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 권오훈
봄기운 완연한 수밭 고개로의 아침 산책길은 언제나 싱그럽다. 인적이 드물어 해찰하며 걷노라면 온전히 내 세상이다. 문득 길가 나뭇잎에 잔뜩 붙은 송충이 떼가 눈에 들어온다. 몸통의 송송한 가시털을 보니 스멀스멀 소름이 돋는다. 보드라운 잎사귀가 태반이나 뜯겨 잎맥만 앙상하다. 푸르른 녹음의 절정을 누리기도 전에 비명횡사 지경이다. 징그러운 송충이에 대한 불쾌감과 새잎에 대한 연민이 나를 충동질한다. 송충이가 붙은 가지를 통째 꺾어 길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그것들을 밟아 문지르려는데 한 마리가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든다. 네가 뭔데 우리를 이리 핍박하느냐고 항의하는 듯하다. 문득 한 생각에 발을 거둔다. 먹이사슬의 상위 계보인 조류의 식량을 수탈하는 행위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개입은 여기까지, 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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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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