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매 / 류영택
콩콩 마늘을 찧는다. 아래층에 소리가 울릴까봐 사타구니에 백철절구를 끼고 마늘을 찧는다. 절굿공이에 빗맞았는지 메뚜기처럼 마늘한쪽이 절구를 타고 넘는다. 어디로 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손을 뻗는다. 겨우 손이 닿았지만 슬슬 짜증이 난다. 믹스기로 갈면 될 텐데 굳이 절구에 찧어달라는 아내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나는 일에서 놓여나고 싶어 물끄러미 아내를 바라본다. 아내는 보채는 아이 보듯 두 눈을 치켜뜬다. 어림없는 소리 하지도 말라는 것 같다. 나는 반항이라도 하듯 쿵쿵 공이를 내리찧는다. "그게, 그렇게 힘들어요?" "믹스기로 갈면 편하잖소!" "찧는 것과 가는 게 같아요!" 아내의 말에 뚱한 표정을 짓지만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내 말마따나 불린 콩을 믹스기에 가는 것은 봤어도 마늘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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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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