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맞추기 / 최희명
나긋나긋해진 노란 배추속이 음식이라기보다는 잘 찍은 사진이나 그림 같다. 붉은 양념으로 침범하기가 저어된다. 나이가 들수록 무엇이든 뻣뻣하게 구는 게 싫어져서 올해는 조금 오래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 얌전히 숨죽인 채 물기가 빠지고 있는 채반에서 여리고 노란 배추속잎 하나를 뜯어 양념과 함께 간을 본다. 나긋함 속에 고집을 드러낸 짠맛이 혀를 제압한다. 나는 배추에 간을 맞췄는데 배추는 나긋한 몸으로 내 눈을 맞추었고 짠맛은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왔다. 충분히 조율하지 않고 강요하듯 맞춘 간은 그저 짜거나 싱거울 뿐 진정한 의미의 간은 아닌 모양이다. 누구나 첫걸음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첫 아이가 그렇다. 최선의 선택이라 우기며 강요하거나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개입한 부분이 얼마나 많았던가..
수필 읽기
2022. 4. 26. 08:3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