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그릇을 닦으며 / 임화수
우리 도시에서 제일 큰 식당 K가든 지하에 오래 묵혀 놓았던 놋그릇을 닦는다. 사람 가슴께나 오는 커다란 고무 통에 고봉밥처럼 가득 쌓인 놋그릇을 에워싸고 가랑이를 쩍 벌리고 앉은 사십대 후반의 여자들이 둘러 앉아 놋그릇을 닦는다. 담긴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온도 변화가 별로 없고, 음식에 독성이 있으면 색깔이 변한다고도 하고 살균력이 강해 식중독 균이 박멸 된다는, 이전 왕이나 사대부들의 밥상을 채웠다는 놋그릇은 그 이름만큼이나 주방 식구들과 홀 직원들에게서 상전 대접을 받는 그릇이다. 그 무게는 말할 것도 없고 탕을 담았을 때는 그 뜨거움으로 우리를 쩔쩔매게 만들고 씻을 때는 그냥 닦는다는 말과 박박 닦는다는 말의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 할 수 있는 힘겨움으로 우리를 쩔쩔매게 만든다. 이전에 짚 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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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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