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 김수자
모든 것은 미운 눈으로 보면 밉게 보이고 고운 눈으로 보면 한없이 곱게 보이기 마련인가. 직업 탓인지는 몰라도 돼지에 관한 한 내 눈에는 예쁜 짓만 보인다. 돼지라면 뭐든지 좋다 보니 멱딴다는 울음소리도 우렁차게 들리고 그 냄새 또한 거슬리는 일이 없다. 친정엄마처럼 분만을 돕고 청소를 해주다가 나도 모르게 쓴웃음 지을 때가 있다. 사람들을 바라볼 때도 돼지를 보듯 좋은 점만 보고 있는지,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있기나 한지 때로 내 자신이 의문스러워진다. 돼지의 여러 예쁜 점 중에서도 우선 무욕無慾의 경지가 돋보인다. 제 배가 차면 그뿐 남의 것을 넘보지 않는다. 온갖 불행의 시초는 더 가지려는 데서 비롯되지 아니하던가. 다음으로 그 정직성이 돋보인다. 먹은 만큼 자라고 사랑 받은 만큼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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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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