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 박선숙
새처럼 날개를 펴고 자유로이 날 수 있다면. 가끔 허공에 무시로 집 한 채 지어본다. 가벼운 날개를 지녀야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몸이 솜처럼 가벼워진다면 마음도 그와 같지 않을까. 요즘 까치 한 쌍이 분주하다. 긴 겨울 보내고 봄 오는 길목에 만난 까치 두 마리. 어느 사이 사랑을 하고 미래를 약속했나 보다. 연못가 뽕나무 꼭대기를 집터로 택했다. 이른 아침부터 부부는 부지런히 집을 짓기 시작한다. 설계도와 조감도는 이미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걸까. 가장 안전한 각도에 기반을 잡았다. 주춧돌 쌓듯 주어온 나뭇가지들을 얼기설기 받쳐놓는다. 날개엔 힘찬 음표가 달려있다. 눈짓, 발짓, 날갯짓은 그들만의 비밀 언어. 층높이는 이만큼이면 될까. 평수는 얼만큼이어야 할까. 행여 복 한 움큼이라도 새어 나갈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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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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