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찔레꽃을 불러오다/ 송혜영
앤딩크래딧의 검은 바탕에 하얀 찔레꽃이 겹쳐보였다. 찔레꽃 향기가 슬프다고, 그래서 울었다고 절규하는 노래가 있다. 처음에는 조용히 남정네 혼자서 찔레꽃 향기가 슬프다고 읊조린다. 그러다 점점 톤을 높인다. 혼자로는 성에 안 차는지 대규모 합창단과 함께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프다고, 그래서 울었다고, 목 놓아 울었다고 울부짖는다. 왜 슬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질이 없었다. 오래 전 그 노래를 들으며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는 남정네의 현재와 미래를 염려 했었다. 비극적 전설을 차용했다거나 배고픈 민중의 한을 노래했을 거라는 문제는 크게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저 시적 화자의 지나친 감성을 탓하던 내가 찔레꽃 향기가 왜 그리 슬프다고 울었는지 이해하게 된 건 다행인가? 내가 살던 아파트 울타리는 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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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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