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흙 / 박금아
삼칠일(三七日) 동안은 ‘비밀로 해야’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아들의 음성이 떨렸다. 손주가 태어났단다. 남도를 여행 중인 남편으로부터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을 전송받은 직후였다. 눈 내린 마을을 배경으로 감나무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홍시 두 개가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풍경이 풍요로웠다. 아기가 태어난 시각의 세상이 그러했을까. 아기의 첫울음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오는 것 같았다. 바람은 고요하고, 까치는 울음을 멈췄겠다. 사진을 찍은 시각은 오전 7시 30분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때는 2분 뒤인 7시 32분이었다니 남편은 손주가 세상에 오는 기운을 영(靈)으로 먼저 느꼈던가 보다. 성당에 가던 길이었다.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면회 시간에나 볼 수 있단다. 혼자 길을 걷는데 자꾸만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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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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