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를 날려 보내며 / 양희용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정보 시스템의 '잠시 후 도착' 칸에 내가 탈 버스의 번호가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먼저 도착한 버스를 타기 위해 4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바람처럼 달려온다. 급하게 앞문에 오르면서 그녀의 지갑에서 흘러나온 동전 하나가 바닥으로 떼구루루 굴러간다. 문이 닫히면서 버스는 곧바로 출발한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동전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기다리던 버스를 탄다. 빈자리가 없어도 서서 갈 공간이 충분해서 좋다. 예순이 넘은 중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 줄 사람도 없지만 그걸 기대하지도 않는다. 스마트폰에 넋이 빠져있는 학생 옆에 자리를 잡으면 서로 눈치 볼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은 바지 주머니 속에 넣는다. 조금 전에 주운 동전이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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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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