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소리 / 신창선
가을은 소리로부터 오는가 보다. 낙엽 구르는 소리, 벼 익는 소리, 편지 쓰는 소리, 기러기 날아가는 소리가 소리를 물고 소리가 되어 끝없이 번져 나간다. 가을 음악회, 나도 가을이 되어 음악회를 따라나선다. 잎 떨어진 나뭇가지에 음표가 된 참새가 겨울을 부르며 배경 음악처럼 조용히 깔린다. 허수아비 옷깃에서 뛰쳐나온 귀뚜라미가 비올라를 들고 무대 뒤편에서 별들을 재우느라 귀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흥얼거린다. 가랑잎이 하프 소리를 머금고 시나브로 떨어지고, 콘트라베이스를 활로 긁으며 갈대가 웅웅거린다. 개울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에서 오카리나를 불고 있는 벌레소리도 멀리서 들린다. 첼로를 켜는 억새의 춤사위가 나긋나긋하다. 작은북을 두드리는 대숲 소리가 고즈넉한 오솔길을 불러 모은다. 백파이프를 불며 군..
수필 읽기
2021. 12. 7. 15:3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