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쑥국 / 김은주
숨찬 겨울을 건너온 동백이 뚝, 하고 모가지를 꺾으면 통영으로 봄 마중을 간다. 이르게 핀 동백이 막 목숨을 다할 즈음 애쑥은 올라오고 도다리 몸에도 제법 살이 오른다.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애쑥은 아직 초록을 띠지 못하고 이파리 가득 솜털이 하얗다. 두 닢 사이로 봄 햇살이 쏟아지고 바다 둔덕에 애채들이 잎을 틔우면 통영 바다색도 한결 순해진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를 조각공원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금방이라도 멸치 떼들이 튀어 오를 듯 눈부시다. 겨울 건너, 봄까지 산란을 마친 도다리 몸은 이때가 가장 차지고 쫄깃하다. 부풀대로 부푼 봄기운이 도다리 몸속으로 스며들었는지 적당히 기름기가 돌고 연해진 살이 애쑥을 만나면 그 맛이 순식간에 폭발한다. 이 폭발적인 맛을 보려면 중앙시장의 번잡함을 지나..
수필 읽기
2020. 11. 3. 15:1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