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 천경자
외할머니 눈썹은 초생달처럼 둥그런 데다 부드럽게 송글송글 겹쳐진 편이었다. 어머니의 눈썹은 외할머니의 초생달 같은 눈썹을 산산(散散)이 짝 뿌려 놓은 듯 눈두덩이까지 부드러운 털이 더욱 송글송글한 편이었으나 인생을 호소(呼訴)한 듯한 고운 눈빛은 하나의 대조(對照)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한 모계(母系)를 닮은 것을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여학교를 갓 나오던 해였다. 그 무렵부터 나는 얼굴에다 화장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엇보다도 화장용 크레이언으로 눈썹을 그리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스스로 숱이 작은 눈썹에 대하여 어떤 열등감을 느꼈든가, 눈썹이 솔밭처럼 짙은 딴 여성을 부러워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발관에 가서 면도를 할 때마다 눈썹을 지우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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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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