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의 끈을 매며 / 윤주홍
계절 앞에서는 추위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엊그제만 하더라도 뿌려 놓은 듯 희끗희끗하던 눈이, 산에 눅눅한 기운으로 감돌고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요란스런 것을 보니 새 계절이 오고 있다는 산의 눈짓인 것을-. 깊은 계곡이 있는 이 산은 잠재하고 있는 계절들을 추스르는 몸짓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조화하면서 자연이 의도한 그대로 자기 연출을 산길에 펼친다. 개울소리에서 꽃피는 봄소식을 감지하듯 화사한 꽃잎에서 벌써 여름의 무성한 녹음과 그 부는 바람에서 선뜻 가을의 낙엽을 느낄 수 있고 차가운 기운이 계곡을 갈색으로 바꾸어 놓을 때 벌써 겨울은 눈 소리를 앞세워 이미 다가오고 있다. 어느 한 밤, 눈이 쌓이고 햇살이 활짝 펴진 겨울의 한낮 산길에는 나무마다 가지마다 눈꽃이 피어 부시게 빛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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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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