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필老筆의 품격 / 이삼우
졸졸거릴 때 알아봤어야 했다. 주변으로부터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 눈치를 긁어야 했는데 느긋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졸졸붓이 하얀 점박이 눈꽃 모자를 덮어쓴 쌍둥이와 잘쏙하게 잘 빠진 미운오리 새끼 한 마리를 달고 왔다. 남들이 알면 남세스럽게 바람을 피웠나 오해하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모월 아무 날 모 월간지 지면을 통하여 철필에 관한 행적이 드러나면서 관심이 쏠린 게 화근이다. 잘난 이름 덕분에 다소 우쭐하여 거드름을 피우긴 했지만, 허랑방탕 쏘다니거나 누굴 만나러 마실 나간 적도 없다. 얌전하게 주인어른 안주머니에 매달려 칩거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언제 새끼를 쳤을까. 《수필과 비평》지를 통하여 ‘졸졸붓’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 말석에 이름을 올린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아들 내외가 아버지의 늦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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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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