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의 문 / 성낙향
손이 비트는 방향으로 노상 순하게 돌아가던 문고리였다. 내 의지대로 열리고 닫히던 문이었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여겼던 문고리가 난데없이 저항했을 때, 마치 그것으로부터 격렬하게 거부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문의 완강한 저항, 나를 가로막는 단단한 저항이 손끝으로부터 온몸에 전해졌을 때, 내가 그동안 이 문을 장악하고 살았다 여겼던 게 실은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문을 온전히 소유한 건 내가 아니라 열쇠였다. 일요일 오후, 여행 가방을 옆에 던져두고서 나는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잠긴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다. 그는 외출 중이다. 집을 비우고 나간 그에게 수없이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물론 이런 상황에 처한 데는 내 책임도 있다. 일정보다 일찍 서둘러 귀가한 책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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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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