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탕을 끓이는 시간 / 정희승
회사일로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장기 체류하던 때가 있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주중에는 회사에서 마련해준 변두리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야 했다. 돌이켜보면 퍽 외롭고 힘든 시기였다. 그때만큼 가족이 소중하게 느껴졌던 적도 없었다.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면, 나를 맞아주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불 꺼진 썰렁한 방이었다. 괴괴한 어둠 속에 꼭 닫혀 있는 현관문 앞에 설 때마다 왜 그렇게 낯설고 외롭게 느껴졌는지. 시한을 맞추기 위해 하루 종일 바동거리다 온 날이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 또는 어쩔 수 없이 양심을 져버리면서까지 내키지 않는 일을 하고 돌아온 날이면 더욱 기분이 울적했다. 그때마다 가정이란 한 남자의 초라한 하루를 늘 용서해주고 보듬어주는 곳이란 생각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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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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