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 김정화
이야기 하나 작고 수필가 허천 선생에 대한 글을 쓸 때다. 당시 그분의 지인을 만나 귀한 일화 한 토막을 들을 수 있었다. 허천 선생은 평소 오영재 화백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오 화백은 부산미술의 개척자로 평생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팔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했다. 그가 가난에 쫓겨 부산 변두리의 외진 마을로 들어갔을 때 허천 선생은 심심찮게 그곳에 들러 종일 보내다 돌아오는 낙을 즐겼다. 그런데 두 분은 아침나절부터 해거름까지 별말도 없이 지냈다고 한다. 화백은 좁은 방의 벽을 향해 스케치만 하고, 허천 선생은 창밖 풍광이나 천장을 보고 누웠다가 가끔 빈 종이에 글 몇 줄 끄적거리는 일이 전부였다. 점심때가 되면 화백의 빈처貧妻가 내어온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저녁까지 조용히 지내다 돌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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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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