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적봉의 소나무 / 김경자
갈바람 말미에 선생의 육성이 들린다. 끝없이 울리는 소리에 눌리어 더 이상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목소리는 대하소설 『혼불』*의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는 공간을 채웠다. 잠깐 서성이는 동안 나의 심장이 빨라졌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의 생전 육성을 들었기 때문이다. 고요하게 퍼지는 선생의 메아리는 어쩌면 우리 모국어에 대한 신비한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는 듯했다. 칼바람이 일어나는 한 겨울밤 걸음을 옮기며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달이 기울도록 방문을 활짝 열어둔 선생의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 선생을 알게 된 것은 모 라디오방송국의 어떤 프로그램에서였다. 진행 중인 DJ는 그의 작품과 생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만 17년간 오로지 대하소설 『혼불』에 온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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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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