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박자 한 소절 / 박흥일
쿵작쿵작 쿵따라쿵짝, 악단이 전주를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 가수는 전주의 끝자락을 놓칠세라 발 박자를 치며 리듬을 탄다. 전주는 1절의 멜로디를 무대에 깔아놓고 암막 뒤로 비켜선다. 가수가 노랫말을 음미하며 감정을 잡는다. 가수가 1절의 멜로디를 손끝으로 낚아채며 객석을 휘어잡는다. 가수가 생로生老의 아름답고 숭고한, 병사病死의 연약하고 덧없는 서사를 숨김없이 토해낸다. 1절의 노래를 끝낸 가수가 가쁜 숨을 고른다. 악단은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감미롭게 간주를 연주하고, 2절의 멜로디를 가수에게 넘긴다. 가수가 2절을 열창하면 악단은 오선지를 박차고 나올 엔딩을 준비한다. 가수가 청중의 희로애락을 멜로디에 실어 노래한다. 트로트의 신내림이 빙하의 피오르가 되어 청중의 가슴을 후벼 파며 객석을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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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5.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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