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 손광성
도라지꽃은 깔끔한 꽃이다. 도라지꽃은 달리아처럼 요란하지도 않고 칸나처럼 강렬하지도 않다. 다 피어도 되바라진 데가 없는, 단아하고 오긋한 꽃이다. 서양 꽃이라기보다 동양 꽃이요, 동양의 꽃 가운데서도 가장 한국적인 꽃이다. 예쁘면 향기는 그만 못한 법이지만 도라지꽃은 그렇지 아니하다. 그 보라색만큼이나 은은하다. 차분한 숨결이요 은근한 속삭임이다. 도라지꽃은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핀다. 가을꽃이라기 보다 여름꽃에 더 가깝지만 그래도 패랭이꽃과 함께 가을꽃으로 친다. 그 보라색 때문일까. 아니면 길숨하게 솟은 꽃대궁이 주는 애잔한 느낌 때문일까. 도라지꽃에서는 언제나 초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도라지꽃은 언제나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들국화나 코스모스처럼 무리를 지어 피는 법이 없다. 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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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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