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잠시 멈춤 / 김용순
길은 길어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센병 시인 한하운의 ‘전라도길’에 나오는 길을 떠올리면 너무나 길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西山)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잘름거리며 가는 길. 하룻길이 긴 날은 욕망이 분출하던 서른 무렵으로 돌아갈 때가 있다. 한하운의 황톳길을 걷는다. 이드와 슈퍼에고의 충돌로 흔들리는 자아가 뙤약볕 붉은 길에서 헤맨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길이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여행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가는 길, 옛날 한성에서 삼남으로 이어지던 기나긴 길에 천안삼거리가 있다. 천안삼거리를 지나는 그 길은 너무나 멀어서 막걸리에 국밥까지 준비된 주막이 있었다. 주막 옆으로는 우거진 능수버들이 그늘을 만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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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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