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손도장 / 최민자1 동네미용실에 새 아가씨가 왔다. 배꼽 티에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검은 롱부츠 차림으로 좁은 미용실 안을 종횡무진 누빈다. 거기 까지는 괜찮다. 피어싱한 배꼽 언저리에 달랑거리는 반짝이 액세서리가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손님의 대부분이 여자인데다 나 또한 같은 여자인데도 공연히 민망하고 곤혹스러워 의자에 앉자마자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고 생각하니 좀 우습다. 배꼽이 어쨌다고, 왜 민망해 하는가. 부끄러워 꼭꼭 숨겨두어야 할 만큼 무슨 죄라도 졌더란 말인가. 생각해 보니 인간의 신체에서 배꼽만큼 점잖은 구석도 없다. 웃지도 않고 소리 내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거나 게걸스럽게 음식을 삼키지도 않는다. 아프다고 칭얼대지도, 무엇이 그립다고 보채는 법도 없다. 옛 우물처럼, ..
시를 퇴고하는 방법 1.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 역사 이래 퇴고의 어려움을 토로한 글은 수없이 많다. 시를 쓰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것이 퇴고다. - 퇴고를 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처음부터 시를 제대로 써야 한다. 시를 고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시 쓰기의 방법을 먼저 고쳐야 하는 것이다. - 때론 어느 정도 작품을 써본 지망생보다는 처음으로 시를 써보는 지망생들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 퇴고의 과정은 기본적으로 군살빼기 과정이다. 곧 글의 다이어트인 셈이다. - 스티븐 킹은 ‘초고-10%=퇴고’라는 공식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라고 하였다..
시를 잘 쓰는 16가지 방법 / 송수권1 ① 사물을 깊이 보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른다. 지식이나 관찰이 아닌 지혜(지식+경험)의 눈으로 보고 통찰하는 직관력이 필요하다. ② 새로운 의미depaysment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대한 ‘의미 부여’가 있을 때 소재를 붙잡아야 한다. 단순한 회상이나 추억, 사랑 등 퇴행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③ 머릿속에 떠오른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이미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중유화 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 이것이 종자 받기(루이스)다. (이미지+이미지=이미저리→주제(가치와 정신)확정). ④ 이미지와 이미지를 연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정서의 구조화가 필요하다. 추상적 관념을 이미지로 만들고 정서를 체계화하기 위하여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내야 한다. 또..
적게 고치고 다듬는 세 가지 전략 / 김영남 화초를 키우다 보면 두 가지 경우에 부딪친다. 하나는 화초의 싹이 처음부터 싱싱하고 튼튼해서 자라는 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나중에 예쁜 꽃봉오리를 절로 맺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아무리 돌봐주고 신경을 써도 화초가 뜻대로 성장하지 않는 경우이다. 즉 화초의 장래가 처음부터 싹이 노란 것이다. 시 쓰기에도 화초의 이러한 감정법이 적용된다. 잘 가꾸면 보기 좋은 꽃이며 튼실한 열매를 가지가 휘도록 매달아줄 시가 있는가 하면, 가꾸어 보았자 애만 닳을 뿐 결코 좋은 열매를 볼 수 없는 시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초고를 써 놓은 다음에는 반드시 될성부른 나무인가부터 감정을 한다. 구조가 탄탄하고 가슴에 울림이 오는 녀석은 본격적인 다듬기에 들어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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