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절구 / 손광성
얼마 전에 장안평에서 오래된 돌절구를 하나 사 왔다. 몇 달 전부터 눈여겨 두었던 것이라 싣고 오는 동안 트럭의 조수석에 앉아서도 뒷문으로 자꾸만 눈이 갔다. 예쁜 색시 가마 태워 오는 신랑의 마음이 이러지 싶었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흠흠!' 하고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마음에 살며시 와서 안기는 것이 그렇게 살가울 수가 없다. 잘빠진 안성유기 술잔처럼 오붓하고 반만 핀 튤립같이 우아하다. 얼핏 보면 범상한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다. 앞쪽 운두는 살짝 낮추고 뒤쪽은 그만큼 높였다. 앞을 낮춘 것은 앞턱에 절구공이 부딪치는 것을 막을 요량인 것 같고, 뒤를 높인 것은 확 속에 든 곡식이나 가루가 밀려서 넘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 나온 듯싶다. 그 때문에 약간 기우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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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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