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과 원문 모든 일에는 중도가 귀하거니 즐거움의 끝에는 슬픔 또한 생기는 법 홍범(洪範)에 비 오고 볕 나는 것은 길흉의 징험이니 너무 없고 너무 많은 것 전부 흉하다고 하였지 가물 때는 비가 그리워 많이 와도 싫지 않다가 막상 많이 올 때는 그 근심은 또 어떠한가 농가에서 백로에 비 오는 것 가장 두려우니 한 뙈기 땅에도 지나치면 벼가 상한다네 조물주의 심한 장난이 어찌 편벽되었단 말인가 내 구름 타고 올라가 하늘에 고하여 비렴에게 짙은 구름 쓸어버리게 하고는 지팡이 짚고 외곽으로 나가 싱그러운 광경 보고 싶다네 萬事中爲貴 만사중위귀 樂極亦生哀 락극역생애 箕疇雨暘叙休咎 기주우양서휴구 極無極備均㐫哉 극무극비균흉재 旱時思雨不厭多 한시사우불염다 及到多時悶又何 급도다시민우하 農家最怕白露雨 농가최파백로우 差..
번역문과 원문 사람이 환난에 처하고 사변을 만남은 바로 배움을 진전시키는 큰 기회이다. 보통사람은 상황에 흔들려 허둥대고 상심하여 그 본심을 잃지 않는 자가 드물다. 人之處患難遇事變 正是進學之一大幾 常人則便被物動 劻勷隕穫 其不失本心者鮮矣 인지처환난우사변 정시진학지일대기 상인즉변피물동 광양운확 기불실본심자선의 - 박세채(朴世采, 1631~1695) 『남계집(南溪集)』 54권 「수필록(隨筆錄)」 갑인년(1674)조 해설 조선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박세채는 갑인예송(1674)에 패하여 사판(仕版, 관료 명부)에서 삭제되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는 나중에 신분이 회복되었고 조정에 나아가 대동법의 확대 실시와 탕평을 주장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습니다. 세상살이가 좋은 일만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일만 있기를..
번역문과 원문 이롭다고 하여 조급히 나아가서도 안 되고, 위태롭다고 하여 용감하게 물러나서도 안 된다. 不可以利躁進 不可以危勇退 불가이리조진 불가이위용퇴 - 김시습(金時習, 1435~1493), 『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문집(梅月堂文集)」 권18 해설 요즘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할 때 떠나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흠결이 있으면서도 더 높은 자리를 탐하다가 그동안의 명성에 먹칠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드물고 민낯을 보여주는 사람은 많아지니 사회가 점점 퇴보하는 느낌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처신(處身)하는 데에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 더구나 중요한 관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두고 진퇴를 결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번역문 목멱산에 올랐다. 산의 높이는 수천 길이요, 서북쪽으로는 백악산(白岳山), 삼각산(三角山), 인왕산(仁王山)의 여러 산들이 바라보이는데 높은 산들이 모여서 하늘에 서려 서로 읍하는 듯 서로 껴안는 듯하다. 동쪽으로는 백운산(白雲山)의 뻗어 나온 산기슭이 구불구불 내려가 남산과 합하였다. 산등성이를 빙 둘러서 성가퀴와 망루가 있어서 종소리와 북소리가 서로 들린다. 이 성안의 지세는, 가로 10여 리, 세로는 그 3분의 2가 된다. 이곳에 종묘사직, 궁궐, 곳집, 창고, 성균관, 정원이 다 들어서 있다. 그 외에 고관대작과 온갖 벼슬아치들의 관아이고 그 나머지는 수만 채의 가옥, 수백채의 가게, 수십 개의 저자거리이니, 이 모든 것이 또렷하게 손바닥 안에 있는 듯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옛 주나라 수도..
정착하지 못한 충혼(忠魂) -성삼문(成三問) 신주 봉안 논쟁- 번역문 또 아뢰기를, “홍주(洪州) 노은서원(魯恩書院)의 유생인 유학 최건(崔謇) 등의 상언(上言)에 ‘충문공(忠文公) 성삼문(成三問)의 사판(祠版)은 그 부인이 직접 쓴 필적인데,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다행히 다시 나타났습니다. 다만 제(題)한 방법이 또 예식(禮式)과 달라 가묘(家廟)에서 모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차마 다시 묻을 수도 없어 그대로 노은서원의 위판(位版) 뒤에 봉안하였으니, 후세의 사람들이 감회를 일으키는 것은 진실로 여기에 있고, 선현이 의기(義起)하여 깊은 뜻을 둔 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대신 제사를 지내는 자손이 모시고 갈 것을 청하였으니 이는 선현이 이미 정한 의론에 크게 위배되는 ..
원문과 번역문 첫 번째 첫닭 울고 둘째 닭 울더니 작은 별, 큰 별 떨어지는데 문을 들락거리며 조금씩 행인은 채비를 하네. 其一 一鷄二鷄鳴 일계이계명 小星大星落 소성대성락 出門復入門 출문부입문 稍稍行人作 초초행인작 두 번째 나그네 새벽 틈타 떠나렸더니 주인은 안된다며 보내질 않네. 채찍 쥐고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니 닭만 괜스레 번거롭게 했구나! 其二 客子乘曉行 객자승효행 主人不能遣 주인불능견 持鞭謝主人 지편사주인 多愧煩鷄犬 다괴번계견 - 이병연(李秉淵, 1671~1751), 『사천시초(槎川詩抄)』 권상 「일찌감치 떠나려다가(早發)」 해설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1671~1751)은 본관이 한산(韓山)이고 자(字)가 일원(一源)이며 사천(槎川)이라는 호를 썼습니다. 사천 이병연은 1696년 겨울, ..
번역문과 원문 산천은 천지간의 무정한 물건이다. 그러나 반드시 사람을 기다려서 드러난다. 山川者 天地間無情之物也 然必待人而顯 산천자 천지간무정지물야 연필대인이현 - 소세양(蘇世讓, 1486-1562), 『양곡집(陽谷集)』 권14, 「면앙정기(俛仰亭記)」 해설 소세양이 송순(宋純 1493-1582)의 면앙정에 쓴 기문의 일부로, 명인(名人)과 명문(名文)을 통해 명승(名勝)이 되는 상관관계를 나타낸 문구로 더 유명하다. 소세양은 그 사례로 중국의 난정(蘭亭)과 적벽(赤壁)을 거론하였다. 난정은 절강성 소흥에 있는 어느 연못의 작은 정자였다. 동진(東晉)의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가 우군장(右軍將)으로 부임해 벗들과 시회(詩會)를 열었으며, 「난정집서(蘭亭集序)」를 지은 곳으로도 이름났다. 적벽은 호북성..
번 역 문 성상 18년 임술년(1742년) 늦봄에 서울 경기 지역에 역병이 돌아 한여름까지 이어졌다. 아, 우리 연천의 백성은 북쪽으로는 횡산(橫山), 서쪽으로는 계명(鷄鳴), 남쪽으로는 징파강(澄波江), 동쪽으로는 보개산(寶盖山)에까지 걸쳐 살고 있다. 그런데 읍내 몇 리에 불과하여 땅이 관사(官舍) 하나도 세우기도 부족하고, 민호는 천여 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부자 형제 부부가 서로 빙 둘러앉아 통곡하는 것이 마치 바람에 휩쓸리는 낙엽과 같고 또 불행히도 자식은 고아가 되고 처는 과부가 되며 늙은 부모는 자식이 없게 되어 집집마다 울부짖는 소리가 골짝을 뒤흔들고 거리를 들끓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략···) 아, 애통하도다. 내 그대들의 성씨, 가문도 모르고 그대들의 집이 어디에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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