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경북일보문학대전 동상 톡!, 건드리면 뚝뚝 푸른 물이 들을 것 같은 하늘과 그 밭에 만개한 구름, 아득한 초원 위로 길게 누운 지평선, 산허리에 걸린 길과 다르촉*(經幡)에 이는 오색의 바람, 눈 맑은 야생화가 하느작거리는, 잃어버린 샹그릴라가 이쯤인가 싶은데…. 다르촉 울타리 넘어 천장(天葬)**의식이 한창이다. 시취를 감지한 독수리들 철책처럼 천장터를 두르고, 까마귀 떼 식이 끝나기를 목 빼고 기다린다. 라마승의 독경이 끝나자 천장사가 사자(死者)의 등에 주술무늬를 넣는다. 햇볕에 벼린 칼이 검무를 출 때마다 사지가 흩어지고 뼈와 살이 분리된다. 사나흘쯤 굶주린 독수리들, 눈빛에 칼날이 번득인다. 천장사가 신호를 보내자 사위를 후려치는 소리의 포효, 죽음처럼 깊은 잠을 흔든다. 휴대전화였다. ..
제4회 경북일보문학대전 동상 하필 보고 말았다. 앞 베란다 창으로 검은 새가 쏜살같이 날아간다. 깜짝 놀라 쳐다보는 사이 난간을 치고 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다시 되돌아가는 새의 품 안엔 흰색 날개가 보였다. 까마귀가 아기 비둘기를 낚아채 허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난 외마디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박제되어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새끼비둘기가 품에서 빠져나와 혼신을 다해 멀어지려 애쓰고 있었다. 속도는 필사적으로 거의 비슷한 속력을 냈다. 그러나 확연히 거리는 좁혀지고 까마귀는 또다시 접근을 한다.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아기 비둘기는 슬며시 고도를 낮춰 비행하여 까마귀를 따돌렸다. 난 안절부절못하며 손깍지에 힘만 주고 있었다. 비둘기는 상처를 입었는지 힘이 부치는지 아파트 숲으로 ..
제4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은상 주인보다 늠름한 지팡이가 초인종 없는 대문을 대신 두드린다. 여든 중반인 친정아버지 친구 분들이 병문안을 오셨다. 느닷없는 의식불명으로 일주일가량 병원 신세를 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신 게다. 관절염 환자인 엄마에게, 일시적이라고는 하나 치매 증상을 보이는 아버지의 간병은 무리였다. 그래서 환자에게 환자를 맡길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잠시 동안 친정에서 아버지를 간병하던 터였다. 오래 기다리시게 할 수 없어 달려 나가 대문을 열어 드렸다. 녹슨 대문은 엄마 무릎을 닮았는지 여닫을 때마다 삐걱거린다. 삐걱, 그 여운의 말미쯤에 할아버지, 할머니 대여섯 분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신다. 당장 병원 신세를 지지는 않고 있을 뿐, 병문안이라면 가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익숙한 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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