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蝇, 덧없는 삶 / 김순경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댄다. 영역을 넓이고 세를 불리려고 합종연횡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맹수처럼 뛰어난 사냥 기술도 없으면서 먹거리만 보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여차하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는데도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한다. 음식만 보면 본능적으로 달려드는 게 문제다. 사흘 굶으면 포도청 담도 뛰어넘는다는 말이 있듯이 배가 고프면 어쩔 수가 없다. 한때 사서삼경까지 어깨너머로 배웠고 사대부들이 목숨처럼 여기는 예의범절도 가까이서 보았지만, 허기가 극에 달하면 냄새만 풍겨도 목숨을 건다. 어른들의 밥상이나 치외법권 지대인 제사 음식에도 서슴지 않고 손을 댄다. 설사 그곳이 지옥이라 해도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먹을 때만큼은 품격을 찾는다. 묘猫공이나 서생원처럼 호시탐탐 노려보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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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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