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서 / 이영도
통일호 열차가 부산에 닿자 숱하게 흩어져 내리는 학생들 속에서 나는 검정색 셔츠에 단발머리 모습의 딸아이를 찾느라 눈이 바빴다. 그런데 어느새 내렸는지 ‘엄마’하고 뒤에서 어깨를 껴안는 음성이 바로 갈색 스웨터에 주름을 잔뜩 잡아 세운 폭넓은 스커트를 멋있게 차려입은 딸아이였다. “넌 무슨 옷을 그렇게 입었니?” 나의 핀잔에 “이거 멋있잖아요. 엄마” 하면서 한 바퀴 무용하듯 빙그르르 돌아 보였다. 다음 날 저녁, 모녀가 나란히 자리에 누워 책을 읽다 말고 문득 딸아이는 내게다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학교 영문학 시간에 배운 소설 가운데 ‘논리적인 어머니’란 제목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꼭 엄마와 같더라고 한다. 너무나 까다롭고, 매사에 이치로만 따지려 드는 엄마가 슬프다는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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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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