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옷 / 김영미
2011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좋은 인연’ 모임에 가는 날 오래된 옷 한 벌을 꺼내 손질한다. 집안에 경사가 생기거나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날 평소에 잘 입지 않아 장롱 깊숙이 넣어둔 누비옷을 꺼내 입게 된다. 누비옷은 평생을 입어도 좋을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정성이 깃든 옷이라 입을 때마다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어느 해 가을, 십 년 넘게 친자매처럼 지내오던 차(茶)벗님과 소원해 오던 누비옷 한 벌씩을 장만하였다. 소재는 값비싸지 않고 질긴 광목에다 자연염색을 한 옷감으로 취향과 개성에 따라 골랐다. 형형색색의 옷감들 사이에서 견본으로 만든 쪽빛으로 깃과 옷고름을 빼어 낸 시대를 거스르는 듯 보이는 누비저고리 하나가 눈길을 붙들었다. 앞 섶 품이 길고 넓어 여유로워 보이고 욕심과 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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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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