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담, 그리다 / 윤승원
옛 담은 풍경을 안고 풍경은 옛 담을 안는다. 운곡서원 담장 위에 팔랑팔랑 내려앉는 은행잎은 노랑나비 군무 같다. 저렇게 많은 나비들의 춤사위라니. 기왓장 위의 이끼는 세월을 덧입었다. 은행나무가 담장을 넘보듯 나도 안쪽을 바라본다. 넓은 마당에 연이은 강당에선 앳된 도령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가을은 운곡서원에서 더 깊어진다. 담장이라면 대릉원 담장을 빼놓을 수 없다. 봉긋이 솟은 여인의 가슴을 닮은 곡선의 우아함은 보면 볼수록 푸근하다. 덕수궁 돌담이 살아있는 궁궐을 안고 있다면 대릉원 돌담은 사후 세계를 껴안고 있어 서로 대비된다. 대릉원 돌담길은 벚꽃 흐드러지게 핀 봄에 가장 아름답고 덕수궁 돌담길은 은행나무 단풍이 고운 가을을 최고로 친다. 이렇듯 담은 주변풍경과 어울려 계절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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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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