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경전 / 최장순
때죽나무 경전 / 최장순 쪽동백과 4촌쯤 되는 사이란다. 그러나 꽃차례나 잎사귀의 크기로 때죽과 쪽동백을 구별한다. 시제時祭참석차 고향에 내려갔다가 들른 대관령 기슭의 솔향수목원. 싱싱한 금강송 내음에 취한 산책길에서 꽃송이 가득 매달고 있는 몇 그루 때죽나무를 만난 것은 보너스였다. ‘눈종’snowbell이라 불리기도 한다. 정말 하얀 종처럼 생겼다. 누구는 활짝 펼친 꽃무늬 양산 같다고 했지만, 나는 앙증맞은 꽃과 열매가 사랑하는 이의 귀에 매달렸다는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아래를 향한 꽃들이 엎어진 사기 종지 같기도 하다. 향기로운 소리가 쏟아질 것 같다. 봄과 여름 사이, 숲 냄새를 맡으며 나는 때죽나무를 ‘귀 많은 나무’라 부르기로 한다. 귀가 많다는 것은 남의 소리를 잘 듣는다는 것. 위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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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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