 우리들의 애국가를 ‘봄날은 간다’로 하자// 더 이상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보우하는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던 날의 까닭 모를 서글..
그날은 강진과 영암으로 등산을 떠났던 날이었다. 아침부터 하늘은 잔뜩 찌푸려져 아름답게 빛나야 할 산하가 온통 베일에 가려지던 그런 날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람이 가끔 불어와 한 뼘의 조망이 열렸다는 것이다. 파란 하늘은 수줍은 듯 운무 뒤로 숨어버렸고, 간간이 하얀 바위 능선들이 속살을 드러내곤 하였다. 출발 후 4시간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랑이 울음소리를 녹음해 확성기로 틀면 산짐승들이 도망간다는 강진의 ‘달마지 마을’이다. 실제처럼 보이는 크고 작은 여러 마리 호랑이 조형물이 있었다. 월각산과 주지봉, 문필봉을 연결하는 종주 팀을 내려놓고, 짧은 등산과 유적탐방을 목적으로 하는 나머지 참석자들을 인솔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두 번째 도착한 곳이 영암군 구림리 성기동이다. 붓..
옛날에 한 나이 어린 아가씨가 흰 가마를 타고 시집을 갔다. 흰 가마는 신랑이 죽고 없을 때 타는 가마다. 약혼을 한 후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신랑이 죽은 것이다. 과부살이를 하러 흰 가마를 타고 가는 것이다. 시집에 가서는 보지도 못한 남편의 무덤에 가서 밤낮으로 흐느껴 울었다. 그래야만 열녀가 된다. 아씨가 흐느껴 울고 있는 밤중에 신기하게 무덤이 갈라지더니 아씨가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친정에서 함께 따라온 하녀가 이 광경을 보고 달려가 아씨의 저고리섶을 잡고 늘어졌다. 옷섶이 세모꼴로 찢어지며 아씨는 무덤 속 깊숙이 빠져 들어갔다. 이윽고 갈라진 무덤이 합쳐졌다. 아씨를 잃은 하녀의 손에는 세모꼴로 찢어진 저고리 섶 만이 남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찢어진 저고리 섶이 흰나비가 되어 하..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