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아름다운 까닭 / 박완서
가을이 산을 내려오고 있다. 대청봉이나 내장산처럼 자지러지는 단풍이 아니지만 산정에만 드문드문 보이던 황갈색이 어느 틈에 중턱까지 퍼졌다. 봄은 기를 쓰고 올라가더니 가을은 이렇게 신속하게 내려오고 있다. 왜 그렇게 빨리 내려오는지 내리막길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고 싶다.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된다는 걸 늙어가면서 알겠다. 조금만 딴 생각을 해도 발을 헛디디게 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려서 넘어지길 잘해서 어머니한테 걸을 때는 걷는 생각만 하라는 주의를 여러 번 들었다. 넘어지는 것 말고도 어릴 적의 내 실수는 거의가 다 딴 생각을 하다가 저지른 거였다. 등산로 초입에 커다란 사시나무가 서 있다. 보통 때는 그 나무가 거기 있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다녔다. 특별히 눈에..
수필 읽기
2020. 7. 22. 17:0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