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입니다 / 정진희
나는 바람입니다. 소리로 존재하는 나는 바다를 끌어안고 파도를 일으키며, 숲 우거진 계곡에서 바위를 만나 계곡물과 어울려 조잘대고, 때로는 대나무의 결기와 인고의 세월을 댓바람 소리로 전하기도 합니다. 교회 첨탑의 종소리를 불 꺼진 움막까지 실어다 주고 새들의 울음소리를 숲 속 가득 실어 나르며 밤새워 뒤척이는 개울물 소리에 기대어 함께 울 때도 있지요. 당신은 문득 누군가 당신 곁에서 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 적 없었나요? 내 손길이 닿는 빈 곳의 가락은 울음이 되거든요. 봄바람에 꽃잎에 비처럼 떨어질 때, 물기 하나 없는 낙엽이 발밑에서 부스스 부서져갈 때, 막연한 어느 겨울밤, 가로등 아래 흰 눈만 흩어져 내릴 때, 그럴 땐 내가 당신을 찾아간 것이라는 걸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나는 바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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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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